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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 은고 역의 송지효




신라와 내통해 계백군을 패전케 한 은고의 대역죄 
 


MBC 월화드라마 드라마 <계백>은 당초 32부작이었습니다. 그런데 32부가 방송된 어제 밤 자막에 "최종회"라는 말 대신 "제32부"라는 자막이 나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방송이 종료되자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방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4회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적어도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방송연장 사실을 공지해 두어야 시청자들이 헷갈리지 않을 터인데, 일반적으로 당해 방송사의 홈페이지에는 드라마가 몇 부작인지 알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꼭 별도로 검색을 해야 몇 부작인지 알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개요에 몇 부작인지 표시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어제 종영된 KBS <포세이돈>의 경우 홈페이지에 16부작임을 명시해 놓아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계백(이서진 분)이 은고(송지효 분)의 호위무사였던 초영(효민 분)과 부부가 되어 아들딸 낳고 잘 사는 모습을 글쓴이는 "가장 흐뭇한 장면"이라고 평가하였는데, 다른 이는 초영을 살리기 위한 억지였다고 비평했습니다. 실제로 계백의 부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글쓴이는 이에 대해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그런데 제32부에서는 예상대로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은고가 황후책봉을 받으려는 욕심으로 신라의 김춘추(이동규 분)와 내통해 계백장군의 군사동향을 알려준 반역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의자왕(조재현 분)이 계백에 대한 질투심으로 12년 동안이나 초야에 묻혀 살게 해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어 마지막 순간 마음을 추슬러 계백을 다시 불러들였는데, 황후인 은고가 여기에 재를 뿌린 것입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작심한 은고와 임자(이한위 분)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전령으로부터 신라의 김유신(박성웅 분)이 석토성을 함락하고 의직장군도 중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들은 의자왕은 성충(전노민 분)과 흥수(김유석 분)를 시켜 계백을 불러오라고 지시합니다. 성충과 흥수는 까막재로 계백을 찾아가 "김유신의 공격으로 사망한 백제의 군사가 5만명"이라며 왕이 데려오라고 했음을 전하지만 계백은 "내가 공 세우면 백성이 불행해진다"는 말로 거부합니다. 보고를 받은 의자왕은 "보검을 찾으려 가야겠다"며 직접 까막재로 가서 계백을 설득합니다. 의자왕은 "나라의 사정이 어렵다. 내정은 안정되었지만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지만 "폐하가 이미 계백을 죽였다"며 거절합니다. 계백은 의자왕이 진정으로 자신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임금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합니다.

 


왕궁으로 돌아온 계백은 문무백관들이 모인 장소에서 몇 가지의 건의합니다. 첫째 군사편제를 국경위주로 재정비하고 왕궁수비대인 사군부와 위사부 군사들도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킬 것. 둘째 신라의 생구(포로)를 방면하여 백제군으로 편성 할 것. 셋째 군역을 부담하는 백성에게 조세를 면제해 줄 것. 넷째 고구려의 지원을 받기 위해 연개소문과 만나는 것을 허락해 줄 것 등입니다. 일부 중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자왕은 이를 모두 수용합니다.

계백은 초영과 함께 고구려 연개소문을 만나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했고 말갈족까지 동원한 연합군은 신라를 침공해 김유신 군을 무너뜨립니다. 당황한 김유신이 계립령으로 후퇴함을 간파한 계백은 협곡에 매복해 있다가 김유신 군을 기습 공격해 그를 곤경에 빠뜨립니다. 그러나 계백은 김유신에게 길을 열어 줍니다. 김유신이 오래 전 김춘추가 백제를 탈출했을 때 그를 구하러 왔다가 궁지에 빠진 계백을 살려 준 적이 있어 그 당시의 빚을 갚은 것입니다. 실제로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도 적장에게 이와 같은 의리를 지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나이들의 기개를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계백의 대승을 보고 받은 의자왕은 그를 전신(戰神)이라고 부르며 개선행사를 하라고 지시하지만 계백은 조촐한 자축연을 하겠다고 제의합니다. 의형제를 맺은 의자왕과 계백 그리고 성충과 흥수 네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모여 과거의 앙금을 털어 냅니다. 계백은 "내 아버지 무진은 폐하를 위해 죽었지만 소신은 백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때 느닷없이 은고가 나타나 합석하더니 계백의 대승을 축하한 후 다음 출군 행선지가 어디인지 묻습니다. 이는 군사상 기밀이지만 황후인 은고가 묻기에 무심코 계백은 "도비천성을 거점으로 신라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습니다.

