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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충신과 조선 태종의 일화 간직한 태종대

 

 3코스의 명물인 대규모 잣나무 군락지

 

 

 

 

 

 

한반도 중부지방 내륙산간에 위치한 치악산(비로봉 1,288m)은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이곳에 총 11개 코스(139.1km)의 둘레길이 2021년 5월 개통되었습니다. 제주 올레길과 동해안 해파랑길처럼 바다를 낀 길들이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길이라면, 치악산둘레길은 외씨버선길과 함께 거칠고 투박하며 남성스러운 길입니다.

치악산 둘레길 전체지도

 

 

 

 

 

 

 

치악산 둘레길 3코스 “수레너미길”은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를 출발해 수레너미재를 거쳐 태종대에 이르는 14.9km의 도보길입니다. 수레너미길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이방원이 스승 원천석을 만나고 싶어 수레를 타고 넘어갔다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코스의 주요명소는 조선 태종 이방원이 넘었다는 수레너미재, 태종 이방원과 스승 원천석의 일화가 전해지는 태종대(부산 영도에도 같은 이름의 태종대가 있는데 이는 신라 태종 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이곳에 와서 절경에 도취되어 활을 쏘며 쉬어 갔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곳임)를 들 수 있습니다.

 

 

 

 

 

3코스의 들머리는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소재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북쪽의 대형주차장입니다. 주차장 입구에는 국립공원을 알리는 멋진 안내물이 설치되어 있고 사진촬영용 사각액자도 보입니다.

외부차량 한 대 없는 쓸쓸한 대형주차장

 

 

 

 

 

 

 

 

 

치악3교를 건너 도로 우측에 조성된 나무데크를 걷습니다. 계곡에는 물놀이를 하는 가족의 모습도 있군요. 도로 좌우로 보이는 원주옻칠기공예관, 산사랑카페, 산아래 식당을 지나자 수레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 치악2교입구입니다. 목적지인 태종대까지의 거리는 13km로군요.

 

 원주옻칠기공예관

 

 3코스의 이야기 중심에 선 수레 한 대

 

 

 

 

 

 

 

여기서 치악3교 대신 이와 나란히 있는 우측의 목재다리인 수레너미교를 건넙니다. 다리 양쪽에 수레바퀴를 형상화한 아취가 있고 그 위에 “수레너미”라는 글자를 기록해 두었네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학곡천과 그 뒤의 높은 산이 치악산 주변산세를 말해줍니다.

수레너미교의 수레바퀴 형상

 

학곡천

 

 

 

 

 

 

다리를 건너 우측 주택가 도로를 걸어갑니다. 주택가라서 그런지 전형적인 여름꽃인 플록스, 도라지, 참나리, 백일홍 같은 꽃들이 길손을 반겨줘 무더위를 견디며 걷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네요. 볏짚을 노적가리처럼 쌓아둔 모습도 전현적인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오래된 흙집도 보이더군요.

 플록스

 

 참나리

 

 

 

 

 

 

 

 

수레너미길 화장실을 뒤로하고 학곡천을 건너 사랑별펜션 우측으로 진입합니다. 수레너미길을 알리는 아취형 문을 통과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됩니다. 출발점인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의 해발고도가 약 300m 정도이며 중간목적지인 수래너미재의 고도는 725m이므로 무려 425m를 올라야 하는 힘든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앞으로 수레너미재까지 3.6km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네요.

수레너미길 화장실 옆 3코스지도

 

 

수레너미길 숲길 시작지점

 

 

치악산 둘레길 3코스 해발고도

 

 

 

 

 

 

호젓한 숲길을 걷노라니 수레너미길1교입니다. 앞으로 수레너미재 정상까지는 모두 7개의 다리를 건너야하므로 정말 갈 길이 멀더군요. 수레너미길 2교 앞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만 뙤약볕아래에서는 엉덩이를 붙일 수가 없어 그림의 떡입니다.

 

수레너미길 1교

 

 수레너미길 2교의 쉼터의자

 

 

 

 

 

 

수레너미길 3교를 지나면 이번 코스의 명물인 대규모 잣나무군락지입니다. 이 잣나무 군락지는 치악산 둘레길을 소개하는 전체 안내지도에 대표사진으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이곳에는 쉼터이면서 어린이 놀이터처럼 외줄을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레너미길 3교

 

 

 

 

 

 

 

 

 

잣나무군락지를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오르막이 점점 심해지더군요. 수레너미길 4교를 지나자 침목계단으로 조성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수레너미길 5교와 6교를 건넙니다. 6교에는 이름 없는 둥굴이야기가 전해오는데요.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행복을 전하는 목소리가 된다는 신비한 동굴입니다. 실제 작은 동굴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더군요.

