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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 안동을 지나 문경새재가 가까워지면 오른쪽으로 꼭 기와지붕 같은 산줄기가 보이는데 이 산이 바로 문경의 명산인 주흘산입니다. 이 주흘산 맞은 편 서쪽에는 조령산이 있으며, 이 산은 이화령에서 조령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입니다.

동서로 솟은 주흘산과 조령산의 사이 계곡에 위치한 길이 바로 대한민국 명승으로 지정된 문경새재입니다. 새재라는 이름은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고개로 한자로는 조령(鳥嶺)이라고 합니다.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년(1414년) 개통된 벼슬길로 영남지방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중 가장 유명하며 조선시대 옛길을 대표합니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관도로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 등 3개의 관문과 원(院)터 등 주요 관방시설과 정자와 주막 터, 성황당과 각종 비석 등이 옛길을 따라 잘 남아 있고,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길로서 수많은 설화가 내려오고 있는 등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큰 옛길입니다.

과거 영남지방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다닌 길은 추풍령, 죽령, 그리고 이곳 조령이었습니다. 그런데 추풍령 길은 거리가 너무 멀었고, 죽령 길은 과거시험에 죽죽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어 선비들은 이 조령 길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하네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만 4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과 부산 및 마산의 동문들이 모여 합동으로 문경새재를 걸었습니다. 약 80여명이 모였는데 까까머리 청소년이었던 학우들은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져 반백의 장년으로 변했습니다.

 새재주차장


새재 주차장에 모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 양쪽에는 식당이 즐비한 가운데 장딴지보다도 굵은 칡을 진열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만약 수입산이라면 1천만 원을 보상해 주겠다는 글귀도 보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며 정말 놀란 것은 보통 산에서 캐 먹은 칡도 이제는 수입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우리 농산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도로 좌측으로 아담한 공연장이 보입니다.


 공연장


우측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새재박물관이 주변 산의 스카이라인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가능하면 호젓한 곳의 숙박시설도 이처럼 한옥냄새가 풍기도록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에 새긴 달마상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새재박물관

 나무조각상 


 

제1관문인 주흘관 앞은 넓은 광장입니다. 나중에 잔디가 푸르면 매우 경치가 좋을 것이지만 지금은 상당히 황량해 보입니다. 관문을 통과하면 경북100타임캡슐광장이 나오고, 이어서 각종 비석군이 등장합니다.
 제1관문 광장


 제1관문 주흘관


 타임캡슐광장


 비석군


좌측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활용되는 오픈 세트장입니다. 건물이 모두 130동입니다. 천추태후와 대조영 같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었습니다. 시간이 있을 경우 둘러보면 과거로의 시간 속으로 빠질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칩니다.

 오픈세트장 조감도

 보행로에서 본 오픈 세트장


 

기름을 짜는 도구인 지름틀(경상도 사투리) 바위를 지나면 조령원터입니다. 조령원은 고려 및 조선시대 공용으로 출장하는 관리들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시설입니다.
 조령원 터


꾸부러진 멋진 소나무아래 위치한 정자인 교귀정은 조선시대 임금의 명을 받은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계인수하던 장소입니다.


 교귀정


계곡에는 명경지수 같은 청정한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정된 차량이외에는 통행이 제한되어 있어 물의 오염이 없는 탓입니다. 오늘날 후세들이 자동차통행이 없는 문경새재 길을 걷게 된 것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계곡의 물


돌탑이 쌓여있는 소원성취탑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오가는 선비들이 하나 하나 정성껏 쌓았을 것입니다. 그 옆에 있는 "산불됴심" 비석은 산불조심이라고 쓰지 않은 것만 보아도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불됴심 비석


물레방아를 지나면 조곡폭포입니다. 갈수기라 수량이 많지 않네요.

 조곡폭포


제2관문인 조곡관을 지나면 좌측에 약수터가 보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들어가 과거 선비들이 다녔던 옛길을 걸으며 조상들의 체취를 음미할 수도 있지만 그냥 큰길로 계속 걷습니다.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은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길목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오르면 조령산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가면 마패봉(마역봉)을 지나 북쪽으로 연결됩니다.

 조령3관문


3관문을 지나면 "백두대간 조령"임을 알리는 거대한 표석이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이제부터 길은 내리막입니다. 좌측의 계곡에는 조령산 자연휴양림이 위치해 있고, 우측에는 마패봉에서 가지를 친 능선이 신선봉으로 이어집니다. 신선봉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에 그야말로 신선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백두대간 조령 표석

신선봉 표석과 큰 소나무 그리고 이화여대 생활관을 지나면 괴산군 연풍레포츠 공원입니다. 공원에 도착한 일행은 각기 준비한 먹을거리를 꺼내놓고 배를 채웁니다. 마지막 헤어지기 직전 3학년 반별로 구분해서 사진을 찍으며 학창시절로 되돌아갑니다. 6.25전쟁이후 모진 보리고개와 격동의 소용돌이를 겪은 주역들은 어느 듯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오는 별 볼일 없는 세대로 변했습니다. (2010. 4. 17)

                                                          신선봉 표석

 42년만의 만남 

☞ 문경새재길의 분위기가 지금은 다소 황량하지만
    꽃과 단풍이 피는 계절에 방문하면 그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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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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