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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왕 후비인 은고 역의 송지효
 


계백(이서진 분)의 아버지 무왕(최종환 분)의 재임 중 사택가문이 몰락한 뒤 은고(송지효 분)의 숙부인 목환덕이 귀족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보고를 들은 무왕은 은고로부터 지긋지긋한 사택비(오연수 분)의 냄새가 난다며 대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은고는 의자(조재현 분)가 용종을 잉태했다는 결정적인 거짓말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요.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은고를 악의 화신인 사택비에 견줄만 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두 여인이 황후가 되고서도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습은 판박이로 닮았습니다. 무왕의 후비인 사택비는 왕의 호위무사였던 계백의 아버지 무진(차인표 분)을 사랑했고, 의자왕의 후비인 은고는 무진의 아들인 계백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계백에 대한 극도의 질투심으로 평상심을 잃은 의자왕 

당나라의 관직까지 부여받은 후 당나라 사신자격으로 백제에 입국한 김춘추(이동규 분)는 백제의 사정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그는 제25부에서 의자왕과 계백장군의 사이를 이간질 시킨데 이어 제26부에서는 후비인 연태연(한지우 분)과 은고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았습니다. 그것도 의자왕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태자책봉문제를 가지고 흔들었으니 분노가 하늘을 찌른 의자왕은 당장 김춘추를 죽이고 싶겠지요. 그러나 외국의 사신이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더라도 지금 죽여서는 안 된다는 계백의 주장은 백 번 옳은 말입니다. 계백은 김춘추를 죽여야 할 장소는 사비성이 아니라 전쟁터라고 주장했거든요.

과거 어려운 시기에 의자-계백-성충(전노민 분)-흥수(김유석 분) 네 사람은 피로서 의형제 맹약을 한 동지였지만 의자는 계백이 백제의 영웅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독한 질투심과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의자의 이런 질투심을 자꾸만 충동질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보니 의자는 흥수가 탄식한 대로 "신하를 의심하고 형제를 경계"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제일 먼저 이에 불을 지핀 이는 김춘추입니다. 그는 의자왕을 방문한 자리에서 백제가 신라의 서곡성을 탈취한 사건은 "계백이 왕명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저질렀던 일"이므로 오해가 풀렸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 다음은 계백이 신라와 당의 연합에 대비하여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고구려 실권자 연개소문에게 연통을 보내 고구려의 도움을 요청한 사건입니다. 사실 이런 중요한 문제는 신하인 계백이 임금에게 먼저 보고한 후에 추진해야 원칙이지만, 전장에 나가 있던 계백은 사후에 이를 보고하였고, 계백이 고구려의 왕권을 좌지우지하는 연개소문과 접촉한 것은 의자왕으로서는 자신을 무시한 처사로 생각하였습니다. 결국 의자왕은 흥수를 불러 연개소문에게 "백제는 고구려와 동맹연합할 의사가 없다는 서찰"을 보내라고 지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계백의 체면은 말이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 보다도 의자왕을 더욱 미치게 만든 돌발상황이 발생합니다. 당나라 사신을 위한 연회에서 연태연의 아들 부여태가 "소자도 자라서 계백과 같은 훌륭한 장군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입니다. 백성은 물론 자기의 아들마저 "전하 같은 훌륭한 왕이 아니라, 계백 같은 장군이 되고 싶다"고 말해 버렸으니 의자왕은 질투심이 폭발하여 손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깨뜨리고 맙니다.

 


▲ 김춘추의 이간질에 놀아난 백제 조정 

김춘추가 두 후비를 이간질한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당나라에서는 백제의 왕자를 당의 태학에 입학하기를 원하므로 왕자 중 1명을 당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현재 의자왕은 연태연과의 사이에 왕자 "부여태"를 두었고, 은고와의 사이에 "부여효"를 두었습니다. 김춘추는 연태연을 만나서는 부여효를 보내야 한다고 속삭인 반면, 은고를 만나서는 부여태를 보내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당으로 유학을 떠난 왕자는 당연히 태자책봉에서 멀어지고 백제에 남은 왕자가 태자로 책봉될 것이기에 이를 노린 것이지요. 현재 두 왕자 중 부여태는 총명하고 건강한 반면, 부여효는 비실비실한 상태입니다. 연태연은 흥수를 불러 "부여효를 당으로 보내고 부여태를 책임지고 보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 신라의 김춘추를 죽이려는 의자왕의 분노

