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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그리고 휴전선의 DMZ 평화의 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DMZ 평화의 길>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총 35개 코스, 510km의 걷기여행길입니다. DMZ 초입인 민간인통제선 인근에 자리한 최전방 마을, 전적지, 평야와 강, 산악지형을 지나며 한반도 중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길입니다. DMZ 평화의 길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한 횡단노선과 투어 예약 후 방문 가능한 테마노선으로 나뉘며, 일부 민통선지역 코스는 우회로를 두어 용이하게 답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DMZ 평화의 길 양구 27코스는 양구 피의능선전투전적비에서 출발해 양구 DMZ자생식물원에 이르는 17km의 도보길입니다. 27코스의 출발지는 양구군 동면 월운리 소재 피의능선전투전적비입니다. 이 전적비는 한국전쟁당시 보병 제5사단 36연대가 미국 제2사단에 배속되어 북한군 제2군단 및 제5군단 예하 4개 사단과 5일간에 걸친 치열한 공방전 끝에 적군 1,480여 명 사살 및 70여명을 생포한 전투를 기념하고, 이 전투에서 희생된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전적비입니다.





이 고지전으로 무수한 사상자들이 쏟은 피들이 능선을 시뻘겋게 물들이자 종군기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2사단이 독일군과 맞서 싸워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지역인 피의 능선(Bloody Ridge)의 이름을 따 이곳 역시 “피의 능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목적지인 DMZ자생식물원해안입구까지의 거리는 17km이지만 해발고도 1,050m에 달하는 돌산령 정상을 넘는 게 만만치 않아 체력이 달려 부득이 단조로운 길 약 4.5km를 단축해 돌산령 터널로 진입하기 전 삼거리인 “대암산 용늪가는 길 입구”방향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453번 지방도로(펀치볼로)를 따라 계속가면 돌산령터널로 이어지지만 평화의 길은 우측 구절양장 같은 돌산령 옛길(도로)로 진입해야합니다. 이곳에서 대암산 용늪 가는 길 입구까지의 거리는 1.3km이며, 여기서부터 돌산령을 거쳐 돌산령터널출구 합류점까지는 혹한기 폭설 및 결빙에 대비하여 일반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는 차도를 전세내어 걷습니다.




이제부터 고달픈 여정이 시작됩니다. DMZ 평화의 길은 돌산령 터널 위 구불구불한 도로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돌산령 정상까지의 거리도 6km에 달합니다. 그리고 돌산령 정상의 해발고도가 1,050m에 달하므로 고도를 약 500여 미터 높이는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짙은 안개가 낀 도로를 부지런히 걷노라니 삼거리를 출발한지 약 25분 만에 대암산 용늪 가는 길 입구에 도착합니다. 양구군과 인제군에 걸쳐 있는 대암산(1,313m 또는 1,304m) 용늪은 천연보호구역 및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어 반드시 사전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이 그 입구인 것입니다. 여기서 돌산령 정상까지는 오르막길로 4.7km를 가야하므로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필자는 2년 전 강원도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이 코스를 답사하였기에 이번에는 복습하는 셈입니다. 평화누리길의 이정표는 낯이 익군요. 도로변 쉼터에서 일행을 만나 간식을 먹습니다.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30m만 떨어져도 전혀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차도는 제설작업이 되어 있어 걷기 편하지만 도로를 벗어난 지역은 그간 내린 눈이 쌓여 설국으로 변해 있습니다.





도로는 민간인들의 통행이 허용되지만 도로를 벗어난 지역은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지역)이어서 함부로 출입하여서는 아니 되며, 특히 지뢰가 묻혀 있을 수가 있다는 경고의 표지가 자주 보입니다. 또한 이곳은 산양의 주요 서식지라는군요. 지나는 길목에는 DMZ 야생화벨트 조성사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지만 겨울철이어서 야생화를 볼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조금 더 가면 우측에 무적 해변의 도솔산 전적지 입구 표석이 있는데 위령비는 우측 언덕 200m 거리에 있지만 출입을 통제해 답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는 현역 군인들이 보초를 서면서 방문객들이 도솔산지구 전투위령비를 볼 수 있도록 안내했는데 현재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2년 전 답사했던 사진을 게재합니다.



양구군 동면 비아리 소재 도솔산지구 전투위령비는 6.25 전쟁 당시 국군 해병대의 빛나는 전공을 기념하고, 도솔산지구전투에서 산화하신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위령비입니다. 도솔산지구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양구군 해안면의 도솔산(해발 1,148m)에서 1951년 6월 4일부터 국군 해병대 제1연대가 북한군 2개 사단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17일 만인 1951년 6월 20일 도솔산지구의 24개 고지를 모두 탈환한 전투로 도솔산지구작전이라고도 합니다.

