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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보령 61코스는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깊은골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충청수영성에 이르는 8.7km의 도보길로, 길을 걸으며 천주교 박해사건 때 처형장이었던 천주교 순례지인 갈매못순교성지, 전국 제1의 키조개 생산지로 유명한 오천항, 조선 초기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인 충청수영성을 만납니다.
59코스의 출발지는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깊은골버스정류장입니다. 정류장 옆에는 서해랑길 보령 61코스 지도가 있지요. 맞은편 오천면 오포3리 지중골 마을표석이 있는 사잇길로 진입합니다. 여기서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8.7km로 아마도 서해랑길 코스 중에서는 가장 짧은 것 같습니다. 이웃한 건물 앞의 엔젤트럼펫(천사의 나팔꽃)은 우산을 접어 거꾸로 매달아 놓은 모습이며, 서해교회의 하얀 벽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지중골로 내려서면 길섶에는 빨갛게 익은 감이 감나무에 그대로 달려 있고 고추도 너무 익어 약간 시든 느낌입니다. 오포3리 마을회관을 지나가는데 텃밭의 배추가 잘 자라고 있어 요즘 같은 배추 값이 비싼 김장철에는 보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마을 도로를 U자로 돌아 깊은 골을 걷는데 좌측으로 보령화력의 굴뚝이 늘름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지나는 길목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태양광발전패널이 골짜기를 메우고 있는 모습이로군요. 조금 전 오포3리 마을회관을 지나왔는데 이번에는 오포3리 부녀회사무소를 만납니다. 논 너머로 마치 정이품송 같은 수려한 소나무가 보이는데 이 정도면 보호수 또는 천연기념물로도 지정이 되었을 듯하지만 가까이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도로변에는 수확한 곡식이 가을의 따스한 태양아래 잘 건조되고 있는 가운데 수정저수지가 있는 이곳은 오포3리 수정동입니다.
농로를 이용해 좌측으로 들어서서 교성천을 가로지르는 잠수교를 건넌 후 좌측의 둑길을 걸어갑니다. 영보교 북단에서 610번 지방도로인 오천해안로를 만나 교성천을 따라 북쪽으로 진행합니다. 띠아골 버스정류장과 삼표 보령공장(SPS&A 에스피에스앤에이 보령FA공장)을 지나 보령화력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갑니다. 보령LNG터미널 이정표를 지나자 언덕에는 수크령이 피어 있습니다.
영보2리마을회관 앞 Y자형 갈림길에서 610번 지방도로를 따라 우측 갈매못 순교성지 방면으로 완만한 경사의 언덕길을 오릅니다. 좌측의 더반힐 리조트펜션을 뒤로하고 바닷가로 나서면 선착장이 있는데 사실 이곳에 포구이름은 없지만 행정구역의 지명을 따서 영보포구라 불러봅니다. 갈매못성지 제2주차장(대형버스) 옆은 바로 오늘 첫 번째 하이라이트인 갈매못순교성지입니다.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소재 갈매못 순교성지는 광천천이 서해 천수만으로 유입되는 해안에 위치한 천주교 성지입니다. 1866년 천주교 병인박해 당시 프랑스인 다블뤼 주교 등 다섯 성인(외국인 선교사 3명, 한국인 2명)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효수형을 당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천주교인의 순교지였습니다. 이곳이 순교지임이 확인된 1927년부터 성지로 관리되기 시작했고 1975년에 순교비, 1999년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성당이 완공되어 순례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이곳 야외광장에는 순교터 및 매장터, 순교성인비와 복자비, 예수부활상과 승리의 성모상이 있고 순교터 뒤쪽에는 기념관 및 소성당, 승리의 성모상 뒤쪽에는 사무실과 성물방, 성모대성당으로 기는 길목에는 십자가의 길을 형상화한 15개의 조형물이 담장 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성당에는 성인유해공경실과 성체조배실이 있고 외부에는 부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순교성지를 꼼꼼하게 둘러보고는 오천항으로 갑니다. 오천앞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은 무슨 용도인지 잘 모르겠군요. 작은 고개를 넘어 오천보건지소에서 좌측 바닷가로 나가면 바로 오천항입니다.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소재 오천항은 광천천이 서해 천수만으로 유입되는 곳에 있는 항구로 천수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까닭에 방파제 등 별도의 피항 시설이 필요 없을 만큼 천혜의 자연조건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오천은 예로부터 보령 충청수영성이 있었을 만큼 보령 북부권의 삶과 생활의 중심지로 시대가 바뀌면서 예전의 영화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오천항은 여전히 천수만 일대의 주요 어항으로서 중요한 가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키조개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특산물이며,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홍합도 인기 해산물입니다.
오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천항 대문을 나서면 목적지인 충청수영성 입구입니다. 이곳에는 오천면 종합안내도, 충청수영성 안내문, 드라마 동백꽃필무렵 촬영지 안내문, 서해랑길 62코스 안내지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충청수영성은 다음 코스에서 볼 수 있지만 이번 코스의 길이가 비교적 짧아 이번에 답사합니다.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소재 충청수영성(사적 제501호)은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길이 1,650m(현재 남아 있는 성의 길이)의 석성으로 1509년(조선 중종 4년)에 축성을 시작해 16년간 쌓은 후 1896년(고종 33년)에 폐영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곳 충청수영은 당시 충무의 경상수영, 여수의 전라수영과 함께 조선의 바다를 지키던 3대 수영이었으며, 충청수영성은 천수만 입구와 어우러지는 경관이 수려하여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지역으로 성지(城址)와 주변 지형이 거의 원형(原形)을 유지하고 있어 경관적으로도 우수한 상태입니다.
수영성 서문인 원통형 석문을 통과해 계단을 오르면 수영성의 정자인 영보정(永保亭)입니다. 이 정자는 다산 정약용, 백사 이항복이 조선 최고의 정자로 꼽았을 정도로 조망이 빼어납니다. 수영성 뒤쪽 성 쪽에는 수영성의 객사인 장교청(將校廳)이 있는데 원래는 오천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것입니다. 영보정 옆 진휼청은 보수공사 중이라서 답사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약 11km를 답사하는데 약 3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원래 거리는 8.7km이지만 갈매못순교성지와 충청수영성을 꼼꼼하게 답사하느라 더 걸었기 때문입니다. 갈매못순교성지는 이번에 처음 방문했는데 당시의 아픔을 후세의 사람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 조성한 점이 돋보였으며, 낚시의 명소라는 오천항에는 외부에서 낚시꾼을 태우고 온 대형버스 여러 대가 보였습니다. 특히 충청수영성은 수영성 그 자체도 물론 기억해야할 사적이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조망은 왜 선인들이 조선 최고의 정자로 꼽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서해랑길 보령 61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10월 26일 (토)
▲ 코스 : 깊은골버스정류장-오포3리마을회관-오포3리부녀회관-수정저수지-영보교(북단)-삼표공장-보령화력삼거리-갈매못순교성지-오청항-충청수영성
▲ 거리 : 11km
▲ 시간 : 2시간 5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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