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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서산 64코스는 홍성군 서부면 궁리 해양경찰 궁리출장소에서 출발해 서산A지구방조제와 무학대사의 기도처였던 간월암을 거쳐 서산B지구 방조제 중간지점인 태안군 남면 당암리 태안관광안내소에 이르는 13.2km의 도보길로, 서산지구 방조제를 걸으며 간월도(간월암과 간월항 포함)와 창리포구를 만납니다.
서해랑길 64코스의 출발지는 홍성군 서부면 궁리 해양경찰 궁리출장소입니다. 이곳에는 궁리항 등대가 보이는 사각액자틀이 있습니다. 여기서 북쪽 서산방조제 쪽으로 갑니다. 도로변 쉼터의 ㄱㄹㅎ조형물은 궁리항을 뜻하는데, 궁리항은 홍성군수가 관리하는 지방어항입니다. 천국의 계단 같은 전망대를 지나갑니다.
도로우측 언덕에 보이는 홍성조류탐사과학관은 지상 3층으로 1~2층은 조류의 종류, 생태습성 등과 2층은 영상체험실, 철새들의 비행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철새비행 체험실, 3층은 실제탐사를 즐길 수 있는 고배율망원경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서해랑길 코스에서 약간 비켜나 있어 들를 수가 없군요.
바로 눈앞에 서산A지구방조제의 배수갑문이 보입니다. 서산A지구 방조제는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와 홍성군 서부면을 연결하며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방조제로 길이 6,458m에 이르러 건설 당시 국가 대사업으로 불렸습니다. 이 방조제 공사로 대규모 간척지에 농경지가 조성되고 간월호가 조성되어 철새의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천수만 일대가 철새도래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배수갑문 옆 교량을 건너 방조제 위에 조성된 지방도 96호선(홍성과 서산을 오가는 중요한 교통로)의 자전거전용도로를 걷습니다. 방조제 안쪽의 간월호는 그 규모가 커서 마치 바다 같네요. 당연히 천수만을 가로질러 조성했으니 원래 바다였던 곳이지요. 철새도래지를 알리는 쉼터에는 서산 관광안내도와 당시 화제가 되었던 서산간척지 물막이공사의 정주영 공법 안내문이 보입니다.
당시 바다를 막아 방조제를 쌓고 농경지를 만드는 토목공사는 고(故)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했습니다. 그런데 7.7㎞ 길이의 방조제를 쌓던 중 공사가 난관에 부딪혔는데 이는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 초당 8m의 거센 조류 때문에 작업이 불가능해 승용차 크기의 커다란 돌을 퍼부어도 물살을 버텨내지 못했답니다. 고심하던 정 회장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법을 생각해냈는데 이는 바로 고철로 쓰기 위해 들여온 대형 유조선(23만t)을 방조제 구간에 가라앉히는 공법이었습니다. 일명 “정주영 공법”으로 명명된 이 공법은 당시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간월호를 지나면 농경지가 보이네요. 간월교차로에서 좌측의 간월도로 갑니다. 간월수제맥주 양조장을 지나면 좌측 바닷가에 철제 해상데크(일명 스카이워크)가 있는데 디자인이 상당히 예술적입니다. 굴 캐는 여인들 조형물과 간월도 굴탑도 보기 좋군요. 해상데크 끝의 원형조형물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해상데크를 나와 간월암으로 갑니다.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소재 간월암(看月庵)은 신라 원효조사가 창건한 것을 조선초기 무학대사가 중건하였으며, 조선 말기 폐사된 것을 1930년대 만공대사가 중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작은 암자입니다. 간조시에는 뭍(간월도)과 연결되고 만조시는 섬으로 변해 물 위에 떠 있는 암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간월암으로 건너는 길목에는 복토로 해상의 바닥이 높아져 평소에는 만조시에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이지만 특정일의 만조시(매월 음력 15일에서 20일까지) 파고가 높으면 건널 수 없다고 하는군요.
간월암을 나와 간월도항으로 갑니다. 간월도항은 태안반도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포구로 간월도라는 작은 섬과 연결되어 있으며, 조선시대부터 어항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방파제 끝의 붉은 등대는 1932년 세워져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철근콘크리트 등대 중 하나입니다. 부두와 해안가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네요.
간월도항을 뒤로하고 간월영농교차로에서 좌측 창리포구방면으로 갑니다. 방조제 안쪽에는 드넓은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군요. 도로 맞은편에는 주유소 등 휴게시설이 보이고 도로 우측 야산에는 서산버드랜드의 시설물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끕니다. 서산시 부석면 청리 소재 서산버드랜드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서산천수만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체험과 교육중심의 생태관광 활성화에 주력하고자 조성된 철새 생태공원입니다. 철새를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철새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탐조투어가 큰 인기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갈목에는 서산버드랜드 조형물이 길손을 유혹하네요.
버드랜도 조형물 맞은편에는 간월호 창리쉼터공원과 해당화 공원이 있지만 이쪽은 길이 아니어서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와야 합니다. 서해미술관 갈림길인 창리교차로에서 좌측 창리포구로 진입합니다. 구세군 남부교회를 뒤로하면 바로 바닷가 창리포구입니다. 창리포구는 서산시 부석면 창리에 있는 포구로 조선시대에는 수군의 배를 매어 두던 곳이었으며 서산AB지구방조제가 완공되기 전까지 간월도로 가는 유일한 포구였습니다.
창리포구에서는 천수만의 바다가 광활하게 조망됩니다. 천수만은 태안반도 남단의 안면도와 충남지역의 해안사이에 위치한 만으로 예로부터 고급어종의 산란장이자 다양한 어류의 서식지였으며 국내에서 가장 큰 철새 도래지였던 곳입니다. 1980년대 초 대규모 간척사업의 따라 방조제가 건설되었고, 방조제 준공 이후 간월호와 부남호가 조성되었습니다. 부두에는 낚시 배 승선장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바다낚시가 유명합니다.
어민회관 옆에 지선인 서해랑길 서산 64-1코스 안내지도가 있어 후일을 위해 QR인증코드를 찍어 답사인증을 받습니다. 창리교 배수갑문을 통과합니다. 이제부터는 서산B지구방조제로 진입했으며 방조제 안쪽은 부암호입니다. 연중무휴로 태안빛축제가 열린다는 안내문이 이채롭군요.
행정구역상 드디어 태안군(남면)으로 넘어오니 바로 태안군관광안내소가 여행객을 맞이합니다. 안내소 2층은 전망대인데 남쪽의 천수만과 북쪽의 부암호가 잘 조망됩니다. 관광안내소 내부도 잘 꾸며 놓았고 안내 자료도 다양합니다. 안내소 이웃에는 쭈꾸미가 건져 올린 태안보물선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오늘 약 14km를 걷는데 3시간 남짓 소요되었습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섭씨 3도로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바람이 초속 5m로 “약한 강풍”이 불어 거의 대부분 방조제 길을 걷는 동안 몸을 자꾸만 움츠리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10여 년 전 두 차례나 방문했던 간월도(간월암, 간월항)에는 새로운 시설물(해상데크, 굴탑)이 들어서 있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해랑길 서산 64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12월 14일 (토)
▲ 코스 : 궁리항(해양결찰 궁리출장소)-서산A지구방조제-간월교차로-간월암-간월도항-천수만쉼터-청리포구-서산B지구방조제-태안관광안내소
▲ 거리 : 14km
▲ 시간 : 3시간 1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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