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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지만 그동안 한반도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이 이루어지는 중무장한 지역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던 곳입니다. 정부는 DMZ에 평화를 공고히 정착시키고, 접경지역의 번영·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평화누리길(DMZ 평화의 길)을 추진합니다.
평화누리길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안 강화도에서 동해안 고성까지의 접경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트래킹 및 자전거길입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 12개 코스로 거리는 189km입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관통하는 20개 코스로 총 연장 361.2km입니다.
먼저 강원도 평화누리길 철원구간을 답사할 계획입니다. 철원은 화산암이 분출되어 이루어진 용암대지 철원평야와 그 사이를 깊이 파고든 한탄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지만, 아직도 중무장한 남북이 서로 대치중에 있는 군사작전 지역입니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는 철원에서는 소련식 건축양식의 노동당사, 백마고지 전적비, 유해발굴 지역 등 우리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평화누리길 철원 2코스 “두루미 머무는 길”은 대위리 검문소에서 출발해 양지리 쉼터 및 이길검문소를 거쳐 도창검문소에 이르는 15km의 도보길입니다. 이는 한탄강의 현무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상절리, 드넓게 펼쳐진 철원 평야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철원 2코스 출발지는 철원군 동송읍 대위리 검문소입니다. 검문소 앞에는 철원구간 코스 안내도가 있어 참고가 되네요. 이 길은 원래 자전거길로 조성된 길이라서 청색으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수로를 따라 이어지던 길은 한탄강을 만나 좌측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도로 옆에 별도의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어 보행자는 자전거가 다니지 않을 경우 안전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보길이 모두 포장되어 있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이 매우 딱딱하다는 것이지요.
한탄강변의 한국농어촌공사 동송1단 양수장 입구를 지나갑니다. 언덕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철원의 명산인 금학산(947m)이 우뚝합니다. 가야할 방향으로 이름 모를 고산들이 늘어서 있군요. 모내기를 한 논의 벼는 6월의 태양을 받아 잘 자라는 모습입니다. 목적지인 도창검문소까지는 12km를 더 가야하네요. 평화의 길 종합안내도를 지나갑니다. 한탄강을 잘 볼 수 있는 조망대는 공사중이라 진입할 수가 없어 아쉽군요.
양지리쉼터에 오니 한탄강 지오트레킹 한여울 1코스 지도, 자전거 안전모 착용, 평화누리길 2코스 지도 등 필요한 정보가 게시되어 있고 자전거길을 알리듯 쉼터의 의자도 자전거바퀴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양지리 쉼터를 뒤로하고 아취교를 건넙니다. 우측으로 간간히 한탄강의 주상절리가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정자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양지리 로터리를 지나가는데 현재 걷는 이 길은 464번 지방도로로군요.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제2땅굴입니다. 철제 울타리 오른쪽 숲은 지뢰매설지역이라서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도로변에 긴 피크닉 의자를 비치해둔 게 신통방통하네요. 도로를 벗어나 우측으로 들어가면 다시 한탄강변입니다.
길섶 민가가 있는 곳에는 완두콩과 대파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한탄강은 황토빛 물이 보이네요. 뒤돌아서면 아까 보았던 금학산과 그 뒤쪽의 고대산(832m) 능선이 멀어져 있습니다. 전방에 보이는 높은 산은 그 이름을 알 수가 없군요. 수로를 지나 464번 지방도로 옆길을 잠시 걷다가 다시 도로로 합류합니다. 한탄강 두루미를 탐조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보이는군요.
양지교를 건너는데 옆의 구교는 교각이 아취형으로 건설되어 있어 운치가 있습니다. 이길리 집단이주마을 재해복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는 도로좌측이 공사중이라서 보행자는 조심해서 걸어야합니다. 우측으로 700m 거리에 철원철새도래지 관찰소가 있다는 안내문이 있는데 2코스의 이름이 “두루미 머무는 길”임을 감안한다면 철새관측소에서는 두루미를 만날 수 있겠지요.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가노라면 이길검문소인데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도창리 검문소까지는 통행금지구간(6.6km)입니다. 이 구간은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도로가 유실되어 통행이 불가능하다는군요. 이 길은 464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곳인데 집중호우이후 무려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복구가 안 되어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당국의 조치에 아연실색할 지경입니다. 이런 일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하거든요.
오늘 10.4km를 걷는데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명색이 “두루미 머무는 길”이지만 두루미는 거의 보지 못했고 한탄강변을 걸었으나 숲으로 인해 주상절리의 진면목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전 노선이 자전거길로 조성되어 강변 가까이에서 걸을 수 없었고 마지막 통행금지구간으로 말미암아 2코스를 완보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 철원 2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6월 4일 (일)
▲ 코스 : 대위리 검문소-양지리쉼터-철새도래지 관찰소 입구-이길검문소
▲ 거리 : 10.4km
▲ 시간 : 2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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