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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길을 걸으며 바라본 후포항(중앙우측)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북쪽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총 길이 770km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입니다. 모두 10개구간 50개 코스로 구성된 이 길을 걸으며 동해안의 멋진 풍광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해파랑길은 갈맷길․문탠로드(부산구간 4개 코스), 간절곶소망길․솔마루길(울산구간 5개 코스), 감포깍지길․주상절리길(경주구간 3개 코스), 감사나눔길(포항구간 6개 코스), 블루로드(영덕구간 4개 코스), 관동팔경길(울진구간 5개 코스), 수로부인길․해물금길(삼척.동해구간 7개 코스), 바우길․헌화로(강릉구간 6개 코스), 녹색경관길(양양.속초구간 5개 코스), 평화누리길․갈래길(고성구간 5개 코스)과 같은 원래 12개 시․군에서 조성한 좋은 길을 장대한 하나의 길로 이은 것입니다.

 

 

 

 

해파랑길 23코스는 영덕 고래불해변에서 출발해 백석해변과 금곡교를 거쳐 울진의 후포항에 이르는 11.9km의 길로 50개 해파랑길 가운데 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바다를 배경으로 어촌마을과 해변을 지나는 비교적 조용한 코스로 공식적으로 울진코스에 해당됩니다. 23코스는 수심이 얕고 파도가 낮아 어린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백석해수욕장, 홍게가 유명하고 숙박시설과 맛집이 많은 후포항을 품고 있습니다.

 

23코스의 들머리는 영덕군 병곡면 소재 고래불해수욕장입니다. 고래불은 지명인데 이 말은 고려말 삼은의 한 사람인 목은 이색 선생이 해수욕장 앞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내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불은 뻘의 옛말)이라고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고래불해수욕장의 상징 조형물에서 정자방향으로 갑니다. 이곳은 용머리공원이로군요. 뜻밖에도 여기에 고래불의 지명에 대한 유래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될 때까지 이곳 앞바다에는 고래잡이 원양어선들이 많이 찾아왔다는군요.

 고래불해수욕장 상징조형물

 

 

 용머리공원

 

 

 고래불 지명유래비

 

 

 

 

바닷가를 걸어가노라니 강한 해풍이 몰아치네요. 오늘은 이곳 동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강풍이 분다고 예보된 상태입니다. 바닷가 도로변에는 산뜻한 펜션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이토록 숙박시설이 많으면 영업이 잘될지 모르겠다는 괜한 걱정도 해봅니다. 도로로 나오니 멀리 북서쪽으로 이름 모를 산들이 산그리메를 형성하고 있네요.

 

 

도로변의 펜션

 

 북서쪽의 산그리메

 

 

 

 

 

 

가뭄에도 모내기를 한 논이 보이고 해변의 소나무는 모진 해풍에도 위풍이 당당합니다. 병곡휴게소를 뒤로하고는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바닷가 나무에 걸린 해먹(hammock)을 보며 저런 곳에 몸을 맡기면 삼복더위도 시원하게 견딜 것 같습니다. 백석1리를 지나갑니다. 도로 맞은편에는 칠보산 온천이 있군요. 칠보산(810m)은 팔각산(633m)과 함께 영덕을 대표하는 산의 하나입니다. 백석해안의 바닷가에는 파도를 대비해 테트라 포드와 돌로 방파제를 잘 쌓아 놓았네요. 백석리 포구를 지나갑니다.

 모내기를 한 논

 

 

 위풍당당 소나무

 

 

 도로를 따라 걷는 길

 

 

 바닷가 해먹

 

 

 백석리 바닷가

 

 

 백석리포구

 

 

 

 

좁은 도로변에는 별도의 데크를 만들어 보행자전용 길을 조성해 놓았군요. 맞은편에는 칠보산 휴게소가 보이는데, 해파랑길은 칠보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구부러졌다가 유금천을 건너 공사중인 고가도로 밑을 통과합니다. 동해안의 바다는 해안선의 굴곡이 적어 보이는 것은 바로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뿐입니다. 금곡2리를 지나가는데 바닷가에 암석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해안가에 이런 바위라도 있으면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금곡리 포구는 규모가 매우 아담합니다.

