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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공장에서 대부산으로 가면서 동쪽으로 바라본 용문산(좌)과 백운봉(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유명산(864m)은 자연휴양림과 4km에 달하는 유명계곡을 품고 있어 수량이 풍부해 봄과 여름의 산행지로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는 가족산행지입니다. 또한 용문산(1,157m)을 비롯한 주변조망이 좋아 겨울의 설경을 만끽할 수 있어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으로 선정된 산이기도 합니다. 소구니산(800m)은 유명산의 서쪽 능선에 위치한 산으로 선어치(서너치)고개에서 동남쪽 유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양평군 옥천면 소재 대부산(743m)과 편전산(378m)은 유명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상에 위치한 산입니다. 글쓴이는 약 6년 전 어비산(826m)∼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834m)을 연결하는 산을 답사한 바 있지만 대부산과 편전산은 이들 주능선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지금까지 미답으로 남겨 두었는데, 이번에 안내산악회를 따라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양평에서 가평 설악면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상의 선어치(서너치)고개입니다. 중미산 남쪽의 선어치고개는 중미산 산행 기점이기도 합니다. 선어치고개는 어비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합니다. "어느 날 신선이 남한강에서 고기를 낚아 설악면 장락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는데 갑자기 고기가 살아나 즉 선어(鮮魚)가 되어서 소구니산을 넘고 유명산 뒤의 산으로 날아 갔다하여 선어치라 불렀고, 그 날아간 고기가 내려앉은 산을 어비산(魚飛山)이라 했습니다. 한편, 선어치고개는 이 고개의 양쪽이 워낙 가팔라 하늘이 서너치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선어치고개에 서 있는 중미산자연휴양림 3.3km 이정표에서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등산로에는 최근 내린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제대로 된 눈 산행을 하게 됩니다.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중간에 선어치고개 700m, 소구니산 1.0km, 유명산 2.2km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그러고 보면 선어치고개에서 유명산까지의 거리는 2.9km로군요. 산행을 시작한지 40분만에 소구니산(800m)에 도착합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반겨주지만 가야할 유명산이 나뭇가지사이로 보일 뿐 다른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선어치고개의 휴양림 이정표

 

 

 

 

 

 소구니산 이정표

 

 


소구니산을 내려서는 가파른 경사면에는 나무말뚝을 박아 밧줄을 매어 놓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 안부로 내려와 능선을 가노라니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현재는 바람이 없지만 통상 능선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능선에 눈을 쌓이게 만들거든요.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대부산 갈림길인 능선 삼거리입니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용문산 남쪽 백운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백운봉은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뾰족한 삼각봉우리여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잘 보입니다. 여기서 유명산으로 가는 340m의 길은 마치 신작로 같습니다.

 소구니산 내리막길

 

 능선에 쌓인 눈

 

 능선 삼거리 이정표

 

 동남쪽 백운봉(중앙 뒤)

 

 유명산 가는 길  

 

 
유명산 정상에는 산림청이 세운 큼직한 정상표석이 서 있습니다. 자연휴양림을 운영하는 산림청에서 세운 표석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통상적으로 표석은 관할 행정관청이나 지역 산악회에서 세우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그런데 유명산의 원래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입니다. 대동여지도에도 마유산으로 나오는 산으로 이곳 일대에서 말을 길렀다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그런데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등산 중 이 산에 이르러 산 이름이 없자 일행 중 홍일점인 진유명씨의 이름을 따라 유명산이라고 불러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현재는 유명산으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한국555산행기>의 저자인 고(故) 김영수 옹은 당장 유명산을 마유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합니다. 유명산에 서면 동쪽으로 용문산과 남쪽으로 이어진 백운봉(940m)의 능선이 선명하며 남쪽으로 가야할 대부산까지 조망됩니다. 정상에 조망을 위한 나무 데크까지 만들어 놓았군요.

 유명산 정상표석

 

 유명산에서 바라본 백운봉

 

 용문산(좌)과 백운봉(우)

 

 가야할 대부산(우)

 

 
능선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남쪽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 가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입니다. 이곳에서는 남서쪽의 조망이 끝내줍니다. 남서쪽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산은 양평 청계산(658m)인 듯하고, 서쪽으로는 옥산(577m)이 가깝습니다. 동쪽을 바라보면 남북으로 뻗어 내린 용문산 능선과 위쪽의 폭산(천사봉, 1,004m))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남쪽으로는 남한강의 물길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이처럼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하를 보면서 겨울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음미하게 됩니다. 혹자(或者)는 왜 한겨울에 고생하면서 산을 오르느냐고 하지만 이와 같은 설경과 상고대(빙설)의 장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진정한 가치를 모를 것입니다.

 옥산(좌)과 중미산(우)

 

 멀리 보이는 청계산(중앙)

 

 남한강 줄기

 

 용문산(중앙)과 폭산(좌)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곳에서 좌측의 넓은 길로 내려섭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일품입니다. 큰길을 따라 우측으로 가다가 좌측으로 길이 구부러지는 곳에서 1시 방향의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이 길은 대부산으로 가는 길인데 눈이 내린 이후 처음으로 선두그룹이 러셀(눈 내린 길을 처음으로 걷는 일)을 하며 길을 틉니다. 잠시 후 대부산(743m) 정상에 도착했는데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만 있을 뿐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남쪽의 편전산까지는 사실 등산로가 분명치 않습니다. 선답자의 산행후기를 읽어보아도 등산로를 자신 있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대부산과 편전산 구간은 이정표도 전혀 없고 등산로도 자연그대로인 오지의 산행입니다.

 대부산 가는 길

 

 

 

 

 

 

 

 대부산

 

 


산악회 선두그룹이 길 없는 길을 찾아 눈 위에 남겨 놓은 발자국을 따라 갑니다. 때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에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겨 놓은 흔적도 보입니다. 능선 좌측으로 가다가 우측의 산허리로 돌아갔는데 나중에 선두대장은 촛대봉(599m)을 오르지 못하고 실수로 우회하였다고 아쉬워하더군요. 솔직히 촛대봉은 일반지도에는 등재되지 아니한 봉우리이기에 전혀 유감이 없습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나지막한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고서야 편전산(378m)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선두가 무사히 편전산을 찍은 것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상에는 무덤만 있을 뿐 삼각점에 매직으로 써둔 편전산이라는 글씨가 없었더라면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길 없는 길

 

묘지가 있는 편전산 정상

 

 편전산 정상의 삼각점 

 

 

편전산에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다가 도로를 만나 우측으로 갑니다. 솔뜰캠핑장과 야구아카데미 야구장을 뒤로하고 아침에 지나갔던 37번 국도로 나오니 음식점 중국성이 보입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유명산에서 활공장을 지나오기까지의 조망은 겨울 설산의 진수를 맛보았지만 대부산∼편전산은 솔직히 등산로도 분명치 않고 이정표 하나 없어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대부산과 편전산을 답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미답의 산을 답사한 기쁨은 매우 큽니다. 앞으로 천산대학(1천 개의 산을 답사하는 것)을 졸업하려면 새해에도 부지런히 미답(未踏)의 산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솔뜰 캠핑장

 

 음식점 중국성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2월 23일 (화)
▲ 등산 코스 : 선어치고개-소구니산-대부산 갈림길-유명산(왕복)-활공장-대부산-편전산-솔뜰캠핑장-중국성
▲ 등산 거리 10km (GPS측정)
▲ 소요 시간 : 4시간 15분
▲ 등산 안내 : 가보기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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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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