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 신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덕일봉(536m)은 경기의 소금강이라는 소요산(587m)의 북쪽 상백운대 위쪽에 솟은 산입니다. 원래는 감투봉이라고 불렀으나 최근에 덕일봉으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번대산(445m)은 덕일봉의 북서쪽에 솟은 산으로 서쪽 사면에 티클라우드 골프장을 품고 있는 미지의 산입니다. 덕일봉과 번대산은 소요산의 북쪽 능선에 이어져 있지만 주변에 이름난 산(서쪽 마차산, 북동쪽 종현산)이 있어서인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등산로는 낙엽만 수북했습니다.
덕일봉 산행들머리는 수도권전철 1호선 소요산역입니다. 소요산을 답사하려면 당연히 소요산역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덕일봉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덕일봉을 가려면 중백운대를 경유해야 소요산역에서 자재암을 거쳐 중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이미 며칠 전 소요산의 6봉을 종주하면서 답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재암 골짜기 대신 그 위쪽의 능선길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소요산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좌측에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기념비 안내문이 보입니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는 6.25한국전쟁 때 참전하여 452명의 사상자(사망실종102명, 부상 350명)를 낸 우방국입니다.
소요산역
안쪽 축대 위에 삼각받침대 모형의 참전비가 있습니다. 참전비의 흰색 페인트가 가을의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있군요. 여기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뒤쪽의 공사로 인해 끊긴 듯하여 뒤로 물러서 소요산 계곡 방향으로 조금 들어갑니다. 애국지사 각 옆에 세워진 소요산 삼림욕장을 알리는 대형표석 옆으로 난 오솔길을 찾았으면 드디어 성공입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소요산 서쪽에 솟은 마차산(588m)이 우뚝합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참전비
뒤돌아본 마차산
능선의 팔각정은 지은 지 오래된 듯 하군요. 팔각정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니 헬기장인데, 주변의 나무숲 때문에 헬기장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능선을 따라 하백운대로 가는 길이 매우 부드럽군요. 며칠 전 자재암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른 것과 비교하면 능선 길은 정말 편안한 등산로입니다. 일부 바위구간인 능선에서 바라보는 소요산의 조망도 매우 좋습니다. 오르막에서 우측의 넓은 길을 버리고 좌측의 능선길을 따라 위로 올랐더니 내려서는 곳에 급경사바위를 만났습니다. 짧은 로프가 걸려 있어 그나마 위태로운 발걸음을 도와주는군요.
팔각정
헬기장
능선 우측으로 보이는 소요산 능선(좌측은 나한대와 의상대)
바위구간
바위 내리막길
뒤돌아본 바윗길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5분만에 소요산 능선의 제일 아래 봉우리인 하백운대(440m)에 도착합니다. 며칠만에 다시 보니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갑군요. 절벽 위에 노송이 많이 자라고 있는 중백운대(510m)를 지나면 덕일봉 갈림길입니다. 이곳에는 덕일봉 0.7km이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중백운대에서 바라본 소요산
덕일봉 갈림길
거의 모든 등산객들은 소요산 정상을 가기 위해 상백운대 방향으로 가지만 덕일봉을 가기 위해 북쪽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그런데 이 구간에는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은 듯 등로에 낙엽이 엄청나게 많이 깔려 있습니다. 사실 이런 낙엽구간의 걷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낙엽 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좌측 울타리에는 지반이 약하다는 경고문구가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능선 좌우로 조망도 없는 무미건조한 길을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습니다.
덕일봉(536m)에 표석은 없지만 그래도 동두천시에서 세운 안내문이 있음은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조망도 전혀 할 수 없는 평범한 봉우리입니다. 덕일봉에서 번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말터고개 6.8km 이정표를 따라야 합니다. 말터고개는 번대산을 지난 능선의 끝 부문에 있는 고개이거든요. 덕일봉에서 동막고개까지의 내리막 길이 오늘 산행 중 가장 걷기 힘든 길입니다. 가파른 내리막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안전로프가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동막고개에는 동막골 입구까지 3.2km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덕일봉
덕일봉 이정표
미끄럼 하산로
동막고개 이정표
동막고개를 뒤로하고 노송바위를 지나자 좌측에 골프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다이너스티 컨트리클럽이었지만 현재는 티클라우드 컨트리클럽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능선 삼거리의 동막골 입구 3.2km 이정표를 지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번대산(445m)에 올랐지만 긴 의자만 두 개 놓여 있을 뿐 아무런 이정표도 없어 실망했습니다. 역시 조망도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번대산는 덕일봉보다도 덜 알려진 산인 듯 합니다. 덕일봉과 번대산은 답사하는 동안 개미새끼 한 마리 만나지 못할 정도로 인적이 뜸한 산이니까요.
능선 삼거리 이정표
삼거리로 되돌아와 서쪽능선을 따라 하산합니다. 당초에는 동막고개까지 내려와 동막골로 하산할 생각이었지만 능선 삼거리에서 동막골 입구 방향으로 이정표가 있어 길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희미한 능선을 따라 갑니다. 골프장 울타리를 따라 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매우 편리하군요. 한참을 가다보면 골프장 클럽하우스도 보입니다. 페어웨이의 잔디는 어느 새 누렇게 변색했군요. 사실 골프는 잔디가 새파랗게 보일 때가 가장 최선의 시기입니다.
골프장 울타리
골프장 클럽하우스
능선을 따라 가다가 335봉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좌측의 능선으로 접어듭니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을 헤치며 부지런히 하산합니다. 마지막 나지막한 봉우리를 앞에 두고 좌측 사면으로 내려섭니다. 길은 희미하였지만 아래 쪽 민가가 보이니 안심입니다. 삼익빌라와 알뜰슈퍼를 뒤로하고 도로로 나오니 3번 국도가 지나가는 하봉암동 버스정류소(동막교)입니다.
늦가을 풍경
알뜰슈퍼
오늘 산행에 4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평소 홀로 다니다 이번에는 산친구 H씨와 동행했습니다. 낙엽이 많은 호젓한 길을 혼자보다는 둘이서 함께 걸으니 길동무와 말동무가 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버스로 소요산 역까지 가서 맞은 편 정원식당에 들렀더니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홀에는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우거지해장국을 시켰는데, 수육과 상추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이 덤으로 제공됩니다. 해장국의 국물 맛도 일품입니다. 사람이 운집하는 음식점은 그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5천 원짜리 해장국 한 그릇에 수육과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니 배가 든든합니다. 다음에 또 소요산을 오면 식사는 꼭 이 집에서 해야 하겠습니다.
정원식당
5천 원짜리 해장국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1월 4일 (화)
▲ 등산 코스 : 소요산역-벨기에 룩셈부르크 참전비-산림욕장 입구-팔각정-헬기장-하백운대-중백운대-덕일봉 길림길
-덕일봉(감투봉)-동막고개-능선삼거리-번대산(왕복)-능선삼거리-골프장 옆 서쪽능선-335봉
-남서쪽 능선-동막골 삼익빌라-알뜰슈퍼-하봉암동(동막교) 버스정류소
▲ 등산 거리 : 8.8km
▲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 동 행 자 : 산친구 H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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