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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앙금 역의 김해숙

<왕가네 식구들>의 등장인물 가운데 아마도 시청자들의 동정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왕수박(오현경 분)의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일 것입니다. 고민중은 사업에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첫사랑 오수정(김희정 분)과 헤어진 다음 최악의 악처인 왕수박을 만났습니다. 그기에 변덕이 죽 끓는 듯 하는 장모 아앙금(김해숙 분)의 모진 구박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고민중이 아내이기를 포기한 왕수박과 이혼하고 첫사랑 인 순정녀 오순정과 달달한 키스를 나누자 시청자들은 고민중-오순정 커플의 탄생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제작진에서도 고민중을 본 부인에게 돌려보낼지 아니면 첫사랑과 맺을지 결심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마지막 대본까지 나왔다고 하기에 이미 결론은 내려졌겠지요. 왕가네 가족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 왕수박과 고민중을 재결합시키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권선징악(勸善懲惡)적인 차원에서 보면 아무리 수박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하더라도 그간의 죄가 워낙 무겁기에 고민중으로 하여금 수박보다는 첫사랑 오순정과 해피엔딩으로 가는 게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수박의 모친인 이앙금은 너무 딸 위주로 상황을 판단해 빈축을 사고 있는데요. 왕가네의 가훈이 "입장바꿔 생각하자"이지만 이앙금은 모든 것을 딸 수박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서, 사위 고민중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앙금이라는 캐릭터는 한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개념 여자입니다. 앙금은 고민중이 잘 나갈 때 항상 "우리 고 서방!"이라고 하면서 가장 맏사위를 아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망해 택배사업을 하면서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도 무능력자라며 비난만 하였고, 딸인 수박이 민중을 남편으로 대접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앙금이 부상을 당했을 때 민중이 앙금을 들쳐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자 그 때부터 앙금은 민중을 아들처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수박은 대학시절 동거했던 사기꾼 허우대(이상훈 분)를 만났고, 그의 허풍에 속아 집문서와 통장을 맡겨 집은 채권자들에게 넘어가고 풍지박산이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수박은 비로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고민중은 첫사랑 오순정을 만나 알콩달콩한 사랑을 되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민중이 택배회사를 그만두고 전에 경영하던 회사의 책임자로 복귀하자 앙금은 더욱 수박과 이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민중은 수박이 순두부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주인으로부터 혹독한 질책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안쓰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이혼한 마당에 아이들 양육문제를 매듭지어야 합니다. 민중은 수박을 고급음식점으로 불러냈는데, 수박은 자신의 잘못부터 사과합니다. 민중은 자신이 재혼하면 아이는 어떻게 할지 수박에게 물었습니다. 두 딸을 자신이 키울지 아니면 수박이 키울지 물은 것입니다. 물론 수박이 키운다면 양육비는 주겠다고 하면서 수박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수박은 생각해 보겠다며 매우 우울해 하더군요.

 

귀가한 수박의 말을 들은 앙금은 "봐라, 고 서방에게 여자가 있었던 거다. 아이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재혼하려는 거다. 너 속이고 둘이 미리 짜고 너랑 이혼한 것"이라며 민중의 집으로 갔습니다. 민중의 집에는 마침 설날을 맞아 순정이 명절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앙금을 발견한 순정은 매우 놀랐습니다. 순정은 바로 딸 왕광박(이윤지 분)의 시댁 이모였기 때문입니다. 앙금은 음식을 만들던 상을 뒤집고 난동을 피운 후 순정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너 때문에 수박이 신세 망쳤다"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때마침 집으로 들어서던 민중은 이 광경을 목격하곤 이앙금을 뜯어말리며 "오순정 때문에 이혼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지만 앙금은 "은혜를 원수로 갚나?"며 민중의 뺨을 후려칩니다. 솔직히 이 대목은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앙금이 수박-민중 부부를 집으로 불러들여 거처를 제공하였고, 또 최근에는 민중을 아들이라고 생각할 만큼 잘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며 뺨을 때린 것은 도리가 아니었습니다. 앙금과 수박이 민중을 구박만 하였지 실제로 베푼 것은 거의 없으며, 민중이 수박과 이혼한 것은 수박의 잘못이지 민중이 바람을 피운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순정이 방을 뛰쳐나간 사이 뒤늦게 도착한 왕수박은 고민중의 재혼상대가 오순정임을 알고는 크게 놀라는군요. 귀가한 앙금은 남편 왕봉(장용 분)에게 "분해서 못 살겠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고 서방 여자 있었다. 광박이 시댁의 이모 그 여자였다. 이혼은 무효다"라고 소리쳤는데, 왕봉은 "이혼한 사위와는 이미 남남"이라며 중심을 잡습니다. 그래도 왕봉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이 다행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정의 딸 구미호(윤송이 분)는 남친인 왕대박(최원홍 분)을 만나러 갔다가 앙금에게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고민중은 왕가네로 가서 앙금에게 애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만 앙금은 "내 딸 수박의 자식"이라며 거절합니다.

솔직히 앙금이 무슨 염치로 딸과 이혼한 고민중의 옥탑방으로 가서 오순정의 머리채를 잡고, 또 고민중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딸과 사위가 잘 살고 있는데, 꽃뱀 같은 여자가 나타나 사내를 유혹해 가정을 깨려 한다면 이는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전 허세달(오만석 분)을 유혹한 은미란(김윤경 분) 같은 경우이지요. 그렇지만 왕수박-고민중 이혼의 귀책사유는 가정을 등한시하고 바람을 피운 수박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민중은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순정에게 그만 만나자고 결별통보까지 한 적이 있었거든요. 민중으로서는 시골농부인 아버지 고지식(노주현 분)이 폭행당해 입원하였을 때 아내는 병실에 겨우 얼굴 한 두 번 보여주고 말았지만 순정은 간병인을 자청해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 여인이었기에 순정과 이별할 수 없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자고 말했었지요. 그런데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앙금이 딸의 입장만을 생각해 후안무치(厚顔無恥)하게도 순정과 민중에게 폭력을 행사한 막장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다음 주 예고편을 보면 수박은 순정을 불러내 민중과 재결합하겠다면서 물컵의 물을 순정의 얼굴에 확 끼얹으며 소리치는데, 앙금과 수박은 그 성질머리가 전혀 변하지 않은 듯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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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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