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우 역의 오민석 강지유 역의 소이현 채서린(홍순복) 역의 김윤서
KBS 2TV 일일연속극 <여자의 비밀>이 104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이 연속극은 "새하얀 백조처럼 순수했던 여자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빼앗긴 아이를 되찾기 위해 어두운 흑조처럼 강인한 여자가 되어 탐욕과 배반의 대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제목과 실제 스토리는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백조처럼 순수했던 여자 강지유(소이현 분)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채서린(김윤서 분)이 키우는 아이인줄 몰랐던 것이 유일한 비밀이었다면 악녀 홍순복(채서린으로 개명)은 신분을 세탁하고 강지유의 아이를 가로채는 등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자의 비밀은 제1의 주인공 강지유의 비밀이 아니라 채서린의 비밀인 것이 좀 거시기(?)하다는 말이지요. 아무튼 이 문제를 가지고 시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종영하면서 권선징악과 해피앤딩의 전형을 보여주었는데, 마지막 결론 및 일반시청자로서 그간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바를 간단히 기술해 보겠습니다.
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한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불행의 씨앗은 모성그룹 유만호(송기윤 분) 회장의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비자금 조성사실이 탄로 나 금융감독원 강경익 국장(최철호 분/강지유 아버지)이 내사를 시작하자 사위인 변일(이영범 분)구 및 며느리 채서린에게 지시해 강격익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강지유는 잃었던 기억을 하나하나 되찾게 되고 사고 현장에서 오동수(이성구 분)의 차가 뒤쫓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아버지 죽음에 오동수가 관련됐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강지유의 복수작전이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채서린의 신분세탁과 복수는 사실 종 엉뚱했습니다. 채서린은 강경익 국장 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어머니 박복자(취란 분)를 따라 입주하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자격지심으로 강지유에 대한 반감을 쌓아왔는데 자신의 생일날 지유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려고 집을 나셨다가 건달들에게 납치되어 짓밟힌 게 복수심을 불타게 만들었습니다. 주인집 딸을 위한 심부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막판에 협력자였던 변일구와 채서린은 상호 불신하게 되었고 서로 먼저 죽이려 했습니다. 변일구는 채서린에게 할말이 있다며 채서린을 지정된 장소로 불러냈는데, 이 사실을 알게된 오동수는 박복자와 함께 그 장소로 갔습니다. 변일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채서린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변일구를 보자마자 자동차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딸의 악행을 제지하려는 박복자가 차에 뛰어 들면서 그만 중상을 입고 맙니다. 의식도 회복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는 엄마를 보고 채서린은 비로소 잘못을 뉘우치네요. 채서린은 경찰에 자수해 복역 중 실어증과 정신질환은 병원신세를 지고 있고, 변일구는 유만호 회장이 죽기 전 건달에게 지시한 대로 유만호 사후 건달에 의해 죽고 말았습니다. 지유는 유만호 회장으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죄를 받아내곤 유 회장을 용서했습니다.
모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유강우(오민석 분)와 애인 강지유는 부부가 되었으며, 강우의 이복형제 민선호(정헌 분)는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박복자는 강지유의 헌신적인 간호로 살아나 요리교실을 운영합니다. 오동수도 복역 후 출소해 박복자를 돕고 있습니다. 강지유는 실어증 걸린 친구를 용서했고, 서먹서먹하던 유강호-민선호는 형제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악인은 죽거나 불행하게 되었고 착한 이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전형적인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보여주었습니다.