의자왕은 은고에게 "짐의 자식마저도 계백을 존경하다니 짐은 백제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한탄하면서 계백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은고는 "죽여야 할 사람은 계백이 아니라 김춘추"라고 말합니다. 왜 계백을 두둔하느냐는 왕의 질문에 "김춘추는 부여효를 당으로 보내려 하면서, 조정의 후사문제를 어지럽히려 한다"고 대답합니다. 이 말을 들은 의자왕은 김춘추를 사신관에 감금합니다.

연태연이 김춘추 및 흥수와 접촉한 사실을 알게 된 의자왕은 왕후를 불러 신라의 첩자인 김춘추와 내통한 사실을 질책하자 성충과 흥수 및 계백은 "황후는 김춘추에게 농락 당했다"며 선처를 간합니다. 이에 의자는 부화뇌동한 흥수의 죄를 물을 것이며 김춘추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사태는 너무 커지고 말았습니다. 성충은 "신라를 무찌르기는 쉽지 않다"고  했고, 계백도 "만약 북쪽에서 고구려와 당이 연합하면 위험하므로 먼저 당항성을 취한 후 신라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자왕이 물러서지 않자 계백은 왕의 팔을 붙잡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왕은 "네가 황제냐"며 발끈합니다. 성충이 "이 문제는 정사암회의를 열어서 결정"해야 한다고 건의하여 겨우 진정시킵니다. 당장 김춘추를 죽이면 신라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귀족들이 보유한 사병(私兵)을 동원해야 하므로 귀족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의자왕으로부터 계백을 설득해 달라는 지시를 받은 은고는 계백에게 임금의 뜻(김춘추 살해)을 따르라고 했지만 계백은 오히려 "지금은 신라와 전면전을 감행할 때가 아니므로 왕을 설득해 달라"고 은고에게 요청합니다. 은고는 신녀(이태경 분)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역시 김춘추를 서둘러 죽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자왕은 김춘추를 참형에 처하기로 결정하고 대좌평에게 정사암회의를 열도록 지시합니다. 정사암 회의에서 계백은 "지금은 신라와 전면전을 못한다. 전장에서 김춘추를 죽여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은고는 임자(이한위 분)와 함께 귀족들의 약점을 잡아 김춘추를 당당 죽이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 의자왕께 복수하려는 은고의 집착에서 떠오른 사택비의 악행   

계백은 이런 은고에게 "왜 백제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느냐"며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는데, 은고의 대답에 그만 아연해 집니다. "장군이 신라를 공격하여 영웅이 되어야 이 은고를 의자왕에게 빼앗긴 복수를 할 수 있으며, 그래야 이 은고가 장군에게 돌아 갈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은고가 왕의 후비 자리를 마다하고 옛 애인인 계백에게 돌아가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의자가 태자시절 태학의 젊은이를 시켜 숙부인 목환덕의 비리를 상소토록하여 재기하려는 목씨 가문이 다시 멸문 당하고 자신도 옥사에 갇혀 그녀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용종을 잉태했다는 거짓말로 겨우 목숨을 건진 후 의자왕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왕의 후비로 왕자까지 생산한 마당에 아직도 계백을 이용해 의자왕에게 복수하려는 은고가 제정신인지 모를 일입니다. 후비가 된 은고는 백제의 운명보다는 가문을 욕보이고 자신을 외통수로 몰아 계백과의 사랑을 포기하게 만든 임금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시기심 많은 여인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은고가 처음 의자를 만났을 때는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으나 어느새 이런 캐릭터로 변모했군요. 그러고 보면 은고는 사택가문을 위해 위제단이라는 살인조직을 운영하면서 무왕을 괴롭힌 사택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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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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