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란 역의 차화연 최숙현 역의 김영옥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드라마를 연장 방송할 경우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별로 알맹이도 없는 이야기를 엿가락처럼 늘려 시청자들을 복장 터지게 만들었다는 비난만 받았거든요. MBC TV 일일연속극 <소원을 말해봐>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초 100회에서 120회로 늘렸지만 시청자들이 모두 아는 CE그룹 본부장 신혜란(차화연 분)의 악행을 막상 칼자루를 쥔 CE그룹 최숙현(김영옥 분) 회장만 모르고 있으니까요.
최숙현은 신혜란이 30여 년 전 아들 송인균 사장의 후처로 들어와 전처의 자식인 송이현(유호린 분)을 친자식처럼 키웠고, 자신을 친정 어머니처럼 보필하면서 CE그룹을 위해 헌신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신혜란-송이현 모녀는 물과 기름처럼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늘어지는 앙숙 같은 사이였고 최근에는 차기 CE그룹 사장선임을 앞두고 피를 튀기듯 싸우다가 현재 이현은 혜란을 도와 혜란의 사장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혜란의 전력과 그간의 악행입니다. 혜란은 처녀행세를 하고 재벌과 혼인했지만 실제로는 남편 한중석과 딸 한소원(오지은 분)을 버린 몰염치한 여자입니다. 5년 전에는 혜란의 아들 송석현(연준석 분)이 운전부주의로 소원의 결혼상대자인 장현우(박재정 분)를 치었는데 아들로 하여금 도주하게 해 장현우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고는 이를 은폐했습니다. 5년 후 장현우가 극적으로 깨어나자 뺑소니교통사고가 탄로 날까봐 하수인인 지상근(김병춘 분)을 시켜 장현우를 죽이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장현우가 식물인간이 되자 아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뇌물) 사건을 장현우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했습니다.
또 한소원이 친딸인줄 모를 때 소원을 회사에서 쫓아내기 위해 기획중인 레시피 유출범으로 둔갑시켜 경찰서 유치장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소원이 친딸인줄 알고서도 최숙현이 신뢰하는 강진희(기태영 분) 본부장과 송이현의 결혼을 깨기 위해 호텔객실로 강진희-한소원을 유인해 마치 강진희가 송이현과의 약혼을 앞두고 한소원과 불륜관계인 것처럼 꾸며 약혼을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송이현이 강진희-한소원 사이를 이간시키기 위해 한소원에게 헤어지라고 협박한 사실을 최숙현이 알게 되어 손녀인 송이현은 최 회장의 눈밖에 나고 말았지만 신혜란의 악행은 아직 한 가지도 최 회장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신혜란과 반대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놀랄만한 자제력(?)으로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혜란은 어렸을 적 친구 이정숙(김미경 분)이 자신이 버린 딸 한소원을 지금까지 반듯하게 키워준 데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잘 못 키운 것으로 생각하고는 이를 복수하겠다며 이정숙의 친딸 한다원(송유정 분)이 아들 송석현과 결혼해 며느리가 되자 한다원에게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켜 유산할 뻔한 적도 있었는데, 이런 사실을 최숙현 회장은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신혜란의 악행 즉 아들 뺑소니범행 은폐, 장현우 살인교사, 장현우 리베이트 범인조작, 한소원과 모녀관계, 한소원 레시피유출범 조작, 한다원 구박 및 아들 송석현과 이혼강요 등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지경인데, 이들 중 한 가지만이라도 최 회장이 알게 될 경우 신혜란의 CE그룹 대표자리는 단박 물 건너 갈 것입니다.
주변사람들이 아무리 최 회장의 눈과 귀를 막아도 결국 일은 터지게 마련입니다. 최 회장이 인주를 찾으러 혜란의 방 서랍을 뒤지다가 30년 전 입양동의서와 소원의 어렸을 적 사진을 발견한 때문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최숙현은 비서에게 조사를 시킨 결과 "영월 출신 신민자는 30년 전 딸을 낳고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최숙현은 다원식당의 이정숙을 찾아가 며느리 혜란에 대해 할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정숙은 "사돈에 대해 할말 없다. 궁금하면 직접 물어 보라"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정숙의 이런 반응은 정말 이외입니다. 물론 신혜란이 정숙에게 전화해 사실을 말하면 자신은 물론 딸(한소원)과 사위(송석현)의 인생은 끝장이니 절대로 신민자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라"고 협박 겸 애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혜란의 악행을 알고 있는 정숙이 결정적인 순간 입을 닫은 것은 연장방송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귀가한 최숙현은 혜란에게 입양동의서에 적힌 신민자가 누군지 물었습니다. 애 놓고 도망친 것을 아느냐는 물음에 혜란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혜란은 한 술 더 떠서 "난 그 신민자 아니다. 나를 사람들이 딸 버리고 달아난 신민자로 오해하는 게 지긋지긋해 신혜란으로 개명했다. 시어머니를 지난 30년 동안 친정엄마처럼 모시며 믿고 살았는데 정말 서운하다"고 악어의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러자 최숙현은 신민자가 세 치 혀로 교묘하게 말장난을 하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김 비서에게 엉터리정보를 가져 왔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비서는 62년생 영월출신 다른 신민자가 있다고 말했지만 최 회장은 앞으로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다른 신민자가 바로 그 전에 강진희가 찾아낸 신민자로 나중에 소원에게 돈을 뜯어내려다가 가짜로 들통난 여자입니다. 최회장은 귀가한 신혜란에게 "서운했지? 미안하다. 가슴에 못 박은 죄가 크다"며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아무리 신혜란이 30년 동안 최숙현을 잘 모셨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최숙현이 과연 대기업 회장 자격이 있는지 정말 한심할 지경입니다.
위기를 넘긴 혜란은 송이현과 함께 최회장에게 "송이현을 본부장으로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했고, 이현은 "차기 사장으로 신혜란을 선임해 달라"고 합니다. 두 악녀가 야합하여 신혜란이 사장이 될 경우 이현에게 부사장 자리를 주기로 꼼수를 부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최숙현은 서로를 위하는 모녀의 모습이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이 때 이사들은 최회장에게 강진희 본부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임원이 70% 이상 된다고 보고했고, 최 회장은 강진희가 안되면 신혜란 밖에 없다면서 혜란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하고 말았습니다. 최 회장은 강진희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강진희는 신혜란은 회장 자격이 없다고 말했고, 한소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신혜란은 사장에 내정되자 마음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그녀가 의도한 대로 사장에 취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최 회장으로부터 크게 질책을 당한 김 비서가 최 회장에게 "죽을 각오로 할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은 두 번 다시 김 비서의 보고를 듣고 싶지 않았지만 죽을 각오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이 그를 안방으로 부릅니다. 김 비서는 "30년 전 딸을 버리고 사라진 신민자의 주민번호가 신혜란과 동일하다. 며느리가 바로 그 신민자"라고 폭로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 졌습니다. 앞으로 신혜란이 죽은 장현우에 대해 저지른 죄 등 모든 악행이 양파껍질처럼 한 겹 한 겹 벗겨질 때마다 최숙현 회장은 몸서리를 칠 것입니다. <소원을 말해봐>는 이제 10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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