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혜공주 역의 홍수현 세령 역의 문채원
▲ 위기를 기회로 만든 수양대군의 술책
<공주의 남자> 제5회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옥사를 찾은 수양대군(김영철 분)은 딸 세령(문채원 분)을 발견하고는 김승유(박시후 분)를 만나지도 못한 채 황급히 옥사를 빠져나갑니다. 수양은 먼저 옥졸에게 이곳에 다녀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하라고 입단속을 합니다. 옥졸은 승유에게 여자를 살리려면 아무도 오지 않은 것으로 해야 한다고 전합니다.
세령으로부터 승유와의 관계를 알게 된 수양, 그러나 아직도 승유는 세령이 수양의 딸인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는 놀랄만큼 차분한 어조로 딸에게 말합니다. "네가 공주행세를 한 것이 드러나면 너는 물론 이 아비와 너 동생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 넌 이곳에 온 적도, 승유를 만난 적도 없는 이름 모를 궁녀일 뿐"이라고 함구령을 내립니다. 이에 대해 세령은 무릎을 꿇고는 승유의 목숨만 구해달라고 간청하면서 "만약 그 분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소녀는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눈물로 애원합니다. 수양은 경혜공주(홍수현 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에 "내가 나서겠다. 그 대신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선 안되며 김승유를 다시 만나서도 아니 된다"고 딸에게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경혜공주가 아버지 문종(김동환 분)에게 사실을 밝히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수양의 방문을 받습니다. 수양을 본 경혜공주는 김승유는 세령에게 농락당했다고 합니다. 이에 수양은 세령에게 "김승유를 살리고자 내 자식을 죽이면 자식 잃은 아비로서 무엇을 못하겠느냐"며 "세자를 그냥 안 두겠다"고 협박합니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먼저 수양이 경혜에게 세령을 살려 달라고 손발이 닳도록 빌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경혜의 말대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김승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 조카인 단종을 왕좌에서 몰아낼 수양은 이 때부터 벌써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태를 보여줍니다.
▲ 김종서의 사직으로 목숨건진 김승유
종친인 온녕군(윤승원 분)을 비롯한 대신들이 편전에서 김승유의 참형을 주청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김종서(이순재 분)는 옥사로 승유를 찾아갑니다. 김종서는 아들이 문초를 받을 때 "궁의 여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 적은 있으나 그 여인이 공주는 아니었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는 아들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하지만 세령의 목숨을 살리려는 승유는 끝내 묵묵부답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을 찾아가 자식의 목숨을 구걸하러 왔다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편전에서 이외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우상 김종서가 사직상소를 올린 것입니다. 자식이 종사에 누를 끼쳤으니 임금 곁에 머물 수는 없다는 이유입니다. 양심적인 학자이던 신숙주(이효정 분)는 한술 더 떠서 "우상의 사직을 받아들이고, 김승유를 처벌한 후 부마간택을 진행"해야 한다고 고합니다. 집현전 대학자가 수양의 꼬임에 이토록 쉽게 변절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온녕군은 승유의 목숨은 살리되 삭탈관직하여 궐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병약한 문종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관상감을 협박하였던 행동대장을 비롯한 왈패들은 모사꾼 한명회(이희도 분)가 나누어주는 수양의 돈을 받으며 술판을 벌였고, 수양대군을 포함한 종친들은 신죽주의 공이 크다며 희희낙락합니다. 김종서는 문종에게 사직인사를 드리며 세자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기진맥진한 문종은 정신 줄을 놓은 모습니다.
가까스로 풀려난 김승유는 아버지 김종서에 무릎을 꿇는데, 김종서는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말라. 넌 나를 대신하여 간악한 수양의 무리와 맞서야 한다. 먼 곳에서 때를 기다려라"고 당부합니다. 김종서의 사직은 단순이 아들 승유를 구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심한 수양대군으로부터 단종과 경혜공주를 구해내기 위한 복선이 깔려 있는데, 이게 뜻대로 잘 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 신숙주의 아들 신면의 절규
승유의 친구인 신면(송종호 분)이 찾아오자 승유의 형인 김승규(허정규 분)는 "네 아비가 승유의 참형을 주청했다"며 싸늘하게 대합니다. 당황한 신면은 아버지 신숙주를 찾아가 승유는 둘도 없는 벗이라고 아뢰자 변절한 신죽주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승유는 네 벗이기 이전에 김종서의 핏줄"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정적의 아들인 승유를 아들친구로 봐줄 수 없다는 무서운 말입니다. 신숙주는 "난 이미 수양의 편에 섰으며, 수양을 대군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릴 것"이라고 속셈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대군과의 혼담을 서둘겠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온 신면은 칼을 휘두르며 아버지의 변절과 이상한 사태의 전개에 절규합니다.