 

수레너미길 4교를 지난 후 오름 길

 

 수레너미길 6교 옆 이름없는 동굴

 

 

 

 

 

 

수레너미길 7교를 건너면 길은 마지막 깔딱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여기서 쉬지 않고 단숨에 이 고개를 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필자는 이미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넘겨 다리의 힘이 빠진 상태입니다. 중간에 양치식물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있는데요. 양치식물은 관다발 식물 중에서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종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사리와 고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레너미길 7교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 구간

 

 

 

 

 

 

 

 

양치식물 안내문을 뒤로하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드디어 고개너미재 정상(725m)입니다. 정상에는 치악산 국립공원 사각액자, 3코스 인증 스탬프 함이 있고 대형 엄나무 한 그루가 길목을 지키며 오가는 사람들을 반겨주지만 태종과 스승 원천석의 일화를 소개하는 안내문 하나 없어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다만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잠시나마 땀을 식힙니다.

 가파른 돌계단

 

 

수레너미재 정상의 엄나무

 

 

 

 

 

 

 

 

수레너미재는 원주시 소초면과 횡성군 안흥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치악산국립공원의 매화산(1,083m)과 천지봉(1,086m)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선 태종 이방원이 그의 스승인 운곡 원천석 선생을 만나기 위해 수레를 타고 넘었다는 고갯마루입니다.

 

이제부터는 하산할 차례입니다. 몰론 거리가 8km 이상 남아 쉬운 발걸음은 아니겠지요. 몇 차례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너지만 이쪽 방향으로는 다리에 이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숲길을 빠져 나오는 곳에 태종과 운곡선생에 얽인 일화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필자가 기대했던 것은 이러한 안내문이 수레너미재 정상에 있기를 원했거든요.

 

뒤돌아 본 숲길 출구 

 

 

 

 

 

 

 

 

운곡 원천석(1330-?)은 고려말 조선초 학자이자 문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학문에 밝아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인 목은 이색 등과 함께 성리학의 보급에 큰 역할을 했으며 조선 태종의 어릴적 스승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고려말에 정치가 문란해지자 이를 개탄하면서 치악산에 들어가 숨어버렸으며, 조선왕조가 들어서 선생에게 벼슬이 주어지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켜 나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숲을 빠져 나오니 대지는 맑은 하늘아래 작열하는 태양열을 받아 후끈거리고 있습니다. 전원주택처럼 보이는 큰 규모의 가옥이 더러 보이는 이곳은 횡성군 강림면입니다. 하늘공원을 지나면 민박과 야영장이 있는 수레너머 쉼터입니다.

 

 

 

 

 

 

 

 

장터골 삼거리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어 길을 찾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늘이 없는 길을 걷노라니 정말 지치게 되더군요. 그런데 내리막 일변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예상외의 오르막으로 이어지니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정자를 지나 마을길을 걸으며 바라본 풍경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장터골 삼거리 갈림길

 

 

 

고갯마루 정자

 

 

 아름다운 횡성

 

 

 

 

 

 

소나무 군락지가 있는 곳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길은 좌측으로 구부러지는데요. 트렉터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밭을 갈면 인부들이 허리를 구부려 수확하고 있는 곳은 큰 감자밭입니다. 감자를 트렉터로 캐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감자를 수확하는 인부들 

 

 

 

 

 

 

옥수수 밭을 지나자 가축의 분뇨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규모 횡성한우 사육농장이 여럿 있는데 이 중 하나는 국내 유명백화점과 한우공급계약을 맺은 곳이더군요. 찌는 듯한 더위에 가축들도 축 늘어진 모습입니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 U자 형식으로 돌아가니 오늘의 목적지인 태종대입니다. 횡성군 강림면 소재 태종대는 고려말 선비인 운곡 원천석의 강직한 절개관련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바위입니다. 이방원이 임금에 등극하기 전인 1415년 옛 스승이었던 운곡을 찾아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장소입니다. 이곳은 방원이 운곡을 찾아왔을 때 운곡이 머물던 장소라 하여 주필대라고 불렀다가 후일 이방원이 태종으로 등극한 후 태종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태종대 내부의 비석인 주필대

 

 

 

 

 

 

 

 

 

태종대 좌측 이정표가 있는 돌계단을 내려가 좌측을 보면 높은 바위인 태종대(우뚝 선 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절벽의 바위 벽면에는 1723년 (조선 경종 3년)에 새긴 태종대(太宗臺)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자칫 바위 위쪽의 전각만 살펴보고 이 글씨는 빠뜨리기 쉬우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15km를 걷는데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km를 단축해 수레너미교에서 답사를 시작했지만 필자는 고지식하게도 동료6명과 함께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 쪽에서 정상 출발하는 바람에 발걸음이 정말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오히려 그늘 속에서 수레너미재 고개를 넘는 것보다 횡성군 강림마을길을 걷는게 더욱 힘들었던 것은 35도의 폭염때문입니다. 반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마스크를 훌훌 벗어던지고 치악산 자락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었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치악산 둘레길 3코스 개요》

 

▲ 일자 : 2021년 7월 24일 (토)

▲ 코스 :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대형주차장)-치악3교-수레너미교-수레너미길1.2.3교

              -잣나무군락지-5.6.7교-수레너미재 정상-숲길 출구-수레너머 쉼터

             -강림마을길-태종대

▲ 거리 : 15km

▲ 시간 : 4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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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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