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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9개 코스 1,800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은 103개의 본선(해안노선)과 6개의 지선(내륙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선은 서산지역 4개 코스(64-1,2,3,4) 및 당진지역 2개 코스(64-5,6)입니다. 서해랑길 서산 64-3코스는 해미면 읍내리 해미읍성에서 출발해 운산면 용장리 운산교에 이르는 17.8km의 도보길로, 길을 걸으며 수덕사의 말사로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사찰 개심사, 보물로 지정된 4m높이의 당간지주와 오층석탑 등 유물이 남아있는 서산보원사지, 빛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백제시대 불교예술의 정수 마애여래삼존상(국보 84호)을 만납니다.
64-3코스의 출발점은 해미읍성 남단 서산관광안내소 옆입니다. 해미읍성(사적 제116호, 서산9경 중 제1경)은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보존상태가 상당히 양호합니다. 해미읍성의 높이는 5m, 둘레는 약 1.8㎞로, 동·남·서 세 방향에 문루가 있으며 원래는 두 개의 옹성과 동헌, 객사 등이 있는 매우 큰 규모였는데 현재 동헌, 객사, 내아, 옥사, 민속가옥, 청허정 등이 복원되었습니다. 원래 해미읍성은 왜구의 출몰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조선 태종 14년(1414) 성을 쌓기 시작해 세종 3년(1421년) 완성한 것입니다.
해미읍성 남단 대형 주차장 서산관광안내소 옆에는 서해랑길 64-3코스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서산관광안내소 앞 도로변(남문2로)에는 해미읍성을 알리는 대형 안내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코스는 거리가 17.8km에 달하는데 상왕산 개심사, 보원사지, 마애여래삼존상 등 볼거리가 많으며 개심사를 품고 있는 상왕산 능선(해발 약 340여m)을 넘어야하는 힘든 여정입니다. 따라서 체력의 한계를 느껴 코스를 좀 단축하기로 작정하고 등산버스를 타고 개심사로 가는 길목의 신창저수지까지 이동합니다.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소재 신창저수지는 물이 맑고 수심이 깊은 계곡형 저수지로 낚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제방의 높이는 24m, 길이는 212m입니다. 천년고찰 개심사로 진입하는 길목인 서산목장 인근에 입지하고 있으며, 용현자연휴양림과 개심사 계곡을 수원으로 하여 서산시 해미면 관유리 농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합니다. 쉼터를 지나자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교량이 있는데 이를 건너도 되지만 우리는 저수지를 따라 걷습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이 바로 개심사 주차장입니다. 여기서 개심사까지의 거리는 700m로 상당한 오르막을 각오해야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내포문화숲길 안내도가 있는데 현재 걷는 이 길이 바로 내포문화숲길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상왕산 개심사 현판이 붙은 안양루로군요.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象王山)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開心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修德寺)의 말사입니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654) 혜감국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개원사라 했는데, 고려 충정왕 2년(1350) 처능대사가 중건하면서 개심사라 했고, 1475년 중창 후 1740년 중수하였으며, 1955년 전면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각으로는 보물인 대웅보전, 심검당, 무량수각, 명부전. 팔상전, 산신각 등이 있습니다.
서해랑길은 산신각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전망대 쉼터까지 600m는 오르막길입니다. 쉼터인 정자가 있는 능선갈림길에서 좌측의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이정표를 따라 걷습니다. 능선길은 매우 반듯해 걷기가 참 편합니다. 우측 계곡 저편에는 수정봉(453m)이 우뚝하군요. 상당히 긴 침목계단을 내려서니 개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역사적인 명소 보원사지입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소재 보원사지(普願寺址, 사적 제316호)는 통일신라시대의 절터입니다. 이곳에는 모두 5점의 보물(법인국사탑, 법인국사탑비, 오층석탑, 당간지주, 석조)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간 통일신라 말에 창건되어 고려시대에 융성했던 사찰로 인식되어 왔으나 약 50년 전 6세기 중반 백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의 발견으로 창건연대가백제시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곳입니다.
