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애리 역의 성현아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21회에서는 한마디로 여러 사건들이 정신 없이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윤나영(신은경 분)이 호적상 아들 김민재(유승호 분)가 생모 양인숙(엄수정 분)을 찾아가서 돈독한 모자간의 정을 나누는 것을 훔쳐보고 오열한다거나, 윤나영이 아직 딸임을 모르는 친딸 백인기(서우 분)의 스케줄을 관리하면서 그녀를 꼼짝 못하게 묶어 두는 것은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이번 회의 태풍의 핵은 대서양그룹 김태진(이순재 분) 회장의 차남 김영준(조성하 분)의 아내였던 남애리(성현아 분)입니다. 그녀는 남편인 김영준이 사귀는 여자가 김영민(조민기 분)의 처형임을 알았고, 김영민에게 아내인 윤나영이 시집오기 전 애를 낳은 사실을 폭로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동서인 윤나영에게 자기남편이 사귀는 여자가 바로 나영의 언니인 윤정숙(김희정 분)이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이 외에도 김태진 회장의 장남인 김영대(김병기 분)는 남애리의 숙부인 남 장군과 밀담을 하면서 아버지 김태진을 몰락시키고 대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내통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이를 알고는 아들을 발길질합니다. 상당히 많은 비밀자료가 이미 남애리 측에게 전달되었고 검찰에서 자료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 언제 압수수색영장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이에 대비해 비자금 관리담당 홍 변호사는 비밀장부를 집으로 가지고 왔는데, 집도 안전할지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 윤정숙을 찾아가서 행패를 부린 남애리
미스코리아 출신 남애리 역의 성현아는 윤나영 역의 신은경을 뺨칠 정도로 악역을 잘 소화해 냅니다. 사실 남편 김영준은 정략결혼한 아내와는 전혀 사랑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영준은 울산 방어진에서 순수한 여자 윤정숙을 만난 후 아내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 상태입니다. 이미 그는 아내가 박덕성(윤세창 분)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랑 없는 그녀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반면, 남애리로서는 남편과의 이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대서양그룹을 반드시 남편이 물려받아야 자신이 이 재벌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애리는 남편이 회사의 자재와 인부를 동원해 애인인 윤정숙을 위한 양로원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현지에 내려가서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특히 그곳에서 김영준과 윤정숙이 주고받는 따스한 눈길을 보며 눈이 뒤집힙니다.
남애리는 곧장 방어진 횟집으로 갑니다.
"아줌마 나 좀 봐요!"
종업원 아주머니가 뭔 일이냐고 물어보자 "넌 저리 비키라"며 확 밀쳐버립니다.
"아따! 이 양반이 불문곡직 사람부터 치네!"
이 말을 무시하고는 윤정숙을 부릅니다.
"저기~ 나 좀 보자고!"
넘어졌던 아줌마가 일어나 자꾸만 말을 더듬자 남애리는 꽥 소리를 지릅니다.
"넌 저리 비키라고 했지?"
남애리의 기세등등 함에 아줌마가 물러서자 그녀는 윤정숙의 앞으로 가서는 큰소리칩니다.
"넌 내가 누군지 알지?"
"지는 모릅니더!" 윤정숙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난 김영준의 와이프야! 대서양건설 사장 김영준! 너 어떡하려고 우리 남편한테 만나자고 그런 거야?(이 부분의 말이 분명치 않음)"
보다 못한 남자가 나섭니다.
"보이소? 보아하니 배우신 분 같은데~"
"배운 년이 더 쌍스럽다는 거 몰라?" 또 소리를 꽥지릅니다.
"뭐? 양로원? 니 주제에 무슨 양로원?"하면서 야채 바구니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칩니다. 그리고는 "이거 우리 남편한테 다 뜯어 낸 것 아냐?"라면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집니다.
"다들 나가! 집에 불을 질러버릴 테니까!"
그리고는 주방으로 들어와 그릇을 마구 집어 던지며 행패를 부립니다. 악녀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순간입니다. 김영민이 급히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형 영준에게 홍 변호사가 남애리에게 공자장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전달합니다. 김영준이 다급하게 방어진횟집으로 달려가자 난장판으로 된 집에는 윤정숙이 없습니다. 횟집 사람은 영준에게 왜 거짓말을 하여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하소연하며 정숙이가 잘 가는 갯바위에 가보라고 합니다.
