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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산 산책로에서 본 5번 탱크

 

 6번 탱크 뒤로 보이는 월드컵 경기장

 

 6번 탱크와 2번 탱크

 

 

 


▲ 왜 문화비축기지인가?

 

2017년 10월 중순(14일-15일)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월드컵 경기장 옆)에서는 "석유에서 문화로"를 기치(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문화비축기지 개원기념 시민축제행사가 열렸습니다. 필자는 축제 첫날 오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문화비축기지라는 말이 상당히 생소하지요? 이곳은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비상사태를 대비한 민수용 유류저장시설이 있었던 곳입니다. 전국에 산재한 석유비축기지의 하나였던 이곳에는 지름 15∼38m, 높이 15m 규모의 5개 비축탱크에 6,907만 리터의 석유를 저장해왔으며, 그간 1급 보안시설로 분류되어 한국석유공사가 비밀리에 관리하면서 무려 41년 간 일반인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고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위험시설로 분류되어 2000년 말 폐쇄한 다음 이곳의 석유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 후부터 버려진 곳으로 방치되어 왔습니다. 매봉산 자락의 부지면적은 14만 제곱미터(약 42천평)에 달합니다.

 

그러다가 2013년 서울시에서는 석유비축기지 재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국제현상공모 당선작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바탕으로 친환경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금년 9월 1일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의 5개 탱크는 전시장 또는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였고, 새롭게 1개의 탱크를 신축해 커뮤니티센터로, 임시주차장이었던 야외공간은 문화마당으로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석유비축기지였다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의 이름을 문화비축기지로 명명한 후 10월 중순 개원기념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 문화비축기지 개원축제

 

개원축제 개최 첫날 필자는 서울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 2번 출구로 나와 경기장을 따라 걸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기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습니다. 경기장 북문을 지나 서문 옆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문화비축지지 입구인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행인들은 월드컵하늘공원에서 개최되는 서울억새축제(10. 13∼10. 19)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인 개원기념식이 이날 오후(16:00)로 잡혀 있어서인지 오전의 행사장(문화마당)은 상당히 썰렁하더군요. 문화마당에는 행사장의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색상의 깃발만 펄럭이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적어 각종 시설을 둘러보는 것은 매우 편했지요. 필자는 <함께 채워 가는 문화탱크 문화비축기지> 안내서(팜플렛)를 보면서 1번 탱크부터 차례로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 각각의 탱크 둘러보기

 

 

① 1번 탱크 : 파빌리온

 

기지 제일 좌측(서쪽)에 자리잡은 1번 탱크는 <파빌리온>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파빌리온(Pavilion, 파빌리언)은 전시회 및 박람회 등에 이용되는 가설 건축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설 건축물은 철거가 원칙인데 앞으로 영구적으로 사용될 전시공간(후일 누군가 철거한다면 할말 없음)에 파빌리온이라는 어려운 외래어를 꼭 사용해야하는지는 의문입니다. 

 1번 탱크

 매봉산 산책로에서 본 1번 탱크(유리관)

 

 


 
그런데 파빌리온이라는 용어보다 더욱 실망한 것은 "공연준비중으로 공연시작 15분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면서 문을 굳게 잠가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언제 공연하는지 공연일정도 전혀 없습니다. 물론 현재 공연일정이 잡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파빌리온을 설명한 자료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안내서에는 "탱크해체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 안에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새로 만들어 과거의 옹벽과 현재의 건축물 그리고 매봉산의 암반지형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연이 있을 때만 입장해 이를 감상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시설은 공연준비중일 때를 제외하고는 상시 개방해야 이치에 맞습니다.

 

 굳게 잠긴 문

 

 

☞ 필자는 6일 후 현장을 다시 찾았는데 이번에는 문이 개방되어 있어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전의 폐쇄는 공연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② 2번 탱크 : 공연장

 

2번 탱크는 공연장 및 야외무대입니다. 탱크의 상부는 야외무대, 하부는 공연장입니다. 실내시설인 공연장은 1번 탱크와 마찬가지로 공연준비중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문이 닫혀 있지만 공연이 없는 날 야외무대는 휴게 쉼터로 상시 개방하고 있습니다.

