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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9개 코스 1,800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은 103개의 본선(해안노선)과 6개의 지선(내륙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선은 서산지역 4개 코스(64-1,2,3,4) 및 당진지역 2개 코스(64-5,6)입니다. 서해랑길 서산 64-4코스는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 운산교에서 출발해 당진시 면천면 죽동리 내포문화숲길방문자센터에 이르는 18.7km의 도보길입니다. 그런데 두루누비에서는 이번 코스를 "아름다운 땅 내포의 역사와 근대건축문화의 미를 탐방할 수 있는 코스로서 1900년대에 지어진 한옥으로 숙박과 민화 강습을 진행하는 서산 유기방가옥을 만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원래 코스에서 서쪽으로 약 2.5km∼3km정도 떨어져 있어 보통사람들은 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필자를 포함한 참가자 일부는 산악회 측의 배려로 운산교에서 등산버스를 이용해 유기방 가옥으로 이동하여 이곳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서산시 운산면 여리미 소재 유기방 가옥(충남도 지정 민속자료 제23호)은 전형적인 전통양반가옥의 배치를 따르고 있으며 보존상태가 양호해 조선후기 주택사 연구의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건물입니다. 사실 유기방 가옥은 가옥자체보다는 이곳에 조성해 놓은 수선화꽃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필자는 8년 전 서산 아래메길 1구간을 답사하면서 만났던 황홀한 수선화군락지의 장관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곳 여미리에는 유기방 가옥을 비롯해 여미리 비자나무(천연기념물), 조선 제2대왕인 정종의 4남 선성군(宣城君)을 기리는 사당인 선정묘(宣靖廟), 멋진 말 조형물이 있는 달빛미술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미리 석불입상, 일제치하에서 서울 운현궁을 본떠 지은 건축물이라는 유상묵 가옥이 있어 이를 두루 살펴보고는 등산버스를 이용해 당진시 관내 대운산교로 갑니다.
우리는 대운산교 동단에 하차해 걷기를 시작합니다. 당진시 정미면 대운산리 소재 대운산교는 역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로군요. 역천 동쪽 도로변에는 내포문화숲길 중 원효깨달음길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는데 나중에 내포문화숲길 아미산 방문자센터에 비치된 자료를 보니 원효깨달음길은 내포불교순례길로 테마이름을 변경(2024년 3월)했다고 합니다. 내포천주교순례길과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역천 동쪽 도로에서 북상하다가 우측으로 진입해 논과 밭 사이를 걷습니다. 지난 이틀간 내린 눈으로 인해 대지는 설국으로 변한 모습입니다. 갈림길에서 영탑사 이정표를 따라 걷는데 이곳의 이정표는 원효깨달음길이 아니라 내포불교순례길로 변경해 놓았군요. 차량통행이 금지된 교량을 건너 다시 역천을 만나 북상합니다. 역천 너머로 신성대학교가 보이는군요.
신성대학교로 이어지는 덕마교를 지나 그 옆의 이름 없는 다리를 건너 역천 서단 길을 걸어갑니다. 작은 수중보를 뒤로하고 운평교 옆을 지나 용천교를 건너갑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용연동으로 조선 전기에는 교통로를 따라 30리 간격으로 역을 배치해 중앙정부의 명령을 지방관청에 전달할 목적으로 설치운영한 양지말(역말)인 홍세역이 있던 지역이라는군요.
용연1통마을회관 및 용연2통 마을표석을 뒤로하고 좌측 석영에스텍 방면으로 진입합니다. 국립환경공단 당진사업소를 지나 경사진 오르막 도로를 걷습니다. 고갯마루를 넘어 어름수변공원 이정표를 따라 걷는데 이제부터는 정말 지루한 숲길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대덕공원을 거쳐 아미산 산림욕장까지 가야하거든요.
어름수변공원 갈림길에서 아미산 정상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산속의 등산로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군요. 고개를 하나 넘었는데 또 다시 긴 오르막 계단이 앞에 버티고 있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위 평지에는 체육시설이 보이는데 이를 넘어가니 대덕공원 표석이 반겨주네요.
대덕공원에서 다시 맞은편 숲으로 오릅니다. 길목에는 눈티고개 서낭당이라는 안내문이 있군요. 눈티고개는 조선시대 당시 면천군과 당진현을 잇는 가장 큰 대로가 있던 곳으로 군수와 현감이 다니던 길이었기 때문에 서낭당이 있어 통행인들의 재난을 막고 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능선 좌측으로는 당진시가지의 아파트 숲이 보입니다.
공원묘지와 통신철답을 뒤로하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 서해안 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해 좌측으로 조금 갑니다. 잠시 후 우측 숲길을 통과하니 다시 숲길은 맞은편 언덕으로 이어져 정말 지치게 만듭니다. 몽산과 아미산 갈림길에서 우측 아미산 쉼터방면으로 갑니다. 임도에는 정말 많은 눈이 쌓여있군요.
아미산 쉼터를 지나 좌측으로 내려가면 목적지인 아미산 삼림욕장입구입니다. 이곳에 서해랑길 64-5코스 안내지도가 있네요. 바로 이웃에는 아미행복교육원이 있고 주차장 옆에는 내포문화숲길 아미산 방문자센터가 보입니다. 도로변에 세운 아미산 정상표석은 늠름하군요. 오늘 약 14km를 걷는데 4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래 거리는 18.7km이지만 운산교에서 유기방 가옥을 거쳐 대운산교까지는 버스로 이동한 덕분에 거리가 단축된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판 약 6km 정도의 내포숲길은 솔직하게 볼거리는 전혀 없으면서 몇 차례 오르내려야했기에 눈길을 걷느라 체력소비가 많았습니다. 차라리 원래 코스에 유기방 가옥을 포함시키고 막판 숲길은 평지로 대체하는 게 합리적인 대안일 것입니다.
《서해랑길 서산 64-4코스 개요》
▲ 일자 : 2025년 2월 8일 (토)
▲ 코스 : 운산교-(버스이동)-유기방 가옥일원-(버스이동)-대운산교-덕마교(신성대입구)-용천교-용연1통마을회관-어름수변공원 갈림길-대덕공원-눈티고개-서해안고속도로 굴다리-몽산갈림길-아미산 쉼터-아미산 삼림욕장-(아미행복교육원과 내포문화숲길 아미산센터)
▲ 거리 : 14km
▲ 시간 : 4시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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