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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지만 그동안 한반도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이 이루어지는 중무장한 지역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던 곳입니다. 정부는 DMZ에 평화를 공고히 정착시키고, 접경지역의 번영·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평화누리길(DMZ 평화의 길)을 추진합니다.
평화누리길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안 강화도에서 동해안 고성까지의 접경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트래킹 및 자전거길입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 12개 코스로 거리는 189km입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관통하는 20개 코스로 총 연장 361.2km입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평화누리길 화천구간입니다. 화천군은 면적의 86.2%가 산지로 형성된 산악지대로서 서부에는 광주산맥이, 동부는 태백산맥의 지맥들이 험준한 고산지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천지방은 한반도 내륙 중앙 산악지대에 위치해 대륙성 기상특성이 나타나고 있어 기온교차가 비교적 큰 지역이며 강수량은 중국내륙의 저기압과 여름철 남서 계절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곳에는 평화의 댐, 파로호, 살랑교, 붕어섬, 조경철천문대, 백암산 케이블카 등 명소가 있습니다.
평화누리길 화천 7코스 “한묵령길”은 미륵바위에서 출발해 꺼먹다리 및 딴산폭포를 거쳐 한묵령정상에 이르는 18.2km의 보도길입니다. 출발지인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소재 미륵바위는 조선 후기에 세워진 절터(미륵터)로 추정되는 곳에 있는 5개의 바위(오형제바위)를 말합니다. 옛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미륵터 근처에서 잠을 자는데 꿈속에 미륵동자가 나타나 시(詩) 구절(句節)을 읽어 주었고 이게 과거시험의 시제(詩題)와 같아 선비가 과거에 장원급제한 후 이곳에 미륵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화천주민들이 소원을 빌었다는 바위입니다.
미륵바위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동남쪽으로 걸어가면 멋진 다리가 보이는데, 바로 살랑교입니다.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살랑교는 화천군 간동면 대이리와 구만리를 연결하는 길이 290m(폭 3m)의 인도교인데 다리의 디자인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살랑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는 살랑교 남단의 구만리 살랑골이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입니다.
살랑교를 지나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북한강 너머 도로변 경사면에 토사유출방지를 위해 만든 시설물이 마치 기차의 창문처럼 보입니다. 대붕교 교각 밑을 통과한 후 460번 지방도로(평화로)변 S오일 파로호주유소 인근 구만교를 옆으로 지나갑니다. 해병대 화천지구 전투전적비가 세워진 곳에는 퇴역한 수륙양용장갑차 2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래의 숲을 지나면 북한강 맞은편에 보이는 발전소는 바로 화천수력발전소입니다.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소재 화천수력발전소는 일제 강점기인 1944년 경인공업지대 전력공급을 위해 준공(1호기)한 댐수로식 발전소입니다. 그런데 이 발전소는 해방 후 38도선 이북에 위치함으로써 민족의 수난과 더불어 운명을 같이해야 했습니다. 6.25전쟁 때는 북한의 역습으로 빼앗기고 빼앗는 공방전을 다섯 차례나 치른 끝에 1951년 4월 완전수복하게 됩니다.
화천수력발전소를 지나면 근대문화유산인 꺼먹다리입니다.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소재 꺼먹다리는 화천댐이 준공되면서 1945년에 건설된 다리로서, 나무로 만든 상판에 부식을 막기 위해 검은색 콜타르를 칠해 “꺼먹다리”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화천수력발전소와 함께 당시의 산업을 엿볼 수 있는 시설물이며 건립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근대 가구식 구조 교량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전 당시 중동부전선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교량이었기 때문에 전투도 치열했던 곳이며, 일제강점기 때에는 소양강과 화천간 모노레일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했습니다.
643고지 전투전적비를 지나면 딴산유원지인데요. 딴산 버스정류장에서 우측으로 살짝 들어가면 유원지가 보입니다.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소재 딴산유원지는 읍내에서 평화의 댐 쪽으로 4k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딴산은 산이라기보다는 물가에 자리하는 조그만 동산으로 마치 섬처럼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앞에는 잔잔한 풍산천이 북한강으로 합류해 낚시나 물놀이가 가능하고, 피크닉이나 캠핑을 하려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높이가 80m에 달하는 인공폭포인 딴산폭포가 있어 하절기 주말과 휴가철에는 시원한 폭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딴산폭포 위쪽의 정자까지 조성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보고 싶지만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평화누리길은 전형적인 자전거길로만 이어지며, 풍산교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됩니다. 460번 지방도로(평화로)와 풍산천 사이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걷습니다. 풍산마을의 처녀고개를 넘어가는데, 고개라고는 하지만 그냥 밋밋한 오름길입니다. 도로에는 비상시에 대비한 장애물이 두 번이나 나타나네요.
호음교 옆을 지나자 대추나무가 반겨줍니다. 농촌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앞교 옆을 지나갑니다. 대형 비닐하우스와 호박터널을 뒤로하면 큰꿩의 비름이 반겨주네요. 공원처럼 보이는 풍산초등학교를 지난 후 명승교를 이용해 풍산천을 건너 풍산천의 우측길로 가다가 삼용교를 건너 큰 도로(평화로)로 나옵니다.
평화누리길은 다시 도로 우측의 테크로 이어지는데 운동교를 건너 다시 풍산천변 우측으로 갑니다. 운동교를 건너 풍산교이정표를 따라 걸으며 고가도로 밑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이미 풍산교를 지났다는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당시에는 헷갈렸는데 이 글을 작성하며 지도를 확인해보니 바로 조금 전 통과한 460번 지방도로(평화로)가 지나는 고가육교가 풍산교였던 것입니다. 교각에 풍산교라는 이름만 적어 두었더라도 이처럼 당황하지는 않았겠지요.
길목에 보이는 평화의 길 안내문(23코스)은 현재 걷는 강원도 평화누리길과는 다른 길인지 구간의 코스가 전혀 다릅니다. 논의 벼 이삭도 이미 고개를 숙였군요. 다락교와 우장교를 뒤로한 후 한묵령로로 진입합니다. 콜펜션과 계곡민박을 지나면 민가는 사라지고 가끔 보이는 시설물은 군사용입니다. 이제부터 길은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7사단(칠성부대) 신병교육대를 지난 후 평화의댐 이정표를 따릅니다.
재안산 기도터(굿당)와 화천 드림 캠핑장 및 풍산교(아까 지나온 고가육교와 같은 이름)를 건너 계속 오릅니다. 한묵령에서 2km 구간은 공사 중이로군요. 목적지인 한묵령 정상(530m)에는 공사 중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휴게소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아무 것도 없어 매우 황량한 분위기입니다.
오늘 약 19km를 걷는데 4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코스에서는 북한강변을 걸으며 살랑교, 화천수력발전소, 꺼먹다리, 딴산폭포 등의 명소를 만났지만 딴산폭포에서 한묵령까지의 길(12.6km)은 매우 지루했습니다. 왜 구지 아무런 볼거리도 없는 한묵령 정상을 평화누리길에 포함시켰는지 모르겠네요.
☞ 사실 오늘 코스는 한묵령정상에서 출발해 미륵바위로 역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왜냐하면 한묵령정상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묵령을 오르는 대신 내려오는게 삼복더위에 한결 편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독자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미륵바위에서 출발한 것으로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이 후기가 앞으로 7코스를 답사하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 화천 7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8월 20일 (일)
▲ 코스 : 미륵바위-살랑교-꺼먹다리-딴산폭포-처녀고개-풍산초교-풍산교-7사단 신병교육대-한묵령
▲ 거리 : 18.7km
▲ 시간 : 4시간 3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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