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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은 국립공원 지리산이 품고 있는 5개 시군(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의 120개 마을을 잇는 21개 코스, 300km의 장거리 도보길입니다. 이 길은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연결해 트레킹이 가능하도록 환형으로 조성하였습니다.
10코스(위태-하동호)는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에서 출발해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로 이어지는 11.5km의 도보길로서 3곳의 큰 재(지네재, 이름 모를 재, 양이터재)를 넘어야하므로 만만치 않은 여정입니다. 위태마을에서 출발해 오율마을, 궁항마을, 양이터마을 및 나본마을을 거쳐 지리산 자락의 큰 댐인 하동호까지 연결됩니다. 하동호는 하동댐건설로 조성된 인공호수입니다.
10코스의 들머리는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 위태마을회관입니다. 59번 국도변 상촌제 옆에 지리산 둘레길 기종점 조형물이 세워져 있지요. 상촌제(저수지) 옆 마을도로를 따라 가면서 뒤돌아보면 살얼음이 살짝 낀 저수지 너머로 위태마을이 살포시 보입니다. 큰 나무 한 그루를 지나가면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9코스를 답사하면서 넘었던 중태재(위태재) 고갯마루가 풍만한 여인의 허리처럼 잘록하게 누워 있습니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경사의 길을 걷습니다. 대나무숲을 지나면 경사가 다소 가팔라지는데 얼음으로 범벅이 된 물레방아가 산촌마을의 추위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드디어 산길로 변하네요. 뒤돌아보니 고도가 제법 높아진 모습입니다. 매우 가파른 돌계단 길을 오르니 첫 번째 고갯마루인데 지리산 둘레길을 알리는 방향표시 이정목만 있을 뿐 고개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나중에 목적지인 하동호(관리사무소)에 도착해 현지 지도를 보니 이곳은 고개의 지형이 지네처럼 보인다는 지네재이더군요. 이정목에 고개이름을 적어놓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쉽습니다.
지네재를 내려서는 길목에도 대나무숲이 있네요. 주산(831m) 등산 안내도가 있는 곳을 뒤로하면 민가가 몇 가구 보이는데 바로 오율마을입니다. 지나가는 길목 어디에도 오율마을을 알리는 문구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오율마을은 몇 개의 작은 마을이 모여 하나의 행정마을을 이루고 있는 촌명으로 주위에 닥나무가 많아서 일부마을에서 한지가 생산 되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지네재 아래까지 올라가 농사를 지어야 했던 산골마을의 고단한 일상을 견디어 왔다는군요.
잠시 후 가파른 산길로 접어듭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봐도 민가를 거의 찾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경사가 점점 더 가팔라질 즈음 고갯마루 이정표를 보니 출발지인 위태마을에서 3.1km를 왔으며 목적지인 하동호까지는 8.4km를 더 가야 합니다. 고도가 거의 비슷한 길을 한참 동안 걷노라니 임도를 만나게 되고 좌측으로 내려서니 1014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궁항마을입니다. 이는 지나온 두 번째 고개로 원래 이름이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궁항마을회관 앞에는 지리산 둘레길과 마을을 알리는 홍보물을 화보처럼 제작해 세워두고 있어 여행자 입장에서는 마을을 소개하기도 참 좋습니다. 궁항은 지형이 활의 목 형태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로서 철광맥이 있어 쇠를 구운 흔적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궁항마을회관 앞 맞은편으로 이어진 마을 도로를 따라 양이터재로 갑니다. 길을 가면서 뒤돌아보니 궁항마을회관이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대나무숲을 지나 듬성듬성 보이는 양이터마을의 가옥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고도를 높입니다. 도로 아래쪽에 간혹 보이는 민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산골의 작은 개는 지나는 길손을 오랜만에 본 듯 목이 터져라 짖어댑니다. 가는 길목의 길바닥에 “우주사고”라는 안내문이 있는데요. ET가 자전거를 타고가다 길을 잃고 추락한 우주사고 현장으로, ET 그림과 함께 부서진 자전거 하나가 콘크리트 바닥에 놓여 있는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었지만 지금은 자전거는 없어지고 안내문만 길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대숲 군락지를 지나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드디어 오늘 코스 중 가장 높은 양이터재(513m)인데요. 이곳은 하동군 옥종면과 청암면을 잇는 경계로 낙남정맥이 통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일색이어서 힘든 구간은 없습니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가면서 바라본 하동호로 이어지는 계곡이 상당히 깊습니다.
임도에서 우측의 숲으로 내려서는 길목에는 우천 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두 세 차례 작은 계곡을 건너야하는 지점에서는 비가 내리면 계곡이 범람해 건너지 못할 지경이니 꼭 이를 준수해야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숲이 많은 구간을 지나갑니다. 전남 담양의 경우 죽세공이 유명한 데 이곳 하동은 대나무로 무얼 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양쪽으로 빽빽한 대숲을 통과하니 드디어 하동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나분마을인데요. 풍수지리에 따르면 이곳은 큰물을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는데, 하동호가 생겨 그 설을 입증했으며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닭장 밖으로 나온 토종닭을 오랜만에 보네요. 여기서 좌측으로 약 2km를 가면 하동호 관리사무소가 있는 목적지입니다.
경남 하동군 청암면 소재 하동호는 하동군과 사천시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청암면 중이천이 횡천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가로막아 조성한 하동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입니다. 경남지역에서 가장 큰 농업용 저수지로 상류에는 청암계곡과 묵계저수지 및 청학계곡이 있어 여름에 많은 관광객이 찾으며,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살지만 낚시 등의 어로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동호 수문 위의 도로를 걸어가면 목적지인 하동호관리소 앞입니다. 이곳에는 하동호 대형표석과 수몰 이주민을 위한 망향의 문이 있습니다. 오늘 약 12km를 걷는데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는 비교적 단거리에 속하지만 3개의 재를 넘어야했기에 난이도로 따지면 중상(中上)은 될 듯 합니다. 이번 코스도 지난 9코스처럼 대숲을 자주 만났고 잔잔한 하동호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확 트인 하루였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0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2월 5일 (토)
▲ 코스 : 위태마을회관(상촌제)-지네재-오율마을-고개-궁항마을-양이터마을-양이터재-나본마을-하동호-하동호사무소
▲ 거리 : 11.8km
▲ 시간 : 3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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