보원사지를 나와 1.4km 거리에 있는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만나러 갑니다. 용현계곡을 을 따라 걷습니다. 용현계곡에는 여름철을 위한 시설이 많이 보이네요. 이 길은 “가야산 옛절터 이야기길”이기도 합니다. 내포가야산에 있는 200여 절터 중 서산에는 100여개가 있어 그 중 23개를 연결해 걷는 길을 조성했다는군요.
길목의 좌측 바위에 새겨진 방선암(訪先岩)은 조선시대 해미현에 거주하던 당대 최고의 선비들이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던 이곳 용현계곡 마당바위에 모여 시를 짓고 교우하던 장소를 기리기 위해 이름을 새긴 바위입니다. 현재 윤선좌(尹仙佐), 한맹유(韓孟裕), 김진(金璡), 홍병권(洪秉權)의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용현집에서 용현계곡의 다리를 건너 약 200m를 오르면 국보로 지정된 마애여래삼존상입니다. 서산시 용현리 소재 마애여래삼존상(磨崖如來三尊像, 국보 제84호, 서산9경 중 제2경)은 바위에 새겨진 삼존상으로 "백제의 미소"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석불은 10m가 넘는 거대한 암벽의 동면을 깎아 만들었는데, 석불의 높이는 중앙의 본존상 280㎝, 왼쪽 미륵보살입상 170㎝, 오른쪽 반가사유상 166㎝입니다.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백제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마애삼존불로 조각 솜씨가 뛰어나면서 구도 측면에서 독특한 불상입니다.
삼존상을 뒤로하고 용현계곡을 따라 가면서 인바위를 지나 용현1교를 건너면 강댕이미륵불을 만납니다. 운산면 용현리 소재 강댕이미륵볼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216cm, 어깨의 폭은 65cm, 두께는 25cm이고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으며, 오른팔을 위로 올려 가슴에 붙이고, 왼팔은 구부려 배 위에 대어 서산지방의 다른 미륵과 같은 형식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로 통하는 중국 사신들이 오가는 통로에 세워졌다고 하며 또는 보원사를 수호하는 비보장승이었다고 합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용현교를 건너 618번 지방도로변을 걷습니다. 도로 우측에는 고풍저수지가 있군요. 운산면 고풍리 소재 고풍저수지는 서산 가야산(678m) 북쪽 용현계곡 하류를 막아 조성한 계곡형 저수지로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물이 깨끗해 운치 있게 휴식을 즐기기 제격인 곳입니다. 또한 민물낚시를 즐기기도 좋습니다. 고풍터널을 빠져 나오자 길은 고풍대교 우측 아래로 내려가 교각을 통과해 역천을 따라 갑니다.
미평교에서 잠시 역천을 벗어나 618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청천수교 교각 밑을 통과하면 다시 역천 제방을 만납니다. 목적지인 운산교인근에는 역천파크골프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도 보이네요. 서산시 운산면 소재지인 이곳은 자체적으로 운산팔경을 지정할 정도로 애향심이 강한 모습입니다. 역천 건너편 둔치에는 해바라기 밭이 조성되어 있고 운산교 북쪽 둔치에는 돌탑과 하트조형물이 있으며 운산면 중심가에는 벽화거리가 조성되는 듯 마을 환경에 신경을 많이 썼군요.
오늘 약 14km를 걷는데 4시간 30분이 소되었습니다. 원래 거리는 17.8km이지만 해미읍성에서 신창저수지까지 버스로 이동해 거리가 단축된 때문입니다. 개심사에서 상왕산 능선을 넘는 길은 다소 힘들었지만 개심사와 보원사지 및 마래여래삼존상을 8년 만에 다시 찾은 것(당시 서산 아라메길 1구간 답사)은 매우 큰 보람입니다.
《서해랑길 서산 64-3코스 개요》
▲ 일자 : 2025년 1월 25일 (토)
▲ 코스 : 해미읍성-(버스이동)-신창저수지-개심사-상왕산 능선 삼거리-보원사지-방선암-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강댕이미륵불-고풍저수지-고풍터널-고풍대교(우회)-미평교 서단-운산교
▲ 거리 : 13.8km
▲ 시간 : 4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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