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의 원비 인경왕후의 익릉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있는 조선 왕실의 왕릉인 서오릉(西五陵, 사적 제198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구리시 소재 동구릉(東九陵) 다음으로 규모가 큰 조선왕실의 왕릉군으로, 한양도성의 서쪽에 5기의 능으로 구성되어 있어 서오릉이라 불립니다. 오릉 이외에도 2기의 원, 1기의 묘가 있습니다.
1457년(세조 3년) 세조의 장자 의경세자의 묘를 처음으로 만든 후 의경세자가 덕종으로 추존되면서 경릉(敬陵)이라고 개명하고, 훗날 덕종의 비 소혜왕후가 같이 안장됩니다. 이후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昌陵), 19대 숙종의 원비인 인경왕후의 익릉(翼陵),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제2계비 인원왕후의 명릉(明陵), 21대 영조의 원비인 정성왕후의 홍릉(弘陵)이 차례로 조성되었습니다.
재실에서 금천교를 건너면 홍살문이 있는데 그 우측에 배위가 있으며, 참도(신도와 어도)를 따라가면 제례를 지내는 정자각입니다. 정자각 우측에는 비각이 있고 그 뒤로는 능침공간이 있는데 모든 조선왕릉에서는 이와 같은 기본 배치도를 따르고 있어 어느 곳에 가든 그 모습은 유사합니다.
① 명릉
관리사무소(매표소)를 지나면 제일 먼저 만나는 능이 명릉입니다. 명릉은 19대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둘째 계비 인원왕후의 능입니다. 정자각 뒤편의 쌍봉이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이며, 그 좌측 뒤 높은 곳에 인원왕후가 홀로 잠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능에 왕과 왕비의 능침공간이 따로 조성되어 있는 경우를 동원이강릉이라고 합니다.
동원이강의 능침공간
② 익릉
재실을 지나면 익릉입니다. 익릉은 숙종의 원비 인경왕후를 모신 능입니다. 참도가 계단식으로 조성된 것도 보기 드문 형식이네요. 인경왕후는 11세에 세자빈이 되었고 14세에 왕비로 책봉되었지만 2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숙종이 2명의 계비를 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계단식 참도 옆을 걷는 손자
③ 경릉
경릉(敬陵)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맏아들로 덕종(德宗)으로 추존된 의경세자와 정비 소혜왕후(昭惠王后, 인수대비)의 능입니다. 의경세자는 20세에 요절해 그의 아우가 예종이 되었었는데 예종 다음으로 의경세자의 아들이 임금(성종)이 되자 아버지를 덕종으로, 어머니를 인수대비로 존호를 올렸습니다.
④ 홍릉
홍릉은 영조의 첫 번째 비인 정성왕후의 능인데 영조는 정성왕후의 능지를 정하면서 장차 함께 묻히고자 왕비의 능 오른쪽에 자리를 비워두고 능의 석물 등을 쌍릉의 형식에 맞추어 배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영조의 능은 정순왕후와 함께 동구릉에 자리 잡게 되었고, 홍릉의 오른 편은 현재 빈 상태로 석물만 쌍릉 양식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비각
⑤ 창릉
창릉은 8대임금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능으로 서오릉의 영역 내 왕릉으로 조영된 최초의 능입니다. 이 창릉도 왕과 왕비의 능이 따로 조상된 동원이강릉입니다.
조선왕실의 무덤은 묻힌 사람의 신분에 따라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陵)>, 왕의 생모·왕세자·빈의 무덤은 <원(園)>, 대군·공주 등의 무덤은 <묘(墓)>로 구분해 불렀습니다. 서오릉에는 5기의 능 이외에도 조선왕조 최초의 <원>인 명종의 장자 순회세자의 묘 순창원(順昌園), 21대 영조의 후궁으로 사도세자(장조)의 어머니인 영빈이씨의 묘 수경원(綏慶園), 그리고 19대 숙종의 후궁이자 20대 경종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의 묘 대빈묘(大嬪墓)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아마도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본명 장옥정)일 것입니다. 장희빈은 여러 차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었지요. 장희빈 역에는 배우 김혜수와 김태희가 출연했습니다. 장옥정은 궁녀로 입궁해 숙종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되었고 왕자 윤을 낳자 희빈으로 올려 인현왕후를 폐위한 다음 왕비로 책봉했습니다. 후일 숙종은 이를 후회하여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고 장옥정을 다시 희빈으로 강등시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장옥정은 인현왕후를 무고한 죄로 사약을 받게 됩니다. 후일 그녀의 아들이 임금(경종)이 되면서 대빈묘라고 했습니다. 당시 숙종의 총애를 받아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장희빈도 이제는 한줌의 흙으로 변해 있네요.
서오릉은 그 면적이 상당히 넓어 산책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필자는 4년 전 이른봄에 서오릉을 답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왕릉 경내에 잔설이 남아 있었고 또 명릉은 일반에게 개방되지 않았는데 4년 후 다시 방문해 보니 모든 능이 개방된 것은 바람직합니다. 반면, 당시에는 익릉의 능침공간으로 접근해 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지만 현재 모든 능의 능침공간 출입을 금지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표적인 능 하나쯤은 석물을 보수 있도록 관람로를 개설하면 좋겠습니다.
4년 전 본 익릉의 능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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