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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단지에서 바라본 자굴산


의령의 자굴산은 고을의 주산이요 진산이면서 정기 맑은 영산이자 이름난 명산입니다. 해발 897m의 홑 산이지만 부드러운 산세에 기암괴석이 많은 산자수명의 이름다운 산입니다. 30만 내외군민의 올곧은 기질과 늠름한 기상에 넉넉한 심성 등은 모두 이 산에서 비롯되었다 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품 같이 느껴지는 산이라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일 뿐 아니라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 많이 배출된 정통 반향(班鄕)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산 이름 한자의 "자"는 성운의 망대의 뜻이고, "굴"은 우뚝 솟아 높다는 뜻입니다.』(자료 : 자굴산 정상 돌비석). (☞ 자굴산 표기의 한자어는 글자가 까다로워 아래한글 사전에 나오지 않으니 아래 안내석 사진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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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인내석
 

경상남도 의령군 가례면·칠곡면·대의면 일대에 걸쳐 있는 자굴산. 위 글을 보면 의령군민들이 자굴산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북쪽으로 한우산과 산성산이 같은 줄기에 뻗어 있어 안내산악회에서도 근래 찾는 이가 많아진 산입니다.

산청에서 의령으로 이어지는 20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의령군 칠곡입니다. 여기서 좌회전해 1013번 지방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조금 진입하면 산행들머리인 진등마을입니다. 자굴산을 알리는 표석을 보니 반가운데, 그 안쪽의 안내도판은 찢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습니다.(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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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등 등산로 입구


등산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발걸음을 재촉함에 따라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립니다. 이미 한여름 같은 날씨입니다. 추위로 인해 손을 호호 불며 사진을 찍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기운을 느끼다니 세월은 정말 빠르게 흘러갑니다.

정자가 세워진 절터샘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먹고는 왼쪽 길 대신 곧장 직진합니다(12:36). 너덜지역이 나타나더니 곧 가파른 철계단입니다. 안부에는 금지샘이 있습니다. 금지샘은 약 20m 높이 바위벽을 가른 홈통바위 안쪽에서 솟는 샘으로 어떠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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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터샘


그러나 금지샘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가 이곳에 침입하여 말에게 물을 먹이려고 하자 물이 갑자기 말라버렸다는 전설이 전합니다. 또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이 그 경관에 홀려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노닐었다는 명경대도 있습니다.(자료 : 두산백과사전).

다시 위로 오르니 돌무덤(케언)이 나오고 곧 이어 드넓은 자굴산 정상입니다(13:07). 4.5km의 거리를 1시간 30분만에 올랐으니 참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람한 체구의 정상표석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 옆에는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돌비석이 보입니다. 정상에 서면 철쭉명산인 황매산과 남한육지의 최고봉인 지리산이 잘 조망된다고 하였지만 사방팔방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희뿌연 가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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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정상 표지석


북쪽에 위치한 한우산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고도를 점점 낮춤에 따라 화사한 철쭉이 반겨줍니다. 정상 부근에는 철쭉이 전혀 필 생각도 하지 않는데 비해 아래쪽에는 반쯤 피어났습니다. 큰 둑처럼 생긴 지대를 통과하면서 동쪽인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례천따라 평화로운 마을과 경지정리를 한 반듯반듯한 논밭이 내려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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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쭉 너머 보이는 한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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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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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뒤로 보이는 가례천


사람의 키보다도 훨씬 큰 철쭉 군락지를 지나니 쇠목재(굴다리)입니다. 자굴산 관광순환도로가 통과하는 곳입니다. 굴다리 옆 나무 밑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해 줍니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간간이 나타나는 철쭉을 동무 삼아 설렁설렁 나아갑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자굴산과 그 능선이 선명합니다. 한우산 철쭉 군락지에 다다르니 생뚱맞은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이미 한우산을 지나 640m를 왔다는 것입니다.

