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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분을 토하는  허세달 역의 오만석

<왕가네 식구들>의 안주인인 이앙금(김해숙 분)은 정말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1남4녀의 어머니인 앙금은 자식들에 대한 차별이 도가 지나쳐 "세상에 뭐 저런 어머니가 다 있냐?"고 생각할 정도로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리모콘을 집어던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남편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딸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백수남편을 만나 고생하는 딸을 더욱 안쓰럽게 생각해 잘 해주는 게 도리입니다. 그렇지만 이앙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돈 밖에 보이는 게 없는 듯 합니다. 장녀 왕수박(오현경 분)은 사업가인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을 만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된장녀입니다. 왕수박-고민중 부부는 앙금에게 가전제품도 사주고 수시로 용돈을 주었고 이런 사위부부를 앙금은 금이야 옥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민중의 사업이 부도가 나 하루아침에 월세방으로 쫓겨나게 되었고, 고민중은 어떻게 하든 재기해 보려고 택배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앙금은 이런 사위를 격려하기는  커녕 애지중지 키운 딸 고생시키게 생겼다며 안면을 확 바꾸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박을 도와주기 위해 둘째 딸인 왕호박(이태란 분)에게 감언이설로 모아둔 돈을 수박에게 빌려주라고 강요했습니다. 언니 수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마음 착한 호박은 만기가 거의 도래한 적금을 해약해 돈을 빌려주려고 작정했습니다. 솔직히 글쓴이도 호박이 수박에게 돈을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매우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런데 호박이 변심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큰아들 신통(이태우 분)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신통이 학우를 때렸다고 알려왔습니다. 호박은 신통에게 매질을 하며 화를 내는데 신통은 "방통이 주워 입은 옷을 보고 옷 주인 아이가 거지새끼라고 놀려 한 대 때렸다"며 울음을 터뜨린 것입니다. 호박은 아들을 달래며 눈물을 흘렸고 그 날 이후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아파트를 물색해 화장실 두 개에 방 세 개인 38평형 아파트를 융자금을 보태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박을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앙금-왕수박 모녀와 시모인 박살라(이보희 분)-허영달(강예빈 분) 모녀입니다. 앙금은 수박이 어려울 때 돈을 빌려주지는 못할망정 새 집을 사서 거들먹거리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윽박질렀고, 수박은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망고를 사 가지고 찾아온 호박의 머리채를 붙잡고 늘어지며 호박을 구박했습니다. 사실 집을 산 시기는 안 좋았지만 어머니라면 당연히 그간 셋방살이로 고생하던 딸에게 격려와 축하는 해 주어야 도리이건만 우리의 이앙금은 오히려 딸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수박이 앙금이게 어떻게 고자질을 했는지 앙금은 호박에게 "언니 머리채를 잡았다고? 당장 달려가 빌라!"고 말했습니다. 머리채를 먼저 잡은 것은 수박이어서 기가 막힌 호박이 잘 못한 게 없다며 거절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호박의 마음을 더욱 상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시어머니 박살라입니다. 박살라는 사돈인 이앙금에게 "호박이 시집올 때 가지고 오지 못한 혼수 대신 새집으로 이사갈 때 냉장고라도 한 대 사 주라"고 염장을 질러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 정도로 개념이 없는 여자입니다. 이런 박살라는 그전 며느리 호박에게 고기를 사주며 미장원 확장자금을 꾸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호박이 아파트를 구입하자 며느리에게 새 옷을 주며 같이 이사하자고 말했습니다. 호박으로서는 피 땀흘려 모은 돈으로 구입한 아파트는 아이들 공부방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모시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호박이 거절하자 박살라는 못된 며느리라며 역정을 내었고 호박은 "날 그냥 내버려 두라"며 통곡했습니다.

귀가한 남편 허세달(오만석 분)은 아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모댁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날 허세달의 심기도 편치 않았거든요. 허세달은 사돈이자 친구인 왕돈(최대철 분)을 불러내 용돈 1만원을 주고 비서로 둔갑시켜 이사를 나가려는 새집으로 가서 돈 많은 회장 노릇을 하며 가구와 바닥을 전부 바꾸겠다고 허세를 부린 후 직장인 호텔로 복귀했습니다. 상사인 젊은 매니저가 세달에게 늦게 왔다고 화를 내며 "마누라 백으로 들어온 주제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라면서 비꼬자 세달은 매니저에게 주먹을 날린 다음 신분증을 집어 던지고 호텔을 나와버린 것입니다. 홧김에 저지른 돌발행동이었지요. 아내로부터 은행융자가 신청금액의 반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세달이 시무룩하게 귀가했는데 몸져누운 아내가 "집 괜히 샀나봐. 집 하나 산 게 뭐 대단하다고 다들 난리들인지?"라며 울먹이자 그만 꼭지가 돌아버린 것입니다.

 

허세달은 처가가족 앞에서 "장인어른에게는 불만이 없다. 그러나 장모님은 이러는 거 아니다. 집사람 불쌍한 사람이다. 처형은 절대 용서 안 한다. 저 사람이 무슨 죄냐? 새로 산 아파트는 아내의 피와 땀으로 산 것이다. 힘든 일을 해 매일 파스를 붙이고 산다. 먼지 속에서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입 속에 들어가는 거 벌벌 떨면서 아끼며, 애들 옷을 주워 입히며 악착같이 살았다. 팬티도 내가 입은 것 꿰매 입는다. 그렇게 생고생하며 집 샀는데 그게 죽을죄냐? 왜 처형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나? 호박을 주어다 키웠나? 처형(수박)만 편애한 것 온 동네가 다 안다. 우리 애들 한번이라도 안아 준 적 있나? 펑펑 노는 처형 애들은 봐주면서 남의 손에 맡기는 우리 애 봐준 적 있나? 생고생해서 집 샀는데 왜 저 사람 눈물 흘리게 하나? 앞으로 한번만 더 이 사람 무시하고 마음 아프게 하면 가만 안 있겠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고 내 마누라다!"고 소리치고는 뒤늦게 들어온 호박의 팔을 끌고 나가버립니다.

솔직히 평소 빌빌하면서 좀 모자란 듯 행동하던 허세달의 변신에 크게 놀랐고, 그의 용기 있는 폭풍분노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생각나는군요. 이를 계기로 이앙금만이라도 호박을 좀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눈 부라리며 장모에게 대든 사위를 남편 왕용(장용 분)이 두둔한다고 이앙금은 집을 나가네요. 참으로 대책이 없는 여편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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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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