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역의 전소민 황마마 역의 오창석
오로라(전소민 분)와 설설희(서하준 분)의 애정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설설희는 결국 뜸만 들이다가 로라와 키스한번 못하고 이대로 새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설설희의 부친 설국(임혁 분)은 로라와 사임당(서우림 분)을 집으로 불러 불고기 가든파티를 열어주려고 하는데, 재벌2세라는 미혼남들이 알타이르의 주인공 오수정(로라의 예명)을 결혼상대자로 만나고 싶다는 전화가 매니저인 설희에게 자주 오자 설희는 "로라는 드라마 끝나고 피곤할 텐데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늑장을 부립니다. 사실 이런 전화는 매니저인 설희가 받기에 로라로서는 이런 말을 들으면 피곤한 게 아니라 주가가 올랐음을 알려주는 오히려 기분 좋은 소식이거든요. 따라서 설희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설희가 이토록 물러터진 사이 로라는 누나들의 설득에 출가한 마마를 찾아갔고, 마마는 로라를 보자마자 대뜸 상경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마마의 누나들이 로라를 찾아가서 읍소했을 때 단박 누나들을 따라나선 로라나, 로라가 사찰에 나타나 상경하자고 했을 때 "얼씨구"하고는 행자복을 집어 던진 마마나 가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이 필요할 듯 보였거든요. 로라와 마마가 재회하여 상경하면서 벌어진 대화와 행동을 보면 로라가 그간 설희를 정말 좋아하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마마의 세 누나들은 핏줄의 인연까지 끊고 출가한 마마의 소재를 파악하고는 로라를 데려가지 않고는 마마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며 "천하에 제일 당돌하고 싸가지 없는 여자의 대명사"였던 로라의 집을 찾아가 백기투항하고 말았는데요. 사임당이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자 황시몽(김보연 분)은 "우리 마마 어떡하니? 너 못 잊어 편지 한 장 달랑 남겨 놓고 스님 된다고 출가했다. 지금 진주 소재 절에 있다. 우리가 잘 못했으니 마마 찾아 결혼해 줘!"라고 납작 꼬리를 내렸습니다. 사임당은 "그 말하려고 왔나? 로라는 간신히 마음잡았으며 사귀는 남자도 있다"고 대꾸합니다. 시몽은 "마마 생각해 줘! 함께 절에 갈 때까지 못 간다. 미움 풀라"고 버팁니다.
로라는 "사람을 칼로 찔러 놓고 잘 못 했다고 빌면 다냐? 이제 완전 질렸다. 말로 상처 주는 것도 정말 아프다. 악착 같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무슨 소리냐? 마음으로는 미워하면서 마마 데려올 생각으로 그러지 말라. 작가집안과 그 집(설희네) 비교해 보면 그 집사람들은 나를 진심으로 위한다. 이제 당신들에게 정 떨어졌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로라는 중심을 잘 잡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로라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세 누나들이 통곡했기 때문입니다. 로라는 미치겠다며 편지에 뭐라고 썼느냐고 물었고, 자몽이 편지를 읽었습니다. 마마의 편지내용이 로라도 눈물을 흘립니다.
로라는 왜 출가할 생각을 했느냐고 마마를 원망했고, 사임당도 진작 누나들을 설득하지 못한 마마를 역시 원망합니다. 로라는 "내가 간다고 황 작가 마음이 바뀌나? 왜 찾아와서 난리냐?"고 짜증을 냅니다. 사임당은 불청객들에게 저녁식사와 후식까지 대접하네요. 로라도 결국 "내가 가서 이야기해도 안 들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며 최근 구입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누나들을 따라 진주로 갑니다. 로라는 마마가 "있는 집 며느리 된다니 물러서겠다"라고 한 말을 회상하는군요. 솔직히 이 말도 뜬금 없었습니다. 없는 집 며느리가 되면 로라가 불행해 질지도 모르니 물러설 수 없지만, 있는 집 며느리가 되면 행복할 테니 쿨(cool)하게 물러선다는 말인가요?