은고는 임자의 제의로 신라에 불만을 품은 친구(실제로 이 친구는 김춘추가 심어둔 세작)를 통해 김춘추에게 먼저 서찰을 보내 "당나라로부터 황후·태자책봉 고명을 받도록 도와주면 고구려 군의 동태를 알려주겠다"고 제의했거든요. 신라의 김춘추는 사위 품석과 딸을 죽인 의자왕에 대해 복수의 기회만을 노려왔는데 백제황후가 먼저 접근해 왔으니 쾌재를 부릅니다. 신라로서는 고구려·벽제 연합군에 의해 대패했지만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어차피 물러갈 터이니 문제는 계백입니다. 김유신은 패전으로 낙담한 김춘추에게 "백제에 계백이 있는 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계백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김춘추는 은고에게 "백제군의 군사동향을 알려주면 즉시 황후책봉을 해결해 주겠다"는 밀서를 보낸 것입니다.

 

김춘추의 서찰을 받은 은고는 "내가 대역죄인 되게 생겼다"고 한탄하는데 임자는 "문제가 생기면 내가 내통한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충성을 맹세합니다. 임자도 이제는 좌평에 오른 인물인데 이렇게 주인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일을 자청하는군요. 은고로서도 진퇴양난입니다. 김춘추의 제의를 들어주지 않으면 신라에서 먼저 자신의 내통사실을 밝힐 것이므로 이러나 저러나 이제는 이판사판입니다. 그래서 은고는 자축연에 가서 계백의 신라침공지역을 알아낸 것입니다. 성(城) 하나를 내주고 자신은 공식적인 백제의 황후로, 아들 부여효를 태자로 만들려는 것이지요. 백제군의 동향을 알게된 김유신은 미리 매복하고 있다가 계백의 백제군을 공격해 크게 이깁니다. 이는 정말 큰 사건입니다. 연전연승하던 계백이 패했다는 사실은 백제군의 사기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이즈음 당나라를 방문했던 조정좌평(김진호 분)이 놀랍게도 당으로부터 황후·태자의 고명을 받아 귀국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의자왕은 오랜 숙원이 해결되었다고 기뻐하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성충과 흥수입니다. 이들은 정보가 새지 않았더라면 극비군사정보를 누가 어떻게 알았을지 모른다며 분명히 세작이 있다고 생각한 순간 자축연에서 은고를 떠올리고는 혼비백산합니다. 다음 회에서는 이를 규명하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겠군요.

 

그런데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백제의 황실이 왜 그토록 당의 고명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당나라가 대국이기는 하지만 백제도 엄연한 독립국가였을 텐데 황실의 문제를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이 상하니까요. 의자왕도 황실후사 문제에 대한 신라 김춘추의 개입에 대해서는 진노하면서 당나라에게는 지난 12년 동안이나 이를 구걸했음은 참으로 한심해 보입니다. 또한 은고도 김춘추로부터 백제군의 동향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면 이를 임금에게 털어놓고 대책을 논의하는 게 일국의 황후로서 올바른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과거 연태연 황후와 경쟁관계일 때에는 먼저 황후책봉을 만천하에 알리는 게 중요했겠지만 지금은 연태연도 축출된 마당에 나라에 반역까지 하면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백제의 멸망은 황실에서 자초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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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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