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고종 역의 이승효


고려의 무신정권 100년 동안 무신들이 정권을 휘두르는 바람에 고려의 황제들은 허수아비가 되었음은 이미 중학교시절 배웠던 역사책에도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무신>을 보면 정말 임금인 고종(이승효 분)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해 외국의 사진을 접대하고 최우(정보석 분)의 교정도감과 정방에서 건의하는 교지만 내릴 뿐 아무런 실권이 없어 처지가 안쓰러워 보일 지경입니다. 몽고군의 침략에 따라 고려의 국토가 유린당하자 장기전을 펴기 위해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할 것을 최우가 고종에게 건의했을 때 고종이 걱정한 것은 백성들의 안위도 물론 있었겠지만 당장은 거처할 궁궐도 없는데 궁집을 옮겨 어찌 사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종이 걱정한다고 천도를 못한 것은 아니지요.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 고려조정은 바다를 건너 강화도로 왔습니다. 그 후 고종은 이장용(이석준 분)과 노 내관을 대동하고는 민심을 살핀다며 평복차림으로 저자거리로 나와 교정별감 김약선(이주현 분)이 술을 마시고 있는 기방에 들렀습니다. 놀란 김약선을 위로한 고종은 함께 술을 마시며 동병상린(同病常鱗)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었지요.

그 후에도 이장용은 고종에게 김약선 별감이 기방에 자주 출입함을 보고하면서, 앞으로 김별감이 최우의 후계자가 되어 도방의 주인이 될 것이니 김 별감 여식과 태자의 혼사를 검토할 것을 건의하였고 고종도 이를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고종은 김약선의 집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술상을 앞에 두고 고종은 김약선을 위로합니다. 고종은 황제도 못할 노릇이라며 동무처럼 잘 지내자고 말한 것입니다. 아무리 힘없는 황제라도 사실 신하에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런 다음 고종은 김약선에게 여식의 나이를 물었습니다. 김약선이 15살이라고 대답하자 고종은 "태자를 장가보내야 하니 우리 사돈을 맺도록 고려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약선으로서는 이런 행운이 없습니다. 딸이 태자비가 되면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고려황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 이혼을 강요하고 있는 아내 최송이(김규리 분)가 자식의 장래를 망치지는 않을 것이므로 더 이상 이혼이야기는 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고종은 김 별감의 집에서 하룻밤 머문 후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이혼하려는 송이의 결심은 변함이 없습니다. 김약선이 아내에게 딸 연이가 태자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송이는 우리 부부는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혼하면 딸이 태자비가 될 수 없다는 남편의 항변에 아내는 아이 혼례를 치른 후 이혼하자고 맞섰습니다. 이미 송이는 최우에게 김약선과 이혼할 테니 김준(김주혁 분)을 달라고 음소 겸 협박했습니다. 실제로 송이는 김준을 내불당으로 불러 "넌 내 곁을 떠날 수 없다. 사랑한다. 김준! 넌 결국 내게 올 것이다. 부처님도 쌍불처럼 그리 해줄 것이고,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준은 송이에게 "정신차려라! 따님이 태자비가 되면 마님은 국모의 어미다. 모든 걸 버려야 한다. 다시는 뵙지 못할 것이다. 용서하라!"며 매정하게 돌아섰습니다.     

고종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은 김약선이 최우의 사위가 될 때부터 최우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최우 자신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최우에게는 만전(백도빈 분)과 만종(김혁 분) 두 아들이 있었지만 기생에서 태어나 망나니 같은 행동으로 지방소재 사찰로 쫓겨난 상태라 이들은 처음부터 후계자 물망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최우가 보기에 김약선은 매우 나약하고 우유부단했습니다. 몽고의 침략에 대응할 만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못했고, 현실을 부정하며 기방에만 출입해 술 냄새를 풍기며 등청하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의 동생이자 귀주성의 영웅인 김경손(김철기 분) 장군이 전라도로 떠나며 형에게 물러나야 살 수 있다고 했을까요? 그리고 김준에게 "만약 형에게 문제가 생기면 잘 부탁한다"고 했을까요? 사실 김약선은 지금 물러날 때만 노리고 있는 처지입니다. 이런 와중에 최우가 김약선을 싫어할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김준이 국민의 뜻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나라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불탄 대장경을 대신할 새로운 대장경을 제작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최우는 손뼉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약선이 극구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김약선은 국고가 텅 비었는데 어찌 방대한 불사를 일으키느냐며 굶주린 백성들을 공역장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이유입니다. 현실적으로 김약선의 주장은 옳지만 최우의 생각은 다릅니다. 최우는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기에 국론을 한 곳에 모아야만 몽고군에 대처할 수 있는데, 술을 마시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윽박지릅니다. 김약선은 민란으로 사직의 보존이 곤란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최우는 비틀거리며 김준이보다 못한 놈이라고 욕했습니다.

병세가 점점 악화된 최우는 문병을 온 이규보(천호진 분)와 정안(이경영 분)에게 대장경 제작에 힘을 보태라고 하면서 수기대사(오영수 분) 및 김준과 상의하고 김준을 도방회의에도 참석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최우는 김약선과 최송이 및 박송비(김영필 분) 그리고 김준을 함께 불러 대장경 불사는 국책사업임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딸 송이에게는 태자와의 혼례는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당부하고, 사위 김약선에게는 우리의 대책은 몽고와 싸우는 것뿐이라며 내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지 강함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또한 "넌 내 아들이다. 내 마음에 드는 후회하지 않을 사위임을 보여다오. 김준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김약선은 매우 못마땅한 목소리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는 나중에 이는 합하(최우)의 마지막 경고라고 했습니다.

 

이규보와 정안 그리고 김준은 봉은사의 수기대사를 찾아가 대장경을 다시 제작하도록 설득합니다. 수법스님(강신일 분)은 계속 난색을 표했지만 수기승통은 대장경 불사는 우리의 후손과 국가민족에 부처님의 진리를 남기는 일로서 오히려 승려들이 도방에 건의할 사항이라며 준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팔만대장경은 현재 합천 해인사에 보관되어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작인 기념물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김약선이 지적한대로 최우는 그에게 최후의 경고를 한 듯 보여지는데 그렇다면 실제 최우의 후계자는 누가 되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우리 역사가 말해줍니다. 역사는 최우의 뒤를 이어 도방의 주인이 된 자는 김약선이 아니라 최충헌의 손자 "최항"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항은 누구일까요? 바로 최우의 아들인 만전입니다. 그 망나니 같은 아들이 나중에 8년 간 도방의 주인이 된 것입니다. 역사드라마는 일부 곁가지는 허구를 도입하더라도 본질적인 부분은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광개토태왕>에서 담덕왕자의 형 담망을 가공의 인물로 도입한 것은 지엽적입니다. <해를 품은 달>은 지어낸 역사이야기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동원된 것입니다. 임금인 고종마저도 최우의 속내 및 도방의 분위기를 모르고 김약선과 사돈을 맺어 나중에 황실과 도방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려 하는군요. 실제로 김약선의 딸(연이)과 고종의 아들 태자(정)는 간소하게 가례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나중에 고종이 얼마나 허탈해 할까요!  


 

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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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12.06.04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를 알면 사극이 더 재밌다고 하던데...ㅎ
    전 역사를 잘 몰라서 그냥 보기 바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