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역의 박시후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 세령 역의 문채원
▲ 수양대군 일파의 치졸한 음모
처음부터 김종서(이순재 분)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는 문종(김동환 분)의 딸인 경혜공주(홍수현 분)의 남편이 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KBS 홈페이지를 보면 경혜공주의 남편은 정종(이민우 분)이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승유가 문종의 부마(사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제4회를 보면 이를 저지하려는 수양대군과 그 무리들이 선택한 방법은 너무나도 졸렬하고 치사하며 비겁하다는 것입니다.
수양대군일파가 국혼을 방해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이미 지난 제3회에서 수양대군의 수하인 한명회(이희도 분)는 관상감과 그의 어린 가족2명을 납치하여 산에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시키려 하였습니다. 자기 혼자이면 무슨 고초도 겪겠지만 어린 자식까지 죽이려는 협박에 놀란 관상감은 한명회가 품속에서 꺼내주는 경혜공주-김승유의 날조된 궁합을 어전에서 앵무새처럼 그대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부마를 간택하는 날 수양대군 무리의 종친들은 편전에서 알현을 요청하고는 경혜공주의 궁합수가 불길하다고 합니다. 이에 관상감이 나타나 "이번 궁합은 불이 큰 숲을 태워 죽이고 이로 인해 작은 숲 마저 태울 형국"이라고 읊조립니다. 여기서 불은 김승유이며, 큰 숲은 경혜공주, 작은 숲은 세자(단종)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양의 전횡을 막고 자녀를 지키기 위해 우상(우의정)인 김종서의 아들로 부마를 삼으려 했던 문종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문종은 집현전 직제학인 신숙주(이효정 분)에게 관상감 주부의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는데, 이미 수양에게 회유당한 그는 지체 없이 "여러모로 확인했으나 모두가 사실"이라고 보고합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웠듯이 신죽주는 집현전학자로 세종대왕을 도와 한글을 창제한 일등공신으로서 그는 평소 학자는 정치에 초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매우 강건한 인물입니다. 아비가 이러니 그의 아들 한성부 판관 신면(송종호 분)과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는 죽마고우였습니다. 그런데 수양이 신숙주와 신면 부자를 은밀히 자택으로 초청하여 사돈을 맺자고 제의하자 대쪽같은 그도 변절하여 그만 부패와 속임수의 정치에 빠져들고 맙니다.
수양일파는 두 번째 수를 동시에 진행시킵니다. 종친들은 김승유가 이미 사헌부에 끌려갔다면서 김승유는 공주마마를 불러내 함께 기방을 출입하였기로 왕실을 능멸한 죄를 엄히 물어야 한다고 고합니다. 기가 막힌 임금은 김승유를 친국하겠다며 그를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끌려온 김승유는 임금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여인을 기방으로 데리고 간 적은 있지만 그 여인은 공주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승유는 이 여인이 세령이라고 아뢸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경혜공주의 몸종인 은금(반소영 분)이 승유에게 만약 "아가씨가 공주를 사칭한 게 드러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승유는 좋아하는 세령을 위해 진실을 고변할 수 없습니다.
▲ 경혜공주의 어정쩡한 변호
그런데 이번에는 김승유가 공주에게 건넨 서찰이 증거물로 문종에게 올려집니다. 이 서찰은 김승유가 세령을 공주로 잘 못 알고 기록한 사랑의 감정이 가득한 서찰입니다. 이를 받아든 문종은 부들부들 떱니다. 대신들은 당장 승유의 목을 쳐서 왕실의 위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 경혜공주가 등장합니다. 사실 임금이 죄인을 친국하는 장소에 공주는 들어오지 못하는게 궁중의 법도랍니다. 놀란 사람들에게 공주는 "그분에게는 죄가 없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이제 드디어 김승유가 누명을 벗고 수양대군의 딸 세령이 붙잡혀 와 전세가 역전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역시 작가들은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혜공주는 "저는 김승유의 꼬임에 빠진 게 아니라 스스로 궁을 나갔다. 그는 죄를 지은 적이 없다. 오히려 공주를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그는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공주가 궁을 무단 출입한 것에 대하여는 죄 값을 달게 받겠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경혜공주마저도 사촌동생인 세령을 지켜주기로 배려한 것입니다. 경혜공주의 어정쩡한 변호는 승유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문종은 김승유를 부마후보에서 제외시키고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 것을 선언합니다. 그렇지만 승유를 참형시켜야 한다는 상소문이 수북히 쌓입니다. 임금이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신죽주마저도 김승유의 참형을 주창하고 나삽니다. 임금은 내일 다시 논하자며 일어섭니다. 수양대군과 그 일파는 회심의 미소를 지우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전개에 어안이 벙벙한 김종서는 말 한마디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태우듯 합니다.
사실 김승유가 세령을 만나려고 했을 때 가림막(발)이 올라가고 세령이 아닌 여자가 "그대가 보고 있는 이가 공주요"라고 말하자 승유는 이를 믿지 못했습니다. 승유는 농을 그만 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경혜공주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믿지 못하면 함께 전하를 뵙자. 그년 내 대신 앉혀놓은 궁녀이다. 그대와 나는 혼사를 치러야 하니 그 아이를 찾을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당황한 승유는 황급히 밖으로 나갑니다. 경혜공주 역을 맡은 배우 홍수현의 눈빛 연기가 일품입니다.
▲ 세령과 김승유의 관계를 알아버린 수양대군
한편 세령은 공주와 김승유의 대화를 엿듣고는 안절부절입니다. 공주는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은 네 아비와 똑같다"며 세령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는데요. 세령은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정녕 옥좌를 넘보느냐? 세자와 공주를 해하려하느냐?"고 당돌한 질문을 합니다. 마음 속에 수 천 마리의 구렁이가 들어있는 수양이 자신의 심중을 드러낼 리가 만무하지요. 수양은 딸에게 "차마 입에 담기도 두려운 말이다. 그런 낭설을 어디서 들었느냐? 정신나간 이들의 허언(虛言)에 속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입니다.
김승유는 공주를 자청한 세령으로 인해 이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이 일로 부마는 날아갔고 목숨마저 부지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로 김승유의 목숨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드라마 제1회의 막을 올리며 김종서가 수양대군에게 살해되는 자리에 김승유도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일의 사건을 보여 준 후 시계바늘을 과거로 되돌리는 이런 방식은 중요한 사실이 미리 노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장면이 미리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주인공인 김승유가 드라마 초기에 참형된다면 드라마를 계속할 수 없기에 무조건 그는 살아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제4회 말미에 김승유는 살아날 길이 생겼습니다. 김승유가 고초를 겪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세령은 공주의 몸종인 은금에게 부탁하여 의금부 옥졸과 선이 닿았습니다. 세령은 옥사에 갇힌 승유를 찾아가서는 "날이 밝으면 공주가 아니라 나를 만났다고 밝혀라"고 말하며 "사실 나는~"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말하려는 순간 인기척이 나며 나타난 이는 놀랍게도 수양대군입니다. 수양은 김승유를 자기의 사람이라면 크게 쓰일 재목이라며 안타까워했기에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그를 회유하러 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딸인 세령이 와 있습니다. 놀란 수양이 딸로부터 진실을 듣고는 승유의 목숨을 살려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지요. 24부작이라서 그런지 전개가 빨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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