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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그리고 휴전선의 DMZ 평화의 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DMZ 평화의 길>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총 35개 코스, 510km의 걷기여행길입니다. DMZ 초입인 민간인통제선 인근에 자리한 최전방 마을, 전적지, 평야와 강, 산악 지형을 지나며 한반도 중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길입니다. DMZ 평화의 길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한 횡단노선과 투어 예약 후 방문 가능한 테마노선으로 나뉘며, 일부 민통선지역 코스는 우회로를 두어 용이하게 답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DMZ 평화의 길 고양 5코스는 고양종합운동장(휴게공원)에서 출발해 파주 통일동산에 이르는 20.7km의 도보길로, 길을 걸으며 철새도래지와 철책 등 한강하구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고 심학산 둘레길, 파주출판문화단지, 공릉천, 살래길, 통일동산을 만납니다.
고양 5코스 출발지는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 옆 휴게공원입니다. 휴게공원에는 인공암벽훈련장이 보이는데 정자 옆에 평화의 길 5코스 안내문(5코스 방문인증QR코드)이 있습니다. 도로맞은편에는 일산서부경찰서가 있군요. 그런데 5코스의 거리가 무려 20km를 초과해 노약자로서 한꺼번에 걷기는 무리이므로 등산버스를 이용하여 심학산둘레길이 시작되는 동패지하차도 남단까지 이동해 B코스를 걷기로 합니다.
동파지하차도는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이 있는데 이곳은 평화누리길 6코스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걷는 DMZ 평화의 길 5코스는 평화누리길 6코스와 동일한 코스를 걷게 되어 이정표가 다소 헷갈릴 수 있으므로 이를 잘 이해해야합니다. 지하차도 위로 오르니 평화의 길 5코스와 평화누리길 6코스(출판도시길) 안내문이 있습니다.
지하차도 위쪽을 건너 우측 358번 지방도로(동서대로) 굴다리를 통과한 후 긴 계단 길로 올라갑니다. 현재 걷는 이 길은 심학산 산림공원 둘레길로 그간 내린 눈이 등산로에 그대로 쌓여있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파주시 교하읍 서남단의 한강 하류에 있는 심학산(194m)은 넓은 평야에 우뚝 솟아 있는 야트막한 산입니다. 본래는 "심악"이었으나 조선 숙종 때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도망간 뒤 이곳에 살았다고 해서 "학을 찾을 산인 심학(尋鶴)"으로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도 겨울이면 수많은 학(두루미)들이 한강하구로 날아와 월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심학산 산림공원은 심학산을 두르는 둘레길(6.8km, 2시간 소요)로 코스는 배수지-약천사-수투바위-배밭정자-낙조전망대-솔향기쉼터입니다.
숲향기쉼터를 지나 낙조전망대 방면으로 갑니다. 낙조전망대에는 한강맞은편 김포지방의 풍경사진 안내판이 있지만 눈으로 가려져 있어 무용지물입니다. 파주출판도시 뒤로 보이는 한강맞은편은 평화의 길 3코스 종점이자 4코스 출발점인 전류리포구이지요. 돌탑이 있는 정자에서 좌측으로 내려오니 심학산 둘레길이 끝나고 파주출판단지입니다. 사실 지도만 보고는 지나온 길이 이처럼 산길인줄 몰랐기에 동절기에는 등산스틱과 아이젠을 꼭 지참하기 바랍니다.
파주시 문발동 소재 파주출판도시의 정식 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 국가산업단지로 출판사 및 인쇄소와 제본소 등 출판 관련 업체들로 이루어진 산업단지입니다. 한국의 웬만한 출판사와 출판인쇄소의 반 이상이 여기에 있는데, 교보문고, 웅진씽크빅, 문학동네, 북이십일, 김영사, 창비, 다산북스 등의 본사 및 물류창고, 영풍문고, YES24, 알라딘 커뮤니케이션의 물류창고도 이곳에 있습니다. 출판사에 따라 도서관, 헌책방, 테마 도서관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으며, 출판사가 진행하는 문화행사나 강연, 콘서트 등도 유익하여 훌륭한 문화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채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돌아 출판도시 가구백화점을 지나가는데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s)가 참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책울림길을 걸어가면서 출판사 이정표를 보니 잘 알려진 예문사도 보이는군요. 파주출판단지 근린공원을 지나갑니다. 이 근린공원은 단지 내에 있는 공원으로 탐조대, 벤치 몇 개, 낮은 언덕, 나무 몇 그루, 작지만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으며 출판단지에 놀러 왔다가 산책 삼아 걷기 좋은 정소입니다.
