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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황금시간대 드라마라면 시청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극의 내용에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왕가네 식구들>은 4회까지 진행된 현재, "뭐 이런 어머니가 다 있나? 뭐 이런 아내가 다 있나?"라고 할 탄식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캐릭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라면 당연히 호의호식하면서 잘 사는 맏딸 왕수박(오현경 분)보다는 좀 모자라는 남편을 만나 가장처럼 일하며 생고생하는 둘째딸 왕호박(이태란 분)을 더욱 안쓰러워하고 보듬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이앙금(김해숙 분)은 수박과 그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에게는 늘 "우리 딸, 우리 고 서방"하면서 금이야 옥이야 하고, 호박에게는 늘 구박을 하여 딸의 가슴에 대못을 박습니다. 

                                                                                               고민중 역의 조성하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해야할 맏딸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의 과보호로 버릇없이 자란 왕수박은 사업 잘하는 남편을 만나 돈을 물 쓰듯 하면서도 음식 하나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엉터리입니다. 그녀의 남편 고민중은 사업실패로 부도가 나서 완전히 망하고 말았지만 아내와 처가는 물론 본가에도 말하지 못합니다. 처가와 본가에 말을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 이불을 덥고 자는 아내에게까지 이를 숨기고 쉬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수박은 남편에게 사업이 망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만일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오면 난 그냥 콱 죽어버리겠다"고 큰소리친 것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부도를 맞은 고민중은 채권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해 집과 자동차 등 모든 재산을 내놓은 대신 고발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읍소한 후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민중택배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래도 일감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이런 와중에 아내 왕수박은 친정 어머니 이앙금의 회갑연을 성대하게 열기로 하고 100여명을 호텔로 초청해 식사대접과 크루즈여행을 시켜주기로 합니다. 비용만도 거의 3천만원 수준입니다. 수박의 말을 들은 호박은 이렇게 호화판으로 할 게 있느냐고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이앙금은 또 호박을 나무랍니다. 지금 남편은 택배일을 하느라 죽을 지경인데 아내는 덜컥 호텔예약과 초청장까지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고민중의 여동생 고민숙(김미라 분)이 시골의 아버지(노주현 분)를 모시고 오빠 집으로 와서는 억지로 두고 가버렸습니다. 그전부터 부모님 중 한 분이 사망하면 오빠가 남은 부모를 모시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홀아비인 시부에게 왕수박은 자장면을 시켰습니다. 자장면을 본 고민중은 자장면그릇을 냅다 벽에 대고 던져버렸습니다. 놀란 수박에게 민중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1년 만에 오셨다. 겨우 자장면 한 그릇이냐? 그것도 막 자장? 된장찌개 끓여주면 안되나? 앞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간 처갓집에 할 만큼 했다"고 소리칩니다. 음식을 할 줄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수박은 정말 대책이 없는 여자입니다. 민중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지요.

민중은 한강변으로 나가 자신의 처지를 절규합니다. 천방지축 아내의 행동과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는 불효와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가족들이 야속하겠지요. 이런 소동이 있었으니  민중의 아버지가 편지 한 장 남겨두고 그냥 시골로 내려간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입니다. 민중이 택배일을 하는 모습을 왕호박-허세달(오만석 분) 부부에게 들키고 말았거든요. 민중은 아래 동서부부에게 함구해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허세달은 처삼촌인 백수 왕돈(최대철 분)에게 이를 알렸고, 왕돈은 호화판 회갑연은 안 된다며 민중의 부도사실을 폭로하고 말았습니다.

 

왕호박은 친정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번 회갑연은 자신이 준비할 테니 수박언니는 빠지라고 하면서 식사는 호텔뷔페대신 동네중국집에서 하자고 제의한 것입니다. 깜짝 놀라는 가족들에게 왕돈은 "우리 고 서방 회사 부도나 쫄딱 망했다. 무슨 호텔식사고 크루즈 여행이냐?"고 털어놓은 것입니다. 놀란 왕가네 가족들은 고 서방을 불렀습니다. 민중은 사업확장으로 어음부도를 막지 못했다. 회사와 공장이 무두 넘어갔다. 남은 빚은 채권자들과 협의중"이라고 실토합니다. 이 말은 들은 장모 이앙금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키운 수박을 어찌하느냐?"며 사위보다 딸 걱정부터 하는군요. 그래도 중학교 교감인 장인 왕용(장용 분)은 낙담하지 말라며 사위를 위로합니다. 수박도 난 택배하는 사람과 결혼한 게 아니라며 발악을 합니다. 민중은 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정말 죽고 싶지만 아내와 자식생각에 참는다고 합니다. 

마음씨 착한 호박은 몸져누운 수박에게 죽을 끓여 주지만 매정한 수박은 죽 그릇을 내동댕이치며 고소하냐고 소리칩니다. 호박은 어머니가 언니 수박만 편애해 먹는 수박도 싫었다고 한탄하네요. 호박은 동생 왕광박(이윤지 분)에게 친모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하소연합니다. 광박은 모친 회갑연 비용의 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의하는군요. 중국집 식사비는 호박이, 제주여행경비는 광박이 부담하기고 합의합니다. 그래도 이들 두 자매는 서로 마음이 통하는 모습입니다.

드디어 이앙금의 회갑연을 중국집에서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맏사위 고민중이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민중으로서는 택배일이 밀린 데다가 하필이면 이날이 모친의 1주기 기일이어서 시골로 내려가야 합니다. 급하게 택배일을 중도에 그만두고 나타난 민중에게 옷차림을 나무랍니다. 장모 이앙금은 사위가 망하자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늦게 나타난 사위에게 택배 나르지 왜 왔느냐고 쏘아붙인 것입니다. 기가 막힌 민중은 자리를 떴고 뒤따라 나온 왕용이 어서 모친 기일에 가보라고 합니다. 아버지 왕용의 강요에 민중을 따라나선 수박은 시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살아있는 회갑연보다 죽은 사람 제사가 중요하냐?"고 말해 정말 싸가지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말을 못하는 가족에게 수박은 "회사가 부도나 쫄딱 망해 시부 못 모신다"고 이실직고합니다. 솔직히 이 대목은 잘한 것입니다. 민중은 아버지가 실망할까봐 비밀로 했지만 시누이가 자꾸만 시부를 모시라고 하니 진실을 알려줘야 하거든요.

 

모친의 산소에 성묘를 한 민중이 떠나려 하자 아버지는 주먹밥을 싸서줍니다. 상경하는 자동차안에서 주먹밥을 먹던 민중은 아버지가 넣어둔 약간의 현금을 발견하고는 목이 메입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운 민중은 또 한번 절규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고민중위 절규에 가슴이 짠합니다. 정말 이 정도면 누구라고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민중-수박부부가 상경하자 집의 집기와 비품에는 압류딱지가 나붙고 수박의 자동차도 채권자들이 뺏어 갑니다. 발악을 하던 수박은 가출을 했고 왕가네 가족들은 수박을 찾아 헤맵니다. 공원벤치에서 발견된 수박은 "만사 귀찮다. 애들도 보기 싫다. 죽고만 싶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면 정말 멘붕될 듯 합니다.

<왕가네 식구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제대로 된 사람은 왕가네의 주인 왕용, 첫째 사위 고민중, 둘째딸 호박과 셋째 딸 광박, 그리고 중장비회사 사장인 최상남 정도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초반의 불명예(?)를 극복하고 어떤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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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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