진주에 도착해 잠시 눈을 붙인 일행은 함월사를 찾아갔습니다. 누나들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로라는 주지스님(무룡)을 찾아 황마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스님은 "정말 중노릇 잘 할 그릇인데 남녀간 애정은 구름 같은 것이니 그냥 물러가라"고 스님다운 말을 하는군요. 로라는 본인의사를 확인한 후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로라는 마마가 머무르고 있는 행자방으로 안내되었고 마침 방에서 나온 마마와 마주쳤습니다. 로라는 "이 꼴이 뭐냐? 짐 싸 가지고 나와! 결혼약속 안 했다(☞이 말은 설희와 관계는 별 것 아니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이해됨). 지금 안 간다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마는 별로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스님께 인사드리고 오겠다"고 대답합니다. 마치 로라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태도입니다.
솔직히 주인공인 로라와 마마의 처신이 너무 가볍습니다. 사랑이 장난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리 누나들이 읍소하더라도 단 한번 설득에 누나들을 따라 나선 로라도, 로라가 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찰을 바로 나오는 마마도 오십보백보입니다. 이 보다는 마마의 누나들이 세 번 정도 마마를 살려달라고 매달린 다음 로라가 마마를 설득하려 나서고, 마마도 행자생활이 끝나고 머리를 깎기 직전 로라의 방문을 받고 갈등하다가 환속(☞ 스님이 되지 않았으니 환속은 아닌가?)했으면 모양새가 한결 나았을 것입니다. 누나들과 핏줄의 인연까지 끊겠다던 마마의 결심이 고작 이 정도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마마로서는 로라의 말을 듣지 않으면 영영 로라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까봐 마음이 조급했겠지요.
로라가 마마를 설득해 사찰을 나오기로 했다는 말에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누나들이 마마의 얼굴도 보지 않고 먼저 떠난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마마를 속세로 데려오지 못하면 죽어버리겠다고 막말까지 한 누나들이 갑자기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마마에 대한 무한애정을 가졌다면 먼저 떠날 게 아니라 적당한 곳에 숨어서 마마가 주차장으로 나오는 모습이라도 지켜보는 게 상식이었을 것입니다. 로라가 운전하는 차에 탄 마마가 눈물을 흘리자 로라는 차를 세우고 마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 말라. 나도 속상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로라는 "보고 싶었다"는 마마의 뺨을 때린 것입니다. 뺨을 때리는 모습도 그냥 뺨을 건드리는 수준이어서 매우 어설펐고, 실제로도 뺨을 때일 상황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로라가 때린 것은 미움이 아니라 원망이었을 테지요. 마마는 "미안해! 사랑해!"라며 로라를 포옹했고, 로라도 마마를 안은 채 통곡합니다. 사실 이 정도면 마마도 로라에게 키스를 할 만 하지만 앞으로 설희와의 관계를 감안해 여지를 남겨 두려는 속셈인 게지요.
마마는 감자구이와 커피를 구입해 마마에게 건네주었고 보리밥 집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합니다. 로라가 누나들과 함께 왔다고 하자 마마는 안면을 싹 바꾸고는 "누나들 등쌀에 왔나?"고 반문하네요. 로라는 "뭘 잘 했다고 그러냐?"며 마치 투정 부리는 어린애 달래듯 말합니다. 마마는 로라에게 비빔밥을 비벼주며 친절을 베풀자 로라는 서울에 가면 이발부터 하라고 요청합니다. 그 후 마마가 운전하며 상경하면서 마마는 "서울을 떠나는 날 로라의 집에 갔었는데 지금은 꿈만 같다"고 감격해 하자 로라는 "오늘부터 내가 하자는 데로 하라"고 요구합니다.
설희는 로라의 전화기가 꺼져 있자 사임당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사임당은 로라는 미국서 온 친구랑 약속잡고 나갔다고 대답합니다. 세 누나들이 쳐들어와 난리를 쳐서 마마가 정착했다는 사찰로 간 것을 아는 사임당도 결국은 설희에게 거짓말을 하더군요. 로라는 설희의 집 앞으로 가서 전화를 걸어 뭐 하느냐고 물었는데, 로라는 설희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그만 헤어지자고 말할까요? 아님 마마와 다시 시작한다고 할까요? 정말 로라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주인공들의 너무나도 가벼운 처신으로 인해 드라마는 점점 진정성을 상실해 가는 듯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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