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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보령 59코스는 서천군 서면 도둔리 춘장대해변에서 출발해 보령시 신흑동 대천해변에 이르는 27.9km의 도보길로, 길을 걸으며 부사방조제, 장안해수욕장, 독산해변, 무창포해변,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타워, 용두해변, 죽도관광지, 대천해변을 만납니다.
59코스의 출발지는 서천군 서면 도둔리 춘장대해변입니다. 춘장대해수욕장은 약 1.5㎞에 걸쳐서 완만한 경사를 가진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며, 주변은 암석해안을 이룹니다. 해안을 따라 남서쪽에 개발되었던 비인해수욕장은 서천화력발전소의 건설 등으로 폐쇄됨에 따라 춘장대해수욕장이 확대·개발되는 상황입니다. 춘장대캠핑장 앞에는 서해랑길 59코스 출발점을 알리는 안내지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스의 거리는 무려 28km라서 트레킹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은 이를 하룻만에 걸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산악회 일부 회원들은 코스를 약 반으로 줄인 단축코스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북쪽의 부사방조제를 지나 소황사구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합니다. 잠시 하차해 사진을 찍습니다. 부사방조제는 서천 춘장대와 보령 무창포 사이에 서해로 흘러드는 웅천천을 막아 건설한 방조제입니다. 이 방조제는 간척사업을 통해 농경지를 확장하고, 밀물 시 서해에서 밀려드는 해수로 인한 염해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하였으며 남쪽의 춘장대해수욕장과 북쪽의 무창포해수욕장을 연결하는 도로 겸 관광지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약 2km거리의 해안 모래언덕(사구 砂丘)을 소황사구라 부릅니다. 소황사구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이곳은 사구의 보전과 멸종위기야생동물(노랑부리 백로, 매, 삵 등)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여기서 목적지까지의 거리도 무려 23km에 달해 버스를 타고 소황사구가 끝나는 북쪽의 독산해변으로 이동합니다.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소재 독산(홀뫼)해수욕장은 해안선이 길고 부드러운 백사장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경사가 완만한 갯벌에서는 물때(간조) 시간에 맞추어 조개, 맛살 등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소황사구 북쪽 끝자락인 이곳에는 깔끔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군요. 해변앞 독대섬은 물이 빠져 육지와 연결된 모습입니다.
해안도로를 이용해 북쪽으로 갑니다. 백사장이 상당히 넓어 보이는군요. 해안가에는 텐트를 치고 피서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현재 추석도 지난 9월말인데 아직까지 낮 최고기온이 섭씨 28도까지 올라 더위를 피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독산해변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바꾸었다가 다시 무창포 해수욕장 이정표를 보고 북상합니다. 길목의 낙조공원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니 무창포해수욕장입니다.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소재 무창포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개발되어 서해안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으로 해수욕과 갯벌 체험이 가능하여 이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보령9경 중 제5경에 해당하는 무창포 바닷길을 품고 있으며, 대천해수욕장 및 죽도 관광지와 더불어 보령시의 3대 관광특구로 지정되었습니다.
숙박시설인 비체팰리스가 있는 해수욕장 남단에는 닭벼슬섬이 있는데 보령시는 육지에서 닭벼슬섬까지 해수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연육교를 설치해 이곳 갯벌생태계를 복원하였다는군요.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걷습니다. 모세의 지팡이 조형물도 눈길을 끌고 앞바다의 섬인 석대도까지는 신비 바닷길이 열립니다.
무창포해변 관리사무소 옆에는 제2연평해전 순국영웅인 한상국 상사의 상빈신상이 세워져 있어 자신도 모르게 거수경례를 올렸습니다. 갈림길 우측에는 선박 피항지가 있어 태풍에도 안전할 것입니다. 수산시장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무창포해변은 백사장이 정말 넓네요. 길목에 상화헌이 있어 좀 헷갈렸는데 왜냐하면 죽도의 상화원은 보령9경 중 제2경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상화원이 아니라 상화헌으로 카페입니다.