 

 

 

 

 

 


③ 3번 탱크 : 탱크 원형

 

3번 탱크는 기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탱크로서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한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유류저장탱크 본래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탱크의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탱크의 일부분문 볼 수 있을 뿐 홍보책자의 사진처럼 전체모습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탱크의 원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대라도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3번 탱크 오르는 길

 

 

 

 

 

 

 

 


 
④ 4번 탱크 : 복합문화공간

 

4번 탱크는 기존 탱크 내부의 독특한 형태를 그대로 살린 공간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내부에서는 현재 전시 중이었는데 보통사람으로서는 매우 난해한 작품이어서 크게 감동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필자가 현장 근무자에게 이 점을 지적했더니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고 하더군요. 취지는 고맙지만 이를 사양하고는 밖으로 나옵니다.

 

 

 

 

 

 

 

 

 

 


⑤ 5번 탱크 : 이야기 관

 

5번 탱크는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바뀌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한마디로 이곳의 역사관인 셈이지요.

 

 

 

 

 

 

 

 

 

 

 


⑥ 6번 탱크 : 커뮤니티 센터

 

6번 탱크는 가장 크고 중심부에 위치한 탱크인데 탱크 1-2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신축한 건축물로 운영사무실,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 방문 소감


5기의 탱크를 둘러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탱크는 엄청 안전하게 지어 졌다는 사실입니다. 저장탱크의 누수방지를 위해 탱크 바깥에 별도의 방호벽을 설치했는데 그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실제 유류가 누수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설령 누수가 되더라도 이 방호벽이 100% 막아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4번 탱크의 방호벽을 절단해 출입문을 만든 모습

 

 4번 탱크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본 방호벽(엄청난 방호벽 두께)

 

 저장탱크와 방호벽 공간

 

 

 

 

이번 문화비축기지 공사에 서울시는 예산 4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탱크의 방호벽을 철거하거나 자르고 다듬으며, 원래의 저장탱크를 해체하고 개조하는 작업에 많은 예산이 소모됨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다만 국제현상공모를 해서 전문가들이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하기에 비전문가인 필자가 이를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과연 다섯 개의 탱크 모두를 손볼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2개 정도의 탱크만 자르고 손질해 개방하고 3개 정도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더라면 예산은 훨씬 절약되었을 테니까요.  

 

 

 


▲ 소박한 개선건의사항

 

첫째, 이미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외국어인 탱크의 이름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탱크1]의 파빌리온은 "전시장"으로, [탱크6]의 커뮤니티센터는 "다목적회관"(또는 운영관리관)으로 변경을 건의합니다. 물론 정부부처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서 이름으로 "콘텐츠정책국" 및 "미디어정책국"이 있는 마당에 "파빌리온"과 "커뮤니티센터"가 뭐 어떠냐고 일축해도 할말은 없습니다. 사실 미디어정책국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콘텐츠정책국은 정말 어이없습니다. 문체부 직제개편 전 문화콘텐츠산업실이 있었는데 이것도 그냥 문화산업실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지 콘텐츠라는 말을 끼워 넣어야 유식해 보이는 지 모를 일입니다. 따라서 콘텐츠정책국은 그냥 문화정책국으로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정부가 한글전용 원칙을 고수하면서 왜 정부조직까지 외래어를 사용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외래어도 한글로 표기하면 한글인가요?
    

둘째, [탱크3]의 경우 탱크 원형을 볼 수 있는 조망대의 설치를 권장합니다. 사진에 나와 있는 탱크원형의 전체 모습을 관람객이 직접 내려다 볼 수 있다면 그 감격은 배가될 것입니다. 물론 현 상황에서 탱크의 원형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뒤쪽 매봉산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곳에 오르면 탱크 3번과 6번의 원형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화비축기지 방문자 중 과연 몇 명이 매봉산 산책로를 오를까요?   

 현지 안내문 사진

 

 매봉산 산책로에 올라 본 3번 탱크
  
 

 

 


▲ 맺는 말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세계적인 화두인 "도시재생"과 "친환경"콘셉트를 적용해 바꾼 것이라고 자랑합니다. 현재 마포문화비축기지 관련 보도(언론매체, 블로그, 카페 등)를 보면 찬양일색이어서 이런 문제제기가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방문한 후 필자가 받은 첫인상은 "470억 원을 퍼부었는데 고작 이 정도의 변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필자는 박원순 시장의 팬은 아니지만 이 사업은 그의 업적으로 기록될 듯 합니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아니하고 <서울로 7017>로 재 탄생시킨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문화비축기지는 다르겠지요. 물론 평가는 후세 전문가들의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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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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