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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시 입고간 셔츠와 비슷한 디자인의 옷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이 군대생활이다. 글쓴이가 복무할 때인 1970년대 초만 해도 육군사병들의 군 복무기간은 35개월 정도였는데, 이제는 24개월로 단축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는 마산에서 집합하여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논산훈련소 연무대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제일 처음 목격한 것은 기간사병들의 대기병 기합주기였다. 물론 그 당시에도 구타는 금지되어 있어 구타를 할 경우 사병의 가슴에 부착된 고유번호를 신고하도록 장교가 나와서 고지는 하였지만 그것은 말뿐이었다. 기간사병의 말을 삐딱하게 받아들인 한 대기자에게 가해진 것은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한 몽둥이세례였다.

대기실에서 신체검사를 받으며 기다리는 날짜는 군복무일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빨리 신체검사를 끝내고 군번을 받아야 한다기에,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이틀만에 군번을 받는 행운을 잡았다.   


논산훈련소에서 빼앗길 뻔한 고급셔츠


때는 1970년 2월 하순, 기간사병의 안내로 이발소로 가서 머리를 빡빡 밀고 탈의실에 들어가니 횐 보자기를 하나씩 주면서 입대할 때 입고 온 옷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벗어서 그 주머니에 담고 고향주소를 적어서 내라고 하였다.

나도 옷을 벗어서 주머니에 담고 있는 데 기간사병 한 명(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소속한 소대의 내무반장이었다)이 나에게 "이 셔츠는 고향으로 보내지 말고 군용 백(따올 백)에 담아라"는 말을 남기고는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셔츠를 군용 백에 넣는 척하다가 기간사병이 사라지자 바로 고향으로 가는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 옷은 내가 은행에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그 당시 서울미도파백화점에서 구입한 고가의 옷(월급의 1/3을 투자)으로서 순진하게도 입고간 옷은 모두 집으로 보낸다는 말만 믿은 것이 그만 독사(?)의 눈에 발각된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 옷을 그냥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구보로 논산 제2훈련소 30연대 3중대 x소대로 가서 내무반에 도착하자마자 내무반장이 들어와서는 훈련병중에서 사제(私製)옷을 가진 병사들은 모두 앞으로 꺼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한사람도 옷을 내어놓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한사람 한사람씩 허리춤을 들추어보니 여러 명의 병사들이 군용 팬티 안쪽에 집에서 입고 온 팬티를 입고 있었고, 그는 팬티를 면도칼로 쭉 찢어 침상마루에 집어던졌다. 팬티 안쪽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주머니를 달아 비상금을 넣어둔 것도 모두 탄로가 나서 압수 당하고 말았다. 그 다음 내무반장은 큰기침을 한번 하더니 아까 셔츠를 넣어둔 병사는 빨리 침상 앞에 꺼내 놓으라고 하였다.

나는 저 친구가 혹시 내 얼굴을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네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모두 머리를 빡빡 밀은 50명의 신병 중에서 나를 어찌 알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숨을 죽인 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주시했다. 

내무반장은 몇 차례 내무반 통로를 왔다갔다하면서 병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관찰 하다가 나중에는 군용 백에 들어있는 옷들을 전부 앞에 꺼내 놓게 한 뒤에 다 뒤져보았다. 이미 고향행 주머니에 담긴 옷이 내무반장이 뒤진다고 나올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옷이 나오지 않자 "이 새x들이 착한 사람을 악한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원산폭격이라는 기합을 주고 욕을 퍼부었다. 그러다가 끝내 소득이 없자 "이상하다, 이 내무반이 아닌가봐!"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단체기합을 받은 동료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는 내 셔츠를 빼앗기지도 않았고 집으로 보낸 사실을 들키지도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신병의 옷을 빼앗으려 한 자가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니 개도 웃고 소도 웃을 노릇이었다. 

설마 요즘에도 입영자가 입고간 옷을 탐내는 병사들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39년 전만 해도 군대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그토록 모진 훈련과 기합을 받으며 국방의무를 완수한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왜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인지 무식한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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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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