▲ 윤정숙과 김영준의 애절한 러브라인
갯바위에는 윤정숙이 와 있습니다. 영준은 숨길 생각은 없었고 사실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부터 문득 윤정숙을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답니다. 정숙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화답합니다. 영준은 동생 영민이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해서 이미 정숙이 영민과 관계되는 사람인 줄을 알았고, 정숙도 영준이 나영의 남편 영민과 함께 있어 이 사실을 눈치챘답니다. 그런데도 윤정숙은 영준이 유부남임을 알면서도 자기의 욕심으로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둘은 애절한 사랑을 서로 확인했지만 포옹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김영준은 허공에 대고 울분을 토로했지요. 남동생의 처제(윤정숙)와 여동생의 형부(김영준)간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김씨 가문에는 음탕하고 더러운 피가 흐른다고 막말한 남애리
남애리가 별장에 있는데 급히 자동차를 몰고 온 김영준이 남애리를 째려보기만 하다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냥 나가 버립니다. 남애리로서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남편이 왜 윤정숙에게 행패를 부렸느냐고 따졌더라면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을 것입니다.
남애리는 밖으로 나와 소리칩니다.
"야! 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자존심 꺾고 그년을 찾아가 행패를 부린 건데, 날 비웃어? 너는 얼마나 잘난 인간인데! 야! 상태가 되는 여자하고 바람을 피워! 남이 알까봐 창피해서 말도 못 꺼내겠다!"
안으로 들어온 남애리는 양주를 거푸 마십니다. 김영준이 형수를 말립니다.
"그 인간 하는 짓 봤죠? 날 찾아와서 아무 말도 안하고 돌아서는 거! 날 무슨 징그러운 벌레 보듯 쳐다보고 있잖아! 나한테 눈꼽만한 정이 남아 있으면 그렇게는 못할 거예요. 차라리 화를 내든지, 날 두들겨 패든지, 그게 정상 아니냐고요?"
김영준이 또 술을 마시려는 형수를 말립니다.
"놔! 너도 똑같애! 제 정신이면 형을 말렸어야지! 나 이런 꼴보고 싶어서 모른 척 한 거 아니야?"
"형하고 그 여자 형수가 상상하는 그런 관계 아닐 겁니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그년을 위해 양로원을 지어 주고 있잖아!"
그러면서 또 술을 마시자 영준은 형수에게 그만 하라며 잔을 빼앗습니다. 이에 남애리는 해서는 안될 말을 내뱉습니다.
"도대체 어떤 관계인데? 남녀가 만나 할게 뭐 있다고? 플라토닉러브? 그 나이에? 김씨 형제들 핏속에 아버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 몰라? 더럽고 음탕한 피!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김태진 회장의 그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다고!"
"그 여자 민재 엄마 언니예요! 형도 그걸 알고 있는데, 형도 그 여자가 여자로 보였겠어요?"
씩씩거리던 영민이 위층으로 가려하자 남애리는 등뒤에 대고 소리칩니다.
"김씨네 형제들은 불리해 지면 도망치는 버릇이 있네! 비겁하게! 그 여자가 윤나영이 친언니란 말이지? 그 여자가? 하하하! 재미있네! 고상하신 김영준 씨가 동생의 처형을 건드렸다? 하하하!"
뒤돌아본 영민이 차분하게 말합니다.
"형수는 형을 비난할 자격이 없어!"
"무슨 자격?"
"한번이라도 형을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어? 형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건 당신이라고! 남애리 당신!"
"잘하면 형수한테 손찌검하시겠네!"
"나 같았으면 당신하고 벌써 헤어졌을 거야! 또 한번 내 가족을 모욕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남애리가 터뜨린 시한폭탄 두 개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영민에게 시한폭탄 한 개를 터뜨립니다. 이 말을 들은 영민이 아내인 윤나영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니 마누라 단속이나 잘해! 윤나영이 어떤 년인지 알아? 너한테 시집오기 전에 애까지 뱄던 년이야! 지금이라도 물어 보시지? 어떤 놈 애를 뱄었는지!"
귀가한 남애리를 본 윤나영은 "형님, 한바탕 했다면서요? 무식한 여편네는 그렇게 다루어야 한다"고 추겨 세웁니다. 남애리는 "그 무식한 여편네가 지 여동생이 윤나영이라고 그래! 내 남편이 누구랑 바람 피는 줄도 몰랐어?"
드디어 두 번째 시한폭탄이 터집니다. 윤나영은 남애리가 박덕성과의 불륜사실을 터뜨릴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 김영준은 이를 이미 알고 있으니 큰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요. 그렇지만 김태진 회장의 가족들에게는 큰 거부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현직 장관이라는 친정아버지와 숙부인 남 장군의 권세만 믿고 김태진의 배다른 장남 김영대를 회유한 남애리와 그 친정 그리고 대서양그룹을 지키려는 김태진과 김영민-윤나영 부부의 숨막히는 대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회는 남애리 역의 성현아가 도도한 악역본성을 유감 없이 드러내며 종횡무진 활약한 1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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