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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왕 역의 조재현


▲ 김춘추의 이간질 농간에 휘둘린 의자왕 

사택가문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고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렸을 때는 바보행세로, 성인이 되어서는 호색한으로 살아온 의자왕(조재현 분), 이제 그는 아버지 무왕(최종환 분)의 서거로 명실상부한 백제의 최고통치권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자왕의 마음에는 사랑하는 여인 은고(송지효 분)를 자신에게 빼앗기고도 남쪽 신라와의 국경지방에 위치한 40개의 성을 한번도 실패 없이 모조리 공취한 계백장군(이서진 분)에 대한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의자왕이 계백을 경계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선왕인 무왕의 충고 때문입니다. 무왕은 신라와 화친을 맺기 위해 의자태자를 중심으로 은고, 흥수, 성충 등으로 사절단을 꾸며 서라벌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계백이 불과 20여명의 군사로 1천여명이 지키는 신라의 서곡성을 탈취한 일은 국경지역에 있는 백제의 백성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일로 서라벌의 사신단은 겨우 탈출해 위기를 벗어났지만 개선장군이 된 계백은 백성들의 영웅이 되어 사비로 돌아왔었지요.

계백의 서곡성 공취만 없었더라면 의자의 신라화친동맹은 성공했을 터이고 그렇다면 백성들은 의자를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으로 대접했을 텐데, 이 공을 모두 계백이 중간에 가로챈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왕은 의자에게 이를 환기시키며, "계백은 네가 무진(계백의 아버지)을 죽인 것을 알고 있다. 어찌 너를 부친의 원수라 생가하지 않겠는가! 난 반드시 계백을 변방으로 다시 보내고야 말겠다"고 공언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7년여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의자는 왕위에 올랐고, 계백으로부터 은고를 빼앗아 (?) 후비로 삼았습니다. 그런데도 계백은 국경지역 뿐만 아니라 백제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의자의 마음이 편할 리 없겠지요. 이런 의자의 마음을 흔든 이가 바로 간교한 신라의 김춘추(이동규 분)입니다. 김춘추는 당과 손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쳐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룬 인물이지요. 이 김춘추가 당나라 장손대인과 함께 사신의 자격으로 백제로 온 것입니다.

김춘추는 의자왕을 만나 "평화동맹을 제안하기 위해서 왔다. 서곡성 탈취 문제는 계백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임을 알고는 오해가 풀렸다"고 은근히 계백을 비난합니다. 그리고는 의자왕과 독대를 요청한 자리에서 "계백이 당항성 공취를 원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고구려 연개소문과 손잡는 것이겠지. 그런데 당항성 공취가 폐하의 의지냐? 계백의 의지냐?" 이 말을 들은 의자왕은 김춘추가 의자-계백 사이를 이간질 하려함을 간파하고는 대노하지만 능구렁이 같은 김춘추는 결정타를 날립니다. "백제든 신라든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화친 후 당항성의 반을 내어주겠다. 그러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당항성을 공동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김춘추의 제안에 이간질의 간교가 들어 있음을 간파하였지만 의자왕으로서는 참으로 솔깃한 제안입니다. 의자왕은 계백에게 "당항성 공격을 중단하고 사비로 귀환하라"는 연통을 보냅니다. 성충(전노민 분)과 흥수(김유석 분)는 "당항성 공동사용은 어불성설이다. 김춘추 제안을 거절하고 그를 신라로 돌려보내라"고 간청하지만 의자왕은 "김춘추 제안을 수용할 것이다. 공동사용 후 기회를 노려 치는 것이 아군피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의자왕의 연통을 받은 계백은 "지금 당항성을 공격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게 되어 부름에 응할 수 없다. 신라와의 평화동맹을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서찰을 보냅니다. 서찰을 받은 의자왕은 대신들이 있는 곳에서 "이 나라의 군주가 누구냐"며 용상 위 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쇠붙이를 전령에게 던집니다. 이 쇠붙이는 바로 <부절>이라고 하는데, 이는 임금이 신하를 긴급히 부르는 징표로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반역죄를 짓게 되는 무서운 조치입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까봐 성충과 흥수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계백은 임금에게 절대로 역심을 품을 수 없는 충신입니다. 그는 즉시 사비성으로 달려와 의자왕을 알현하고는 부절을 반납합니다.