②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변일구의 말로
변일구는 유만호 회장의 딸 유장미(문희경 븐)의 남편입니다. 그런데 그는 겉으로는 유 회장에게 복종하면서 뒤로는 유 회장을 쓰러뜨리고 자신이 모성그룹을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홍순복을 채서린으로 신분 세탁케 하고 유강우에게 접근시켜 강제결혼을 하게 만듭니다. 부인 유장미를 전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장인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수족 같은 노릇만 계속한 것입니다. 변일구는 부친이 유만호의 돈을 빌린 후 이를 갚지 못해 독촉을 받게 되자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는데, 아버지의 자살이 유만호 때문이라고 생각한 변일구는 이 때부터 모성그룹에 접근해 사위가 되었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사들을 포섭해 자기사람을 만드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당했던 강지유가 돌아와 기억을 되찾고 유강우를 다시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변일구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유강우와 강지유는 변일구가 유만호 희장을 죽이려는 동영상을 보고는 변일구의 정체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변일구는 아내 유장미와 딸 변미래(제이니 분)로부터 버림받았고 결국 유만호 회장의 지시를 받은 건달에게 피살되고 맙니다. 변일구는 아버지 복수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방식이 너무 비열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전혀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③ 희대의 악녀 채서린(홍순복)의 때늦은 후회
드라마에 악녀의 등장은 빠질 수 없는 일이지만 채서린 같은 악녀는 정말 처음 봅니다. 자신의 신분을 세탁해 친구 강지유의 애인 유강우를 빼앗고, 혼절한 상태에서 강지유가 낳은 아이를 유괴(?)해 자신의 아이로 둔갑시켰으며, 생모 박복자를 항상 무시했고, 강지유의 부모 죽음에 관여하는 등 그 악행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자신이 변일구를 죽이려다가 어머니를 차에 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더군요. 비록 때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작진이 박복자를 살린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두고 채서린은 경찰에 자수한 후 감옥에 갔다가 정신질환으로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강지유는 실어증에 걸린 친구 채서린을 용서하고 친구로 되돌아갔습니다.
④ 배우 소이현(강지유 분)의 열연
이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끌었는데, 상당히 과장된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주연을 맡은 배우 소이현의 열연이 한몫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소이현의 극중 캐릭터가 불행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 우는 모습이 많았는데 그녀는 섬세한 강정연기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우 소이현이 우는 연기하느라고 정말 고생했습니다. 물론 등장한 배우들 누구도 발 연기를 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았음도 작용했겠지요.
⑤ 채서린의 남자 오동수의 일편단심
오동수는 채서린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입니다. 오동수는 비가 오는 날 밤 건달들에게 폭행당한 후 처참하게 버려진 홍순복을 발견해 그녀의 목숨을 살린 생명의 은인입니다. 이날 밤 홍순복은 강지유에게 우산을 가져다 주려고 심부름을 나섰다가 유만호의 지시에 따라 강경익 국장의 딸로 오해한 건달이 홍순복을 납치해 폭행한 것입니다. 후일 홍순복은 이 사실을 알고는 절규했지만 시계바늘을 되돌 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후 오동수는 채서린의 수족이 되어 그녀가 시키는 온갖 더러운 일을 모두 수행합니다.
오동수는 결국 홍순복의 악행에 지친 나머지 순복에게 멈출 것을 권하지만 순복은 복수를 끝낼 때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겠다고 합니다. 순복이 생모를 차에 친 후 경찰에 자수를 권고한 사람도 오동수입니다. 오동수는 채서린과 공범으로 감옥을 갔다 온 후 박복자를 도와 요리교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채서린(홍순녹)으로부터 뺨을 맞아 가면서도 그녀를 위해 일편단심인 이 남자를 보고 여성시청자들의 여심도 흔들렸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⑥ 유강우와 민선호의 돈독한 형제애
유강우와 민선호는 이복형제입니다. 유강우는 유만호 회장이 은미리(정재순 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사실 은미희는 다른 사내(시인)와 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지만 유만호가 자기 핏줄이라고 매우 좋아하는 바람에 은미희는 본의 아니게 강우를 유 회장의 아들로 둔갑시켜 키웠습니다. 유강우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 막판 큰 쇼크였지요. 한편 민선호의 어머니 민애선은 유만호 회장의 본처였지만 아들을 안고 들어온 은미희로 인해 유 회장에게 버림받아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민애선은 그 후 임신사실을 알았지만 유 회장에게 이를 알리지도 않은 채 숨어 살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모든 사연을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겨 놓았습니다. 선호는 이를 읽고 유강우 출생의 비밀을 알았지만 이를 덮기로 결심했는데, 유강우를 끌어내리려는 변일구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된 채서린이 유강우의 회장 취임식장에 들어와 이를 폭로하는 바람에 취임식장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사실 아버지 및 어머니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이복형제도 아니지만 유만호도 유강우를 아들로 받아들였고, 유강우-민선호는 서로 형-아우로 부르며 돈독한 형제애를 보여줍니다. 민선호는 유강우의 생모 때문에 자신의 친모가 쫓겨난 것을 알았음에도 그간 유강우를 도와 변일구에 대한 복수와 회장 취임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민선호는 강지유를 짝사랑하면서 그녀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참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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