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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샤 역의 송원근                                          황마마  역의 오창석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부모의 반대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도둑결혼(비밀결혼)을 할 경우에는 십중팔구는 성당으로 가서 신부님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반면 실연을 당한 남자들은 대부분 사찰로 떠나 108배를 합니다. <오로라공주>의 남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박사공(김정도 분)으로부터 버림받은 나타샤(송원근 분)는 사찰을 찾아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고,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보기 좋게 차인 황마마(오창석 분)는 아예 출가를 결심하고 사찰에 눌러 앉았습니다. 사찰에서 108배를 하며 실연의 고통을 참고 견디려는 거룩한 마음의 발로인가요?

솔직히 동성애자 나타사가 박사공의 한의원에 등장하여 애교를 부리다가 왕여옥(임예진 분)의 집에 나타났을 때 공중파방송에서 동성애자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나타샤 역을 맡은 가수 송원근(런)의 맛깔스런 연기와 사공의 여동생 박지영(정주연 분)을 골탕 먹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느 새 나타샤의 팬이 되었고, 후일 박사공이 양성애자로 변해 노다지(백옥담 분)를 끌어들이고 나타샤를 토사구팽 했을 때 나타샤를 동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나타샤가 말쑥한 양복을 입고 떠나던 날 마마의 작은 누나 황자몽(김혜은 분)이 나타샤를 보고는 첫눈에 홀딱 반한 표정을 지어 혹시 두 사람이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게 아닌지 의심했지만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나타샤는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후 나타샤는 황마마가 찾은 사찰에서 마마와 스치고 지나가 버려 일부에서는 나타샤가 마마와 사귀는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나타샤의 등장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황마마 세 누나들이 출가한 마마를 찾아 광주 소재 해원사로 갔을 때 108배를 마치고 나오는 나타샤와 조우했습니다. 제83회(2013. 9. 12)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나타샤가 하차한 후 두 차례 사찰에서만 등장하면서 대사 한마디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나타샤의 재등장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어찌보면 극중 나탸샤란 인물은 임성한 작가가 발굴한 가장 성공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황마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황마마는 은둔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처음 등장하자마자 비록 세 누나들의 치마폭에 싸여 사는 청년이기는 하지만 준수한 외모와 오로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다가 마마는 점점 찌질한 사나이로 변모해 갔습니다. 오로라 아버지의 교통사고 사망과 집안의 몰락을 모른 채 그 후 나타난 오로라에게 자신을 기망했다며 뺨을 때렸고(이 때 오로라가 맞받아 친 것은 통쾌했음), 후일 로라의 매니저 설설희(서하준 분)를 거짓말쟁이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사임당(서우림 분)에게 고해 바쳤으며, 설희를 분수도 모르고 까분다며 주먹으로 때리려다가 오히려 무안을 당하는 등 황마마 캐릭터는 점점 꼴불견으로 변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력부터 행사하려는 난폭성에 사람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그러다가 마마의 세 누나들이 사임당을 찾아가 모욕을 주는 바람에 로라는 마마와 확실하게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마마는 로라를 만나 설희가 잘 사는 잡안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는 "있는 집 아들과 사귄다니 마음이 놓인다"는 이상한 말을 내뱉은 후 물러서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였습니다. 마마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이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게 되어 안심한 것일까요?

그 후 마마의 행동은 정말 애절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강변으로 가서 강물에 비친 로라의 환영을 보며 몸부림 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절대로 사랑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그 후 사찰을 다녀온 마마는 밝은 얼굴로 귀가해 누나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평소 좋아했던 꽃게탕도 끓여달라고 부탁했으며,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누나들은 마마가 로라를 잊고 평상심을 회복한 것으로 보았지만 마마는 이미 속세를 떠날 결심을 한 것입니다. 마마는 원고지를 종이분쇄기에 넣어 처분하고 명품 옷도 후배에게 가져가라고 한 다음 집을 떠나기 전 누나들 앞으로 편지 한 통을 작성해 책상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그 편지는 "누나들이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이라고 시작한다고 알렸지만 내용은 오리무중입니다.