 


▲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가슴앓이 하는 은고와 계백

계백이 39번째의 신라성 공취에 성공하고 40번 째 공격을 앞 둔 때 의자왕은 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장을 찾았습니다. 후비인 은고도 당연히 동행하였지요. 은고는 직접 지은 누비옷을 초영(효민 분)에게 건네며 계백장군에게 전하라고 합니다. 이 때 초영의 방으로 계백이 들어오자 초영은 얼른 자리를 피합니다. 계백을 은고를 애절하게 바라보며 "행복하냐"고 묻습니다. 이 말 속에는 은고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묻어 있습니다. 은고가 그리 여기며 산다고 대답합니다. 정색한 계백은 담담하게 대답합니다. "행여나 미안한 마음 있으며 다 털어 버려라. 난 7년 동안 피내음을 맡으며 전장을 누비면서 모두 잊었다. 남은 건 백제의 부국강병에 대한 열망뿐이다."

이에 은고도 속마음을 감추고 화답합니다. "난 폐하의 사람이고, 장군은 폐하의 신하이며 의형제"라고. 겉으로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은고가 누비옷 속에 동봉한 서찰에는 계백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습니다. 계백은 은고의 진심을 읽으며 아픈 마음을 달랩니다.

의자왕으로부터 "부절"을 받고 즉시 사비로 귀환한 계백은 부절을 반납하고는 의자왕과 독대합니다. 의자는 격식을 갖추지 말고 흉금을 털어놓으라고 합니다. 계백은 의자왕이 건네는 술 한잔을 받아 마신 후 "내가 연개소문처럼 왕위를 넘보리라고 보느냐? 날 의심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이 때 등장한 은고가 계백에게 "황제에게 말조심하라"고 싸늘하게 말합니다. 의자는 김춘추의 제안을 알립니다. "백제가 연개소문과 연합하여 당항성을 공격해도, 아니면 신라와 동맹을 맺어도 백제는 당항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고. 그러니 의자왕은 피를 흘리지 않을 것이니 계백에게 쉬라고 말합니다.

은고는 계백에게 "내일 어전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폐하를 조심하라"고 말하자 계백은 "전하(은고)가 살아 지금 내 앞에 있지 않나. 난 후회 없다. 당신이 어디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합니다. 은고를 그리는 계백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테지요.

 


▲ 의심 많은 의자왕과 현명한 신녀

계백이 백제의 영웅으로 변해가자 의자왕은 신녀(이태경 분)를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백제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계백이냐?" 이에 신녀가 대답합니다. "폐하는 별이 아니라 하늘 그 자체이다. 하늘이 스스로 별을 품지 못하면 그 별은 유성(流星)이 된다. 제왕에게는 유능한 신하만큼 든든한 존재는 없으며 하늘의 별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제왕이 되어라." 이후 신녀는 은고를 만나 폐하의 성심을 지키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신녀가 현명한 조언을 의자왕에게 한 셈이지만 의자는 점점 고립을 자초하면서 은고의 마음마저 돌아서게 만듭니다.    

   


▲ 의자의 비열한 술수를 알아차린 은고의 분노

그러면 은고가 계백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면서도 왜 면전에서 황제에게 말조심하라고 쏘아붙였을까요? 이는 은고가 계백을 지금껏 마음에 두고 있음을 감추기 위한 거짓 제스처입니다. 은고는 최근에야 의자왕이 바로 목씨 가문을 멸족시킨 장본인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임자는 은고를 고신을 받은 태학의 젊은 박사가 갇혀 있는 옥사로 데리고 갑니다. 이 젊은이는 임금의 총애를 사칭하면서 귀족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겼는데 집을 수색하다가 은고의 숙부인 목환덕이 받은 뇌물장부인 치부책을 발견한 것입니다. 은고의 추상같은 추궁에 죄인은 폐하의 명령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목씨 일가가 다시 멸문을 달하고 은고 자신이 옥사에 갇혀 "용종을 잉태"했다는 거짓말로 자신을 외통수로 몰아 살려준 게 바로 의자왕이었다니 은고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입니다.

이미 의자왕은 김춘추의 농간에 빠져 계백에게 당항성 공격을 중단시킴으로써 계백은 물론 성충과 흥수를 실망시켰고, 신녀에게 계백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드러냈으며, 아이까지 낳아 후비가 된 은고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처럼 의자왕의 든든한 버팀목들이 하나 둘씩 등을 돌리게 될 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색잡기에 빠지는 일일 테지요.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삶을 살아온 총명했던 의자왕이 점점 나락의 길로 떨어지려는지 시청자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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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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