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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가 낮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산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져 오늘도 안내산악회의 등산버스에 올랐습니다. 최근 봄처럼 따스한 기온 때문에 짙은 안개가 온 천지를 뒤덮고 있어 산행을 하기에는 그리 적합한 기상조건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장거리를 이동하여 보통 11시 이후에 등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한낮에는 안개가 좀 개일지도 모른다는 가냘픈 기대를 하게 됩니다.

산행들머리인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 서암교회에 도착했을 때에도 희뿌연 안개는 그대로입니다. 오늘은 경남 의령과 합천의 경계에 위치한 국사봉에 오른 후 천황산을 거쳐 미타산을 종주할 계획입니다. 국사(國師)는 나라의 스승을, 천황(天皇)은 하늘의 황제를, 그리고 미타(彌陀)는 수명이 무한한 부처를 뜻하니 하루만에 세 개의 산을 종주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산 이름만 보면 하늘 아래 이런 곳은 없을 것입니다. 

등산로입구 도로변에는 "닥나무 시배지"라는 대형간판이 세워져 있는데, 아마도 닥나무 시험재배지를 일컫는 말 같습니다. 의령군에서 세운 국사봉 진입로 간판을 보고 마을 안으로 들어섭니다. 수령이 30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길손을 맞아하는 가운데, 의령군에서 설치한 깨끗한 등산안내도가 갈 길을 안내해줍니다. 

등산로 입구 닥나무 시배지

                         보호수 느티나무

등산 안내도


현재 한창 건축중인 한옥 뒤로 가야할 국사봉의 암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등산객들이 오른쪽으로 돌아가려니 한옥의 인부가 바로 골자기로 직진하라고 일러줍니다. 단거리코스보다는 장거리를 타려는 우리들의 의도를 모르는 탓이지요. 그렇지만 이방인을 위해 빠른 등산로를 알려주는 그 인심은 참으로 훈훈합니다.

신축중인 한옥


오른쪽으로 돌아가다가 좌측으로 방향을 바꿔 능선으로 오릅니다. 서서히 오르막으로 변하는 등산로를 쉼 없이 올라가니 반듯한 피나무재 이정표입니다. 국사봉 0.9km, 서암리 1.2km를 나타냅니다.

피나무재 이정표


낙엽이 지천으로 깔린 등산로를 걸어가노라니 붉은 모자를 쓴 노인이 인사를 합니다. 이분은 의령군에서 파견된 산불감시요원입니다. 인근의 건축물이 국천사라고 합니다. 산불감시요원은 입산자에게 불을 내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실제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진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입니다.

국천사


그렇지만 아무리 이들이 감시활동을 해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등 불을 피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때때로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몰상식한 사람들을 목격할 때마다 어물전의 꼴뚜기를 연상합니다. 어물전의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옛말이 있듯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으로 인해 일반 등산객들이 산불의 주범으로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드디어 암봉 구간입니다. 등산로 옆으로 두 개의 큰 바위가 하늘을 향해 직립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곳의 바위군은 바다에서 융기한 듯 각종 해조류와 자갈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암 봉

                           암 봉


드디어 국사봉(國師峰) 정상(688m)입니다. 가스로 인하여 합천군 초계면의 들녘도 희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가야할 미타산의 암봉도 저 멀리 아련하게 서 있습니다.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즐거움을 준다지만 오늘 보이는 것은 가스 및 메마른 땅 뿐입니다. 조그만 바위 옆에 흔들바위라는 표석이 있지만 전혀 흔들바위 같지가 않아 헛웃음만 나옵니다.  

 희미한 조망



국사봉 표석



부산국제신문 근교산행팀이 언급한 조망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표지석의 「국사봉」글씨가 씌어진 면을 기준으로 12시 방향 가장 뒤쪽이 의령 자굴산과 한우산, 1시 방향 가장 멀리로는 지리산 천왕봉이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2시 방향 조금 지나쳐 둥그스런 황매산과 그 앞 허굴산, 악견산, 금성산이 보인다. 3시 방향에 덕유산 능선이, 5시 방향 가야산, 7시 방향 화왕∼관룡산이 눈을 시원스럽게 만들어 준다.』

국사봉에서 미타산으로 가는 능선은 매우 길고 부드러운 산길입니다. 앞서 쉬고 있던 일행이 딸기를 먹으라고 합니다. 맛이 꿀맛입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명으로부터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국의 산의 공기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매우 달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지방의 호젓한 산으로 가면 그 공기가 매우 상쾌함을 느꼈지만 달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이분은 자연을 즐기는 취향이 나보다는 훨씬 고수임을 인정합니다.    