이 전투에서 국군 해병대는 제1연대의 133명이 전사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북한군은 2개 사단에서 약 2,300 명이 사살됐습니다. 이 전투의 승리로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무적해병”이라는 휘호를 하사했고, 해병대 정신의 바탕이 되었던 도솔산 전투를 기리며 “도솔산가”라는 군가가 제창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도솔산전투는 양구지역 일대의 38선 이북지역을 완전히 수복해 현재의 휴전선을 고착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양구군에서는 해병대 문화축제와 추모행사로 매년 6월 “도솔산지구전투 전승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위령비 앞에는 해병대의 수륙양용장갑차가 전시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여러 기의 장승이 세워져 있네요.

위령비입구에서 돌산령 정상으로 가는데, 이곳은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이기도 하네요. 도로변에는 돌산령 정상(해발 1,050m)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양구군 동면 비아리 소재 돌산령(1,050m) 주변에는 해발고도가 1천 미터가 넘는 대암산(1,313m), 도솔산(1,148m) 등이 있으며 예전에는 해안면으로 통하는 유일한 고갯길이었으나 돌산령 터널개통으로 차량통행이 거의 없지만 DMZ 평화의 길 조성으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인접한 도솔산(1,148m)이 잘 보이겠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길을 가노라니 현지 군 부대에서 확성기로 신속하게 군사시설을 벗어나라는 경고방송을 계속 해 마음이 조급해 지면서 한편으로는 접경지대임을 실감합니다. 돌산령 정상을 지난 다음부터 길은 내리막입니다. 도솔암 입구와 제4땅굴 및 을지전망대 이정표를 뒤로하면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돌산령 도솔산 전망대로 펀치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아니합니다.

바로 2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환상적인 펀치볼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펀치볼 주변으로는 대암산, 도솔산 등 해발 1,100m 이상의 고봉들로 둘러싸여 있어 거대한 분지형태를 이루어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펀치볼(영어: Punch Bowl)마을은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침식분지로 해안분지(亥安盆地)라고도 하며, 펀치볼이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 주둔한 미군의 종군기자가 지형의 모습을 펀치를 담는 화채그릇(볼)을 뜻하는 펀치볼이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산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오르막은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었는데 내리막은 제설작업이 안되어 있어 길이 미끄러워 보행자가 걷기에 매우 힘듭니다. 겨울철이어서 강원도 지역에 눈이 내린 줄은 알고 있었지만 도로를 걷기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제설작업이 안되어 있으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해안면 만대리로 들어서자 대암샘터가 보이는군요.


대전차방호벽과 산불조심 현수막을 지나갑니다. 좌측에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숲, DMZ 펀치볼 둘레길 중 오유밭길 안내문이 있군요. 드디어 돌산령터널 출구 앞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돌산령 정상까지의 거리는 5.1km인데 우리가 내려온 거리입니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면서 대전차방호벽을 지나가면 목적지인 DMZ 자생식물원 입구입니다.













여기서 DMZ 자생식물원까지는 우측으로 250m입니다. 국립DMZ자생식물원 입구에는 펀치볼 둘레길과 오유밭길 안내도, 그리고 학사모바위가 있는데 학사모바위는 바위의 생긴 모습이 대학의 졸업식(학위수여식)에서 주는 학사모를 닮아 자녀를 도회지로 유학을 보낸 학부모들이 정안수를 떠 놓고 대학합격을 기원하던 바위랍니다. 이곳 평화의 길 이정목에 DMZ평화의 길 28코스 QR인증코드가 있습니다.






정전협정으로 탄생한 한반도의 DMZ는 흔히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군사적 완충지대입니다. 사실 이곳은 비무장지대라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철저히 무장된 채로 70여년의 시일이 흘렀습니다. 반면 사람의 출입 및 인위적인 행위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로 DMZ는 동식물의 건강한 보금자리가 되었으며 한반도의 허리를 횡단하는 DMZ는 이 땅의 중요한 생태축이기도 합니다.(자료/식물원 안내 팜플릿에서 발췌)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소재 국립 DMZ자생식물원은 DMZ의 다양한 식물자원 중 특히 북방계 지역의 식물자원을 수집·보전하고, 통일 후 북한지역의 산림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 그리고 동서 생태축을 연결하는 DMZ지역의 희귀한 특산식물을 보전하고자 조성된 수목원입니다.





오늘 12.5km를 걷는데 3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런데 걷기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런 조망도 하지 못했고 가장 하이라이트인 펀치볼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음은 유감입니다. 또한 돌산령을 하산하는 코스의 차도는 제설작업이 전혀 안되어 미끄러운 길을 걷느라 크게 고생했습니다.
《DMZ 평화의 길 양구 27코스 개요》
▲ 일자 : 2025년 12월 20일 (토)
▲ 코스 : 피의능선전투전적비(월운저수지)-(버스이동)-돌산령터널 삼거리-대암산용늪 가는 길 입구-도솔산지구전투위령비-돌산령정상-펀치볼 조망대-돌산령터널 삼거리- DMZ 자생식물원
▲ 거리 :12.5km
▲ 시간 : 3시간 4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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