마마는 멀리 떠나기 전 로라의 집 앞으로 와서는 로라가 사임당과 함께 새로 구입한 중고차의 안전기원고사를 지내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떠나고 말랐습니다. 한편 밤새 마마가 돌아오지 앉자 이상하게 생각한 황시몽(김보연 분)은 마마의 방으로 갔습니다. 책상도 옷장도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 당황한 시몽은 책상서랍을 열어 문제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편지를 읽은 시몽이 비명을 지르며 미몽(박해미 분)과 자몽을 찾았는데요. 비명소리에 놀란 미몽과 자몽이 마마의 방으로 들어가 편지를 읽었는데, 자몽은 그만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편지에 무슨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에 혼절까지 했을까요? 솔직히 마마가 죽은 것도 아닌데 혼절까지 한 것은 다소 오버한 느낌입니다. 

 

자몽이 119구급대로 병원으로 실려가자 홀로 남은 시몽은 윤해기(김세민 분) 감독을 집으로 부릅니다. 시몽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하다가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고 윤 감독은 이런 시몽을 안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정신을 차린 시몽은 다시 마마의 편지를 읽습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나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어느 절에 있을 것이다. 우리 핏줄로서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해 줘! 난 출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침대 아래 협탁에 인감이랑 있으니 내 앞 재산은 누나들이 나누든지 기부하든지 하라. 그리고 찾을 생각 말라. 그게 날 위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저런 감정에 휘말려서 안 산다. 스님이 되어 마음 공부한 후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글 쓰고 살겠다. 이제 누나들도 자기 인생을 살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진작 이 길을 택해야하는데. 내 걱정말고 부디 잘 지내라!"고 끝을 맺습니다. 한마디로 출가하겠다는 말이로군요. 그래도 죽지 않고 외국으로 떠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한 일입니다. 시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국내에서 살아남아야 오로라와 새로운 불을 지필 수 있거든요.

귀가한 누나들은 자신들이 사임당을 찾아가 반대한 사실을 후회하는데, 막내 자몽은 제일 강하게 반대했던 큰언니 시몽을 원망합니다. 이제 자매들간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나는군요.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설희의 아버지 설국(임혁 분)이 "예비며느리는 잘 키워져 하는 짓이 정말 이쁘다. 생활력 강하고 영민하다. 올 겨울 결혼하기를 원한다"고 자랑한 것도 시몽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군요. 누나들은 윤 감독으로부터 무등산 해기사에서 후배가 마마와 마주친 적이 있다고 말하자 당장 사찰을 찾아갑니다. 세 누나가 법당의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10배를 마친 나타샤가 대웅전에서 나오는군요.

여기서 단박 누나들이 마마를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어긋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누나들은 마마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로라와 사임당을 찾아가 백배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며 마마를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입니다. 한 때 마마를 사위처럼 좋아했던 사임당이 먼저 무너지고 로라도 결국 설설희를 버리고 마마와 재결합하겠지요. 지금도 로라는 우왕좌왕하며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설희의 가족과 상견례를 마치고 난 이후 설희를 남편감으로 생각하고는 양주를 먹여 술버릇까지 점검한 후 설희와 식사를 하며 마마와 함께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이 어려울 때 오빠(설희)가 옆에 있어 주어 고맙다던 로라가 "나를 좋아하지 말라"고 뚱딴지같은 말을 하며, 밤중에 마마에게 전화를 거는 등 정말 이상한 캐릭터로 변모되어 가고 있습니다. 남녀 주인공이라면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데, 황마마와 오로라는 이랬다저랬다 하니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당초 120회였던 <오로라공주> 제작진은 30회 연장했다는 소식인데, 지금까지 연장해서 성공한 드라마가 별로 없었기에 앞으로 또 어떤 엉뚱한 이야기가 등장해 사람들을 피로하게 할지 걱정부터 앞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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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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