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희 역의 기태영 한소원 역의 오지은
MBC 일일연속극 <소원을 말해봐>가 122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놀랄 만한 자제력으로 악녀 신혜란(차화연 분)의 죄를 폭로하는데 망설이면서 스토리를 엿가락처럼 질질 끌었지만 결국은 권선징악적인 방향으로 마무리 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실 막판에 한소원(오지은 분)의 생모인 신혜란이 소원을 30년 이상 키워준 양모이자 친구인 이정숙(김미경 분)을 하수인 지상근(김병춘 분)을 사주해 납치할 때만 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소원이 이정숙을 구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이후 소원은 차마 딸이 생모를 감옥으로 보냈다는 평생의 한을 우려해 망설였던 일 즉 신혜란의 죄를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때마침 신혜란이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결론이 산으로 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신혜란이 병이 났다는 이유로 모든 죄 값을 용서받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막판에 신혜란을 가장 초조하게 만든 것은 5년 전부터 하수인 지상근이 악녀 신혜란과 통화한 모든 내용을 녹음해 가지고 있던 USB파일을 한소원과 강진희(기태영 분)가 입수한 사실입니다. 지상근과 신혜란은 이를 되찾기 위해 한소원을 유인했지만 실패했고 강진희를 유인해 폭력으로 이를 빼앗았습니다. 그렇지만 강진희는 복사본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본을 빼앗기고도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강진희와 한소원이 이 USB를 사본을 남기지 아니하고 최숙현(김영옥 분) 회장에게 맡겨 그녀의 처분에 따르게 한 것은 다소 이외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신혜란은 귀가하여 최 회장의 방을 뒤졌고 회장이 들어와 자수하라고 권하자 신혜란은 "지난 30년 간 가정부, 보모, 비서 노릇하면서 살았다. 나는 죄가 없다. 허튼 소리하지 말고 USB내 놓아라. 그게 알려지면 CE그룹과 송씨 집안은 먹칠을 하게 된다"고 윽박지릅니다. 기가 막힌 최 회장은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다가 그만 졸도하고 말았습니다.
놀란 신혜란은 즉시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최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갑니다. 이 때 송석현(연준석 분)-한다원(송유정 분) 부부가 들어왔지만 할머니가 주무신다는 말로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2층에 갔던 송석현이 다시 내려와 혜란을 제지하고 할머니방에 들어가 쓰러진 최 회장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 일로 송석현은 어머니 신혜란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져 회사 출근도 하지 아니하고 병실을 지킵니다. 정숙은 혜란에게 사장 자리를 포기하지 않으면 신문방송에 죄를 폭로하겠다고 경고했고, 놀란 혜란은 지상근에게 부산매장관리를 맡길 테니 이정숙의 입을 막으라고 지시해 상근은 정숙을 납치하게 된 것입니다.
신혜란은 결국 지지하는 이사들을 등에 업고 CE그룹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나면 말이 안되지요. 한소원과 강진희는 최숙현 회장 집 신혜란의 방에서 최 회장이 감추어둔 USB를 찾아냈습니다. 사장에 취임해 기세 등등하던 신혜란은 의사로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는 심경이 180도로 변했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또 다른 악녀 송이현(유호린 분)은 신혜란 사장이 치매라는 이유로 강진희가 외근 중인 틈을 이용하여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사장이 되었습니다. 무슨 놈의 회사 임원진들이 신혜란과 송이현의 말만 듣고 이토록 쉽게 대표를 선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혜란은 처음으로 삼계탕을 끓여 친딸 한소원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정숙을 찾아가 "소원이 너를 닮아 정말 다행이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자신의 죄를 사과했습니다.
이즈음 최숙현 회장이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최 회장은 신혜란을 불렀지만 오지 않습니다. 최 회장으로서는 자신에게 대들어 졸도하게 만든 혜란에게 할말이 많을 것입니다. 이때 혜란은 송이현에게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CE그룹 옥상에 섰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과 치매에 걸린 회한으로 자살하려 했던 것입니다. 만일 여기서 신혜란이 자살을 했다면 글쓴이는 정말 TV리모콘을 던졌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자살율을 기록중인 우리나라의 공중파 방송에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자살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강진희와 송석현이 옥상으로 달려와 신혜란을 부릅니다. 강진희는 "살아서 한소원에게 좋은 어미가 되라"고 말했고, 송석현은 혜란의 손을 잡고 "엄마가 잘 못되면 나도 죽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신혜란은 자살할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회사로 나온 최숙현 회장은 송이현이 사장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는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라며 쫓아냈습니다. 그리고는 강진희를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신혜란은 죽음대신 경찰에 자수하였고 지상근도 함께 쇠고랑을 찾습니다. 송석현도 자수하여 5년 전 뺑소니교통사고에 대한 죄 값을 치릅니다. 신혜란은 경찰에 자수하기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주식을 송이현, 송석현, 한소원에게 똑 같이 증여했습니다. 이에 가장 놀란 이는 송이현입니다. 이현은 막판에 강진희 본부장의 사장취임을 막고 신혜란을 사장으로 만들기 위해 신혜란과 손을 잡은 적은 있지만 한번도 신혜란을 계모로 인정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송이현은 신혜란의 하해(河海)와 같이 넓은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아 한 순간에 악녀에서 착한 여자로 변합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습니다. 한소원은 외국에 나가 요리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유명한 세프가 되었습니다. 신혜란은 감옥에서 나와 요양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군요. 치매라 의붓딸 송이현은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친딸 한소원은 알아보는 게 신통합니다. 송이현은 부산매장관리자로 변신했네요. 송석현-한다원 부부는 아이를 낳았고, 장견우(이종수 분)-조명희(임지은 분) 부부도 쌍둥이를 잘 키우고 있습니다. 강진희는 어머니의 허락으로 한소원과의 결혼청첩장을 돌리는군요. 청첩장에 한소원의 어머니로 이정숙과 신혜란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새긴 게 이채롭습니다. 3년 만에 재회한 이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무리합니다.
이 드라마도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이 주류였습니다. 낳은 정 보다는 기른 정이 매우 중요함을 깨우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악녀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은 죄 값을 치른다는 교훈을 준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출연자 중 한소원의 전 남편 장현우 역을 맡은 배우 박재정은 5년 간 식물인간 역할을 연기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등장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힘든 연기를 한 그에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감투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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