신면은 승유가 삭탈관직을 당한 후 승유의 생사가 궁금하다며 안부를 묻는 세령에게 "궐에 가서 사실을 왜 밝히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면서 "승유는 겨우 목숨은 건졌음"을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신면은 세령이 자신의 부인이 될 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세령을 만난 신면이 위에 한 말을 사과한 것을 보면 신죽주의 아들인 신면도 그 아비와 같이 김종서와 김승유에게 등을 돌릴 조짐입니다. 풀려난 승유가 신면을 보자 "궁녀라 들었는데 행방을 모르니 무사한 지만 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이 말을 들은 신면의 표정이 묘해집니다.
▲ 경혜공주와 세령이 흘린 눈물의 의미
드디어 경혜공주의 남편이 될 부마간택일입니다. 김승유는 이미 탈락하고 두 사람이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힘없는 문종은 자신의 뜻과는 달리 정종(이민우 분)을 부마로 간택합니다. 무능한 임금은 사위마저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한심함을 보여줍니다. 경혜의 몸종인 은금(반소영 분)이 부마가 간택되었다고 말하자 경혜는 "부마가 누군지 알아서 무엇하겠느냐"며 짜증을 냅니다.
세령은 경혜공주의 혼례를 축하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갔는데요. 경혜는 세령을 보자마자 다짜고짜로 따귀를 때리며 "감히 날 조롱하러 왔냐"고 폭발합니다. 경혜는 "내심 이렇게 되기를 바랐겠지. 이제 어쩔 참이냐. 넌 한 사내의 인생과 내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았다. 그러고도 날 찾아오다니 참으로 뻔뻔하다"며 폭언을 계속합니다. 크게 놀란 세령은 "공주마마의 길례에 경하를 보내고 싶었다. 공주는 제가 본 신부 중에 가장 아리땁다"고 말합니다.
두 여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경혜는 이미 숙부인 수양대군이 어린 세자를 해할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딸 세령이 자신과 김승유의 앞길을 망쳐놓았습니다. 경혜는 전혀 즐겁지 않은 혼인을 앞두고 있는 자신에게 길례라며 축하해주려고 왔다는 세령을 가증스럽다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한편, 세령의 마음의 진심일 것입니다. 아직도 아버지가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세령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참으로 미안하고 또 공주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주는 자신을 벌레보듯 분노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친했던 두 사촌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얄궂은 운명에 눈물을 흘립니다. 경혜공주 역을 맡은 배우 홍수현은 얼마나 극에 몰입했는지 분노로 턱까지 파르르 떨릴 정도로 열연을 펼칩니다.
▲ 시간마저 멈춰버린 김승유와 세령의 재회
드디어 길례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주의 혼인은 궐 밖 문중에서 거행하지만 이번엔 딸의 혼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임금의 뜻에 따라 궁에서 열립니다. 지금까지 임금의 뜻대로 행해진 결정은 아마도 처음인 듯 합니다. 경혜공주와 부마인 정종은 서로를 알아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 전에 괴한에게 쫓기던 정종이 급한 김에 경혜공주의 가마 속으로 들어갔다가 공주로부터 따귀를 맞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종이 신랑신부에게 내릴 술을 잔에 따르며 손을 떨더니 결국은 옆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낙향했던 김승유는 문종이 위독하다는 서찰을 받고는 말을 달려 한양으로 옵니다. 저자거리로 들어서자 처녀들이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승유는 말에서 내려 그네를 바라보며 세령을 떠올립니다. 꿈 같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같은 시각, 세령도 그네를 바라보며 승유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문종이 쓰러지자 종친들 특히 수양의 처자식들은 사찰을 찾아 임금의 쾌유를 비는 불공을 드립니다. 세령이 불전을 나오자 계단의 동자승 두 명이 시비를 겁니다. 세령은 배가 고프다는 동자승을 데리고 저자거리로 나와 먹을 것을 사 주다가 그네를 보고는 그만 홀려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린 세령이 동자승을 찾아 말을 거는 순간 여기에 김승유가 서 있습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얼어붙습니다.(이 동자승은 나중에 고승이 될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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