수산시장 뒤쪽의 교량은 무지개다리입니다. 여기에 오르니 바다 쪽으로 무창포항이 잘 조망됩니다. 보령시 관당리 소재 무창포항은 지방어항에서 국가어항으로 승격된 보기 드문 항구입니다. 무창포항 방파제 끝단의 등대는 입출항하는 선박의 안전항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항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충남수산자원연구소를 지나갑니다.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약 10km가 남았군요. “열린바다로” 길은 지열이 굉장해 그늘이 아닐 경우 정말 무덥습니다. 좌측으로 펼쳐지는 대하양식장과 숲을 보니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는군요. 길목의 인어상은 얼굴만 보면 여성이 아니라 남성처럼 투박합니다. 그림 같은 주황색 벽돌과 지붕을 한 집을 지나자 용두해변입니다.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소재 용두해수욕장은 보령시 남서부 남포방조제 남단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웅장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사계절 휴양지로서 충청도 야생조수 실태 고정 조사지로 지정될 만큼 자연조건이 훌륭합니다. 백사장 뒤에는 방벽이 있고 그 위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소나무 숲이 형성돼 있어 시원한 그늘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 용두마을은 지형상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는군요. 기온은 높지만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몇 개의 바위가 모여 있는데 신랑바위와 각시바위라고 합니다. 용두마을 처녀총각이 서로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바다의 탐욕스런 용이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해 남녀가 매우 괴로워하자 마을사람들이 성주사 무염스님에게 간청해 스님과 용이 치열한 싸움을 하게 되어 용은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고 처녀와 총각은 각시바위와 신랑바위가 되어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이곳에는 장수바위의 전설도 있군요.
용두해변을 지나면 남포방조제입니다. 남포면 월정리에서 보령시 신흑동을 잇는 남포방조제는 보령시 남서부 해안에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 서해로 유입되는 남포천을 막아 축조한 방조제로 길이는 3.7km에 달합니다. 방조제 중간 지점에는 과거 섬이었다가 방조제로 인해 육지로 연결된 죽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포방조제 남쪽 끝단에는 보령요트경기장이 있군요. 방조제 안쪽에는 광활한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고 그 뒤로는 이름 모를 보령의 산들이 멋진 능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보령의 명산은 오서산(790m)과 성주산(680m)인데 여기서는 분간이 어렵네요. 농경지에는 신라의 문장대가인 최고운(최치원)의 유적이 있다지만 답사할 여유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방조제 중간지점에 죽도가 있는데,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소재 죽도는 보령시 남포면에서 서남쪽으로 8.1㎞지점에 있는 작은 섬으로 옛날 대나무가 울창하였던 섬이라 하여 대섬 또는 죽도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남포방조제 건설로 육지화된 섬으로 죽도에는 죽도항과 한국식 휴양정원인 상화원이 있습니다. 상화원은 약 20년간 대규모 상업적 개발을 멀리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성한 정원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한옥을 충실하게 이건·복원한 한옥마을과 빌라 단지, 석양 정원 등이 어우러져 한국적 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죽도로 진입하는 교량입구에는 “보물섬관광지 죽도”가 씌어 진 아취형문이 있군요. 또 다시 지루한 남포방조제를 걷습니다. 방조제 북단에는 거대한 기중기로 방파제조성에 사용되는 삼각형 모습의 시멘트구조물인 테트라포드 설치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방조제 및 도로변에는 남포방조제 준공기념탑이 보입니다. 배수갑문에서 본 남포천의 물길은 대단하군요.
국군복지단 대천콘도(갓배교차로)를 뒤로하고 갓바위마을 민박촌을 지나면 대천해수욕장입니다. 보령시 신흑동 소재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가 3.5㎞, 너비는 100m, 면적은 3만㎡입니다. 백사장의 모래질이 동양에서는 보기 드물게 조개껍질이 잘게 부서진 패각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에 달라붙지 않으며 물에 잘 씻깁니다. 평균 수심 1.5m의 얕은 수심과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동반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해안에 심어진 3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백사장을 따라 줄지어 있고, 백사장 남쪽으로 4㎞ 지점에 위치한 무인도섬인 다보도와 기암괴석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절경을 이룹니다.
대천해변에는 송림숲과 각종 조각작품, 보령머드박물관, 엄청난 규모의 식당과 카페, 각종 조형물, 현대식건물의 숙박시설 등이 어우러져 매우 분주합니다. 해변도로는 방문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인해 걷기가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필자는 매우 오래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한마디로 정신을 없을 정도였습니다.
머드광장에 59코스의 종점을 일리는 서해랑길 60코스 안내지도가 있네요. 오늘 약 14km를 걷는데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체력의 한계로 코스 약 절반을 잘라먹은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래도 보령의 명소중 제1경인 대천해수욕장, 제5경인 무창포해수욕장을 답사한 것은 다행이었고 시간부족으로 제2경인 죽도(상화원)를 그냥 지나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9월 하순임에도 이상기후로 인해 무더위에 애를 먹은 하루였습니다.
《서해랑길 보령 59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9월 28일 (토)
▲ 코스 : 춘장대해수욕장-(버스이동)-소황사구(장안해변)-(버스이동)-독산해변-무창포해수욕장-무창포항-용두해변-부안요트경기장-남포방파제-죽도(상화원)입구-남포방파제-대천해수욕장-머드광장
▲ 거리 : 14.2km
▲ 시간 : 3시간 5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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