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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1코스로 구성된 치악산 둘레길을 걷다가 1코스에서는 고려말의 충신 운곡 원천석 묘소 인근에 그를 추모하는 시비(詩碑)를 만났고, 3코스의 이름은 조선 태종이 운곡을 만나기 위해 수레를 타고 넘었다는 “수레너미길”이며, 3코스의 종점과 4코스의 기점은 태종 이방원이 찾아왔다는 태종대, 그리고 4코스의 이름은 노파가 몸을 던졌다는 웅덩이가 있는 “노구소길”입니다.
이처럼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원천석이라는 인물이 어떤 분인지 알아야합니다. 운곡 원천석(1330-?)은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이자 문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학문에 밝아 목은 이색 등과 함께 성리학의 보급에 큰 역할을 했으며 조선 태종의 어릴적 스승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고려말 정치가 문란해지자 이를 개탄하면서 치악산에 들어가 숨어버렸으며, 조선왕조가 들어서 선생에게 벼슬이 주어지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켜 나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 소재 태종대는 고려말 선비인 운곡 원천석의 강직한 절개관련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바위입니다. 이방원이 임금에 등극하기 전인 1415년 옛 스승이었던 운곡을 찾아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장소입니다. 이곳은 방원이 운곡을 찾아왔을 때 운곡이 머물던 장소라 하여 주필대라고 불렀다가 후일 이방원이 태종으로 등극한 후 태종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널리 잘 알려진 부산 태종대는 신라 태종 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이곳에 와서 절경에 도취되어 활을 쏘며 쉬어 갔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곳입니다.
태종대 인근 노구소(老軀沼)는 늙은 할미(老軀)가 죽은 웅덩이(沼)를 말합니다. 노구소가 있는 곳은 치악산에서 흘러내린 강림천이 안흥면으로 이어지는 주천강과 맞닿은 장소인데요. 이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조선 초 태조 이성계의 왕자들이 각자의 이익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왕자의 난을 일으켰다. 이 참극을 지켜본 태종 이방원의 스승 운곡은 자신의 지위와 재산을 내려놓고 강원도 횡성으로 은거했는데, 태종이 왕이 되기 직전 스승을 찾으러 직접 횡성으로 행차했다.
이방원이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소문을 접한 운곡은 빨래를 하던 근처 노파에게 "만약 한 무리의 일행이 내가 어디 갔냐고 묻는다면 내가 간 방향과 반대로 대답해달라"는 당부를 하고 다시 숨을 길을 찾아 나섰다.
머지않아 왕자의 행렬이 도착하였고, 이방원이 노파에게 운곡의 위치를 물었으나 노파는 운곡의 부탁대로 이방원에게 거짓을 고하였다. 몇 년 뒤, 운곡을 찾지 못한 이방원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자 전국에 방이 붙었는데, 이 방을 본 노파는 자신이 한 나라의 임금을 속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 위해 하천으로 몸을 던진다. 이 후 노파의 이름을 따서 그 하천을 노구소라 부르고, 조금 더 위쪽에는 노파의 영을 기리기 위해 노구사(사당)를 지었다.』(자료/다음-나무위키)
노구소 인근에는 노구사가 있는데요. 노구사는 자신의 거짓말을 죽음으로서 사죄한 노파의 충정과 넋을 기리고자 노파가 죽은 노구소가 바라보이는 곳에 2005년 횡성군 강림면에서 건립한 것으로 매년 10월 강림면 제례위원회 주관으로 추모제행사를 개최한답니다. 사당은 문이 닫혀 내부를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바깥에는 태종임금과 충신 원천석 그리고 노파의 형상을 재현한 조각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필자가 치악산 둘레길을 답사하기 전만해도 원주와 횡성에 이런 역사이야기가 있으며, 횡성에도 부산과 같은 이름의 태종대(太宗臺)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형제의 난을 일으킨 비정한(?) 임금과 고려왕조에 대한 충성스럽고 강직한 신하의 고래등싸움에 힘없고 연약한 노파가 희생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눈물겨운 이야기로군요. 그런데 자결한 노파의 영을 기리기 위한 사당(노구사)이 어찌 600여년이 지난 2005년에야 건립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202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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