가야할 방향의 산정에 큰 표석이 서 있는 것으로 봐서 도착하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이는 틀림없이 현재 한우산의 정상위치가 그 전과는 달라졌다는 증거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시정하지 않은 행정당국의 무성의가 이토록 여행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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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 철쭉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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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이정표 뒤로 보이는 지나온 자굴산

 
이곳은 한우산 중에서 가장 이름난 철쭉 군락지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합니다.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의령군에서 철쭉제를 개최하고 또 한우산 정상표지석 제막식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다만 이곳까지 임도가 개설되어 있는 점이 다소 이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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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른 한우산(寒雨山, 764m) 정상. 차가운 비가 내리는 산이라고 하여 우리말로 "찰비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제막식을 앞 둔 정상표지석도 자굴산처럼 기품이 있어 보입니다. 좌대를 놓고 그 위에 올려둔 돌을 참 잘 선택했습니다. 충청북도지역의 산에서 흔히 보는 직사각형 형태의 오석(烏石)으로 만든 표석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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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 정상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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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의 능선까지 연결된 도로


한우산에 서니 남쪽으로는 지나온 자굴산이 두루뭉실하고, 북쪽으로는 가야할 산성산이 빤히 바라보입니다. 동쪽과 서쪽방향으로는 마을이 있지만 가스로 인해 희미합니다. 특히 서남쪽으로는 저수지가 여럿 있지만 하나도 분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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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에서 뒤돌아본 자굴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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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가야할 산성산의 모습

 
한우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인데, 오색 무지개 빛 기구를 타고 푸른 창공을 나는 패러글라이더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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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쭉


찰비고개를 지나가니 왼쪽에 촛대바위가 위치해 있어, 이곳에서 산의 능선을 향해 바라보는 기암괴석이 매우 운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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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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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세 번째로 오른 산성산(741m) 정상. 이번에는 비석 같은 표지석과 돌무덤이 반겨줍니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한우산과 그 뒤로 자굴산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서쪽의 외초리마을도 희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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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산에서 되돌아보면 지나온 한우산과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는 자굴산이 보임.
 
 
억새 밭과 철쭉 밭이 어우러진 지대를 지나 하산합니다. 능선에서 우측으로 비스듬히 내려서는데 이 곳은 주 등산로는 아닌 듯 합니다. 진양기맥의 동이봉(502m)을 바라보며 묘지를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니 차도입니다. 몇 사람의 등산객은 지나가는 경찰백차를 얻어 타고 산행종점인 정동교로 가지만, 길손은 아직도 걸을 힘이 남아 있기에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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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서 바라본 동이봉


그러나 날 머리까지 길은 차도로 연결되어 무척 피로합니다. 포장도로에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딱딱한 느낌이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벽계마을을 지나가는데 길섶에는 한 촌노가 막대기형태로 자른 대나무 한끝을 뾰족하게 다듬는 중입니다. 이렇게 하면 밭의 가장자리에 말뚝으로 박아 울타리로 사용하기에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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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손질하는 농부


다랑이 논처럼 작은 논에 물을 댄 모습이 곧 모내기를 할 모양입니다. 노송 숲 뒤로는 선암산(528m)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벽계야영장을 지나 정동교를 지나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16:35). 오늘 산행에 약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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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저수지


교량 곁에는 오래된 가옥 몇 채가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입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진입로는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데, 일부 가옥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우편함엔 주인을 기다리는 빛 바랜 편지가 가득합니다. 영산홍이 곱게 피어있는 민가엔 할머니 두 분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우리의 농촌이 활기차게 될 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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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잃은 우체통


마을 안쪽 언덕에는 애기똥풀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습니다. 오늘 산행을 하며 제비꽃, 양지꽃, 각시붓꽃, 산괴불주머니, 미나리냉이 등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목격했습니다. 하루 산행을 나와 미답의 산 세 개의 정상을 밟았으니 이른바 일석삼조(一石三鳥)입니다. 산과 산사이의 잘록이(안부) 외에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등산로였기에 3개의 산 이어 걷기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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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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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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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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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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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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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불주머니


《산행 개요》

△ 산행 일자 : 2008년 4월 30일(수)
△ 산행 거리 : 약 14km
△ 산행 시간 : 4시간 55분
△ 산행 코스 : 진등마을-절터샘-금지샘-케언-자굴산-쇠목재-철쭉군락-한우산-
               찰비고개-촛대바위-산성산-무덤-벽계마을-벽계저수지-정동교
△ 안내산악회 : 정 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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