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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다음 뷰(VIEW)에 어느 병사가 완전군장을 하고

모래사장을 왕복하며 걷고있어 벌을 서고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겉으로 보면 지휘관이 참으로 매정해 보이지만,
오래 전 모진 기압을 받으며 군대생활을 한 사람들은
솔직히 "뭘 그 정도 가지고!"라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글쓴이가 복무했던 1970년대 초만 해도
고참병의 구타는 거의 생활이 되다시피 했고,
지휘관은 시도 때도 없이 매(몽둥이)를 들었다.


필자가 울진 해안에서 졸병생활을 하던 어느 여름날 새벽
마지막 조 보초(해안 경계근무)교대를 나갔더니
마침 인근에서 보초서는 친구가 같은 졸병인 L이병이었다.
원래 보초는 자기 경계구역이 있기 때문에
구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순찰해야 하며
한곳에서 머물거나 인근 보초와 함께 잡담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인근 보초도 단짝이고 새벽 바다공기도 싸늘해
춥고 졸리기까지 하여 둘이서 바위 밑으로 들어가
고참들 욕하며 신세타령을 하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밤새 보초 교대하느라고 들락날락 했으니 참으로 꿀맛 같은 잠이었다.
(참고로 그 당시 야간 경계근무는 하룻밤 3번 나갔으며,
이날은 세 번째 마지막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새벽 날이 새기 전에 깨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을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자 버렸으니 분초에서는 난리가 난 것이다.
분초장은 전 분대원을 풀어 수색에 나섰다.


혹시 병사들이 간첩한테 잡혀가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보초를 서다가 실족하여 죽지나 않았는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분초장의 지휘책임도 크기 때문에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 하였다.


그런데 고참 하나가 바위 밑에서 자고 있는 졸병 둘을 발견했으니
눈이 뒤집힐 만도 했다.
우리를 발견한 고참병의 한마디가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

「너희 둘은 이제 죽었다.」

그는 평소 깐깐하기로 이름난 최 고참병이었다. 


분초에 도착하니 분초장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하이에나 같은 눈을 하고는 일갈했다.

「지금까지 네가 마산 출신이라고 많이 봐 주었는데, 오늘은 내가 얼마나 악한 놈인지를 보여 주겠다.」

분초장은 일반하사로서 마산 출신이었다.  
(분초장과 필자는 마산 소재 다른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실제로 고향도 달랐다.) 


사실 그 동안 분초장이 나를 봐 준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무슨 x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설마 네가 사람을 잡아먹기까지야 하겠느냐고 자문자답하면서
기합의 준비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분초장은 분초원들에게 긴 몽둥이(5파운드 삽 자루)를 준비하고
항고(군용 밥통)에 물을 떠오게 한 후
사병들을 고참순으로 일렬로 정렬시켰다. 
그런 다음 L이병과 나를 벽쪽으로 세워 놓고 바지를 내려 팬티가 보이게 한 후
뭉둥이에 물을 묻힌 다음 3대씩 때리게 했다. 

                              ☞ 위 사진은 함께 기합을 받았던 이종환이병(우측) 좌측은 필자
                                  /군의 보급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헤진 바지를 기워 입었다.        




매라는 것은 연속적으로 맞으면
서너 대 이후에는 별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몽둥이(빠따)에 물을 묻혀 한 대 때리고 쉬었다가
또 한 대 때리는 식으로 고참들이 돌아가며 속된 말로 타작을 하니
정말로 아파서 죽을 노릇이었다.


이게 소위 "줄빠따"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보초를 서다가 잘못하여 맞았기에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
분초(9명)이기에 망정이지 소대(36명)였다면 정말 살아남지 못할 뻔했다. 


이토록 죽도록 맞아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군의무병을 부르지도 않은 채 후유증이 없었던 것은 정신력의 결과였다.
이때부터 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소위 깡다구를 배웠다.


지금도 그 당시 매맞은 때를 회상하면 모골이 송연해 지지만
오늘날 웬만한 악플에도 그냥 쓴웃음 지으며 넘어가는 것은
이때 습득한 깡다구 덕분이다.     


☞ 그 때 보초를 함께 서다가 몽둥이찜질을 당했던 이종환 이병!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연락하기 바란다. 보고 싶다, 친구야!

☞ 맨 위 사진은 방공포대원의 경계근무 모습(자료 : 자랑스런 공군가족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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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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