 보행자 전용 데크도로

 

 

 공사중인 고가도로 아래 유금천

 

 

 동해바다의 수평선

 

 

 금곡리 포구

 

 

바닷가 기암

 

 

 

 

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에 금음4리동회관 겸 어촌계가 있습니다. 금음4리라면 행정구역상으로 울진군 후포면인데 바야흐로 울진군에 접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해안도로를 따라 와서 그런지 영덕과 울진의 경계표시가 전혀 없어 보행자로서는 상당히 밋밋하고 허탈한 기분입니다. 아마도 6번국도 같은 큰 도로변에는 경계이정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자동차 이용자들만 볼 수 있을 뿐이어서 보행자들은 언제 울진군지역에 진입했는지조차 모른 채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깁니다.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동회관

 

 

 

 

 

울진군에서는 후포항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소개하고 있군요. 길목의 쉼터에는 화사한 접시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습니다. 접시꽃을 보면 시인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접시꽃은 큰 꽃잎이 매우 인상적인데 내륙보다 바닷가에서 보니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지나온 금음4리

 

 

 

 

 

 

 

 

 

 

<접시꽃당신>은 도종환의 시와 시집제목인데 이 시집은 작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쓴 것들입니다. 사실 접시꽃 당신보다는 이 시집에 들어있는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시가 더욱 독자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다”는 대목에서는 그냥 코끝이 찡해 옵니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여기에 소개하기에는 상당이 길어서 생략하지만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는 한번 음미해 보기 바랍니다.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게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하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되어

다시 만나자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님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가야할 후포항의 대게홍보전시관까지는 5.5km가 남아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낚시를 즐기는 가족들이 더러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파랑길을 걸으며 낚시꾼들을 자주 보았지만 실제로 불고기를 낚는 현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은 강태공처럼 물고기가 아니라 세월을 낚는 것일까요? 저 멀리 가야할 후포항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가야할 후포항

 

 

 

 

이젠 바닷가에는 샛노란 금계국이 길손을 반겨줍니다. 금음어촌계공판장을 지나 금음해안교를 건넙니다. 해안도로축대 유실방지용 테트라 포드에 올라가 있는 낚시꾼들이 위험해 보이네요. 삼울1교와 삼울해안교를 건너면 후포해수욕장 행정봉사실인데, SBS 백년손님을 촬영했다는 안내포스트가 크게 붙어 있습니다. 후포해수욕장도 규모가 매우 커 보입니다.

 

 

 

금계국

 

 

 

후포해수욕장 행정봉사실

 

 

 

 

 

 

 

 

후포항은 현재 대규모 공사중이로군요. 후포항은 연안항으로 동해 중부해역의 주요 어항이며, 꽁치·오징어·고등어·대게·가자미 등 동해에서 생산되는 모든 어종의 집산지입니다. 죽변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로 울진대게의 원산지이기도 합니다. 주차장인 한마음광장에는 후포항의 주요명소와 이정표가 있습니다. 울진대게경매장 사진을 보니 눈이 휘둥그래해집니다. 원래 해파랑길 23코스의 종점은 이곳이지만 주차해 놓고 식사 할 장소가 여의치 않아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지나갑니다. 이쪽의 해수욕장은 별도의 이름은 없는 듯하지만 지나온 후포해수욕장보다는 훨씬 아늑해 보입니다.

 후포항 공사현장

 

 

 

 

 울진대게 경매사진

 

 

 등기산 스카이워크

 

 

 갓바위전망대

 

 

 아담한 해수욕장

 

 

 강풍으로 출입이 제한된 스카이워크

 

 

 

 

 

 

 

오늘 약 12km를 걷는데 3시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오르내림이 전혀 없는 평지길인데다가 볼거리가 별로 없어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던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처럼 쉬운 길을 걷는 게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서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해파랑길을 걸었으니까요.

 

 

 

《해파랑길 23코스 개요》

 

▲ 일자 : 2019년 6월 16일 (토)

▲ 코스 : 고래불해수욕장-용머리공공원-병곡휴게소-칠보산휴게소-유금천-금곡리포구-금음4동 어촌계(울진)

            -접시꽃군락지-후포해수욕장 행정봉사실-후포항-등기산 스카이워크-해수욕장 주차장

▲ 거리 : 12.6km

▲ 시간 : 2시간 5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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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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