이제부터 길은 자유로 동쪽의 일반도로를 따라 진행됩니다. 문발IC의 진출입로 교각 밑을 지나 문발교사거리에서 다시 자유로 옆길로 이어집니다. 문발교사거리에는 교하라는 글씨가 보이는데 한강과 임진강이 만난다하여 이름지어진 교하(交河)는 예로부터 천도(遷都)대상지로 주목받을 만큼 명당이라고 하는군요.
자유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입합니다. 경기둘레길 5코스 이정표에는 이곳이 목적지까지 중간지점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온누리는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입니다. 길섶에 보이는 입식석불은 그 아래 사진을 보니 전남화순 소재 운주사 부부와불의 모형 같습니다.
송촌동9반 버스정류장을 지나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주의 모습이 참으로 평온해 보입니다. 이쪽에도 다수의 카페가 있는데 상호가 모두 외래어로 되어 있지만 이 중에서도 “우연히 설렘”이라는 한글 간판이 눈에 뜨입니다. 우측에는 Eastern∼One(이스턴원)이라는 창고형 시설물이 보이는데 그 앞에는 앙증맞은 동물캐릭터가 여럿보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 주네요. 그런데 내부에는 수많은 동물캐릭터를 비롯한 장식품들이 가득해 화들짝 놀랍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인테리어소품 창고형 할인매장입니다.
다시 자유로 쪽에 가까워졌다가 조금 벗어나니 공룡천입니다. 공룡천은 양주시 챌봉(516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고양시 및 파주시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입니다. 탐조로 유명한 곳으로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맹금류를, 여름에는 뜸부기를, 가을에는 꺅도요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공룡천을 가로지르는 송촌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공룡천하류는 하천의 폭이 상당히 넓어 보입니다. 공룡천을 건너 평화누리자전거길 쉼터를 뒤로하면 탄현면시가지가 바라보입니다. 필승로 굴다리에는 “평화의 삼거리”라는 제목의 벽화가 그려져 있네요.
검단사 입구에서 좌측 살래길로 진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고생문의 시작이었습니다. 검단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라지만 왕복 300여 미터의 거리를 오갈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 그냥 살래길로 갑니다. 살래길(길이 4.2km)은 가볍게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걷는 길이라는 의미라는데 이곳 주민들은 그럴 수 있지만 이미 눈길을 10km 정도 걸은 길손에게는 발걸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자유로 맞은편 오두산(118m)에는 통일전망대가 우뚝하군요. 3개의 호텔이 보이는 곳에서 우측의 숲으로 진입합니다. 지나온 길목 어딘가에 장준하 선생 추모공원과 고려통일대전이 있었을 테지만 이정표를 만나지 못해 그냥 지나친 것 같습니다. 살래길은 몇 차례 야산의 골짜기를 지나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성동사거리 이정표를 보고 좌측으로 내려선 후 유아숲체험원과 LPG저장소를 지나면 통일동산입니다.
사실 통일동산은 지도에 녹색으로 표기되어 있어 그래도 식물이 좀 있는 공원으로 생각했는데 긴 직사각형의 광장에 이해할 수 없는 조형물 몇 점이 보일 뿐입니다. 목적지인 성동사거리에는 통일동산 관광특구 입체글씨가 있습니다. 파주시 탄현면과 성동리 및 법흥리 일원에 조성된 통일동산 관광특구(약 91만평)는 대규모 안보관광지로 이 일대에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헤이리마을, 카트랜드, 프리미엄아울렛 등 여러 관광콘텐츠가 있습니다.
파주 장단콩을 알리는 조형물이 있는 곳에 DMZ 평화의 길 6코스 QR인증코드가 있습니다. 오늘 약 17km를 걷는데 5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원래 거리에서 약 4km를 단축했음에도 상당히 힘든 여정이었으며, 심학산 둘레길과 살래길은 길이 미끄러운 산길이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거의 없었고 기온도 포근한 것입니다. 사실 이 코스를 설계한 이들이 왜 심학산 둘레길과 살래길을 코스에 포함시켰는지 그 의도가 의문입니다.
《DMZ 평화의 길 고양 5코스 개요》
▲ 일자 : 2025년 2월 1일 (토)
▲ 코스 : 휴게공원-(버스이동)-동패지하차도-심학산둘레길 전망대-파주출판단지-문발IC-송촌교-검단사입구-3개의 호텔-통일동산-성동사거리
▲ 거리 : 16.8km
▲ 시간 : 5시간 1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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