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암선고를 받고 저 세상으로 간 임산옥 역의 고두심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가 54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폐암을 앓던 주인공 임산옥(고두심 분)은 제53회에서 의사가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병세가 비록 호전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시한부 6개월보다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족구성원들간의 갈등이 치유된 후 조용히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만일 그간 악행을 저질렀던 주인공이 막판에 반성을 했음에도 결국 죽는다면 이는 인과응보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임산옥은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 능력이 부족한 바람기 있는 남편 이동출(김갑수 분)을 만나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 밑에서 호된 시집살이를 하며 2남 1여를 잘 키웠습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희생만 해온 임산옥이 자녀들이 성장해 배필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룰 즈음 그만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정말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필자가 막판 반전이 없었다고 평가한 것은 의사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었음에도 결국 임산옥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임산옥은 가슴통증이 심해진 이후 남몰래 병원으로 가서 시한부 인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숨긴 채 생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이를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자녀들이 받을 충격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시한부 인생을 모른 채 자식들은 어머니가 영원히 오래 살 것처럼 평소대로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임산옥의 병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이는 사위인 강훈재(이상우 분)였는데, 착한 훈재는 장모의 부탁으로 이를 아내 이진애(유진 분)에게도 말하지 않고 홀로 가슴앓이를 해 왔습니다. 막내로서 어려운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은 이형순(최태준 분)은 재벌의 딸인 장채리(조보아 분)와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그만 갈라서게 되었지만 어머니의 시한부 인생을 알고는 다시 재결합해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맏아들 이형규(오민석 분)는 엄마의 병을 알고는 가장 크게 뉘우치면서 자책했습니다. 산옥에게 형규의 존재는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어렸을 때 이진애의 부주의로 종아리에 화상을 입은 게 정말 안쓰러웠지만 후일 학교에서도 모범생이더니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이혼녀로 아들 김산(길성우 분)을 키우는 선혜주(손여은 분)와 결혼한다고 선언했을 때 산옥은 억장이 무너졌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였고, 선혜주를 반찬가게의 후계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러자 형규는 어머니에게 "그간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혹시 내가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강박관념으로 죽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때 화상을 입었을 때 죽지 않고 살아난 게 원망스럽다. 그깟 반찬가게가 뭐라고 혜주를 이처럼 고생시키나!"라면서 산옥의 가슴이 대못을 박자 산옥은 그만 무너져 내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형규는 어머니의 시한부 인생을 알고는 자책한 나머지 실어증까지 걸렸지만 산옥은 아들을 다독여 결국 다시 말문을 트이게 만듭니다.
딸 이진애는 사위 강훈재의 주선으로 온천여행을 함께 가서 어머니로부터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진애는 산옥이 언제나 오빠 형규만 챙기고 자신을 홀대한 데 대해 "왜 나를 낳았나? 나는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악을 썼던 지난날이 너무도 후회되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들려온 산옥의 병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가뭄 끝에 시원하게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희망이었습니다. 강훈재의 친부 장철웅(송승환 분)과 친모 황영선(김미숙 분)은 오랜 악감정을 털고 재결합해 부부가 되었으며, 강훈재는 장철웅을 아버지로, 장채리는 황영선을 새엄마로 받아들였습니다. 장철웅의 모친 송기남(김영옥 분)은 며느리 황영선에게 과거의 일을 사과하면서 오랜 앙금을 풀었지요. 가짜 임신소동으로 결혼을 하게 된 장채리는 진짜 임신을 하게되어 양가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동출은 시집올 때 가난으로 인해 면사포를 쓰지 못해 늘 아쉬워하던 임산옥을 위해 요즈음 유행하는 리마인드 결혼식(remind wedding)을 다시 올렸습니다. 그런데 산옥은 다음 날 아침잠에서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물론 가족들이 모두 화해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간직한 채 편안히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장면은 정말 너무나도 애석합니다. 1년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1년 후 강훈재-이진애 부부는 딸을, 이형규-선혜주 부부는 딸 아들 쌍둥이를, 이형순-장채리 부부는 아들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장철웅-황영선 부부가 만혼에 2세를 본 것은 그냥 웃고 넘어가렵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 주려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은 한번은 죽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 줌일까요? 우리 자식들은 나중에 효도하려 해도 부모는 이를 기다려 주지 않음을 명심하고 살아생전에 효도는 못해도 부모가슴에 대못은 박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판에 들려오는 가수 태진아의 <아내에게>라는 곡은 태진아의 애절한 창법이 더욱 사무치는 노래였습니다. 모름지기 우리 남편들은 아내를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라면서 그 가사를 옮겨 적습니다.
[아내에게]
- 태진아 -
그댄 평생을 모두 바쳐서
나만을 사랑해준 단 한 사람
그 마음이 너무 깊어서
이제껏 못 봤나 보오
이제 내가 그대를 위해서
지난 날 갚으려 하는데
뭐가 그리 그대는 바쁜지
이 사랑을 이 사랑을 떠나려 하오
내 하나의 사랑 그댄 나의 전분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대인데
내 가슴이 무너져 내 가슴이 찢어져
그대를 볼 수가 없는데
그대를 놓을 수가 없는데
그래 그댄 힘들었을 거야
내 모든 걸 다 받아 주었었잖아
그대 없이 나 혼자 어떻게
이 세상을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내 하나의 사랑 그댄 나의 전분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대인데
내 가슴이 무너져 내 가슴이 찢어져
그대를 볼 수가 없는데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내 하나의 사랑 그댄 나의 전분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대인데
내 가슴이 무너져 내 가슴이 찢어져
그대를 볼 수가 없는데
그대를 놓을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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