월영봉을 돌아가니 능선에 경남소방본부에서 세운 천황산 8부능선 이라는 현 위치 표시목이 있는데, 왜 <함안>이라고 명시되어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능선은 합천과 의령지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억새밭

가야할 마타산 (우측 끝)

천황산 8부능선


등산로 중간 중간에 잡목의 가지가 자꾸만 발에 걸립니다. 여름에 걸으려면 매우 힘이 들것 같습니다. 잡목 사이로 가야할 미타산의 암봉이 위압적으로 보여 저기를 어찌 오를지 은근슬쩍 걱정이 되었으나 오른쪽으로 가다가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어느 듯 미타산(彌陀山) 정상(662m)입니다. 참으로 싱겁게 올랐습니다.
솔 숲

미타산 표석


그렇지만 반듯하고 늠름한 정상표석을 보며 시름을 달랩니다. 표석 너머 암벽 위의 조망대에 섰지만 가스로 인하여 제대로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미타산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과 합천군 적중면의 경계에 자리한 산으로, 그 이름만 들으면 엄청난 고찰이 있을 듯 합니다. 미타는 "아미타불"의 약칭으로 극락세계에 상주하는 광명이 무량하고 수명이 무한한 무량수불이 바로 이 산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희미한 조망


미타산의 9부 능선에는 약 2㎞에 이르는 미타산성이 있는데, 삼국시대 축성된 것으로 보아 당시 합천 대야성과 함께 중요한 군사 요충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가노라니 넓은 공터인데 과거 유학사의 절터였던 것 같습니다. 이곳을 지나자 대형 송전철탑 아래 큰 암봉이 버티고 있습니다. 암봉을 우측으로 돌아 한참 가다가 독도(지도 읽는 법)를 할 줄 아는 베타랑 등산객이 아무래도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송전철탑 암봉


글쓴이가 나침반을 꺼내 확인해 보니 산악회가 제공한 등산개념도에 따라 우리는 동남쪽으로 가야하는데 그만 북북동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송전철탑아래로 되돌아와 좌측으로 내려서서 원래의 목적지대로 갑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몇 차례 넘고 나니 무덤이 있는 무명봉입니다. 등산 전문가는 이곳이 시루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등산로가 그만 끊어지고 맙니다. 나 혼자라면 당연히 되돌아가서 등산로를 따라 우측으로 빠질 것인데, 이런 길을 즐기는 등산프로들이 그냥 <길 없는 길>을 치고 내려갑니다.

하는 수 없이 이들을 따라 내려갑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이런 산행은 글쓴이가 제일 싫어합니다. 길 없는 길을 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 진퇴양난이고,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발목을 삐면 더욱 낭패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낭떠러지를 만나지 않고 계곡에 도착한 게 천운입니다. 도로를 만나니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천년고찰 유학사(留鶴寺)입니다. 사찰의 전각과 배치는 매우 엉성하게 보이지만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 때에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유학사 현판

극락전

5층석탑


유학사는 원래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미타산의 8부능선에 자라잡고 있었으나 조선초기 태조 이성계의 왕사를 지낸 무학대사가 유학사에 들러 사찰이 앉은 위치가 풍수지리에 맞지 않다고 하여 지금의 위치에 절을 옮겨왔다고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부근의 형세가 마치 날아가는 학의 형상을 닮았는데, 예전에 유학사가 있던 자리는 그 학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였다하니 학의 머리에 절이 앉아서는 안되므로 지금의 위치에 사찰이 있어야만 학이 마치 절을 품고 있는 형상이 되어서 좋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찰의 이름도"학이 절을 품은 채 머무른다"는 뜻으로 유학사라 하였답니다.

그렇다면 이 사찰은 현재의 위치에서 약 600년이 경과된 것입니다. 유학사의 현판만이 오래된 사찰임을 알려 줄 뿐입니다. 본당인 극락전에 단청이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경내에는 5층석탑이 있지만 사찰의 내력에 관한 아무런 안내문도 보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극락전 앞의 두 그루 배롱나무는 흰색과 붉은 색 꽃을 피운다고 하니 꽃피는 계절에 오면 사찰의 분위기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교량을 건너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2)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2월 7일 (토)
△ 등산 코스 : 서암리 서암교회-피나무재-국천사-국수봉-월영봉(우회)-천황산(8부능선)
                     -미타산-시루봉-유학사 주차장

△ 소요 시간 : 4시간 35분
△ 산행 안내 : 산악랜드


☞ 산행들머리 가는 길 : 88올림픽 고속국도 고령IC를 빠져 나와 33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다가
                                  합천시가지를 지나 황강을 건넌다. 대양에서 1011번 지방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봉수와 부림방면으로 가다가 서암리에서 하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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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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