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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부지방 내륙산간에 위치한 치악산(비로봉 1,288m)은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이곳에 총 11개 코스(139.1km)의 둘레길이 2021년 5월 개통되었습니다. 제주 올레길과 동해안 해파랑길처럼 바다를 낀 길들이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길이라면, 치악산둘레길은 외씨버선길과 함께 거칠고 투박하며 남성스러운 길입니다.

 

 

 

 

 

 

 

치악산 둘레길 4코스 “노구소길”은 태종대를 출발해 노구소와 말치 그리고 두산임도를 거쳐 초치에 이르는 26.5km의 도보길입니다. 그런데 보통사람이 여름철 하루 26.5km를 걷는 것은 매우 힘들므로 당국은 임도대신 마을길을 걸을 수 있는 12.9km의 단축코스도 동시에 운영하는데 이는 참 잘한 일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무조건 많이 걷는 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4코스의 종점인 초지는 해발고도 600m에 달하는 고지대로 여기서 대형버스가 운행할 수 있는 황둔마을(하나로마트)까지 3km를 더 가야하므로 단축코스인 마을길의 경우도 천체거리는 16km가 넘습니다.

 

이 코스의 주요명소는 조선 태종 이방원이 운곡 원천석 선생을 만나러 왔을 때 운곡의 부탁을 받은 노파가 이방원에게 반대방향의 길을 가르쳐 준 후 후일 임금을 속인 죄책감으로 투신한 노구소, 길이가 무려 19.8km에 달하는 두산임도를 들 수 있습니다. 운곡 원천석(1330-?)은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이자 문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학문에 밝아 목은 이색 등과 함께 성리학의 보급에 큰 역할을 했으며 조선 태종의 어릴적 스승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고려말 정치가 문란해지자 이를 개탄하면서 치악산에 들어가 숨어버렸으며, 조선왕조가 들어서 선생에게 벼슬이 주어지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켜 나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4코스의 들머리는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 소재 태종대입니다. 태종대는 조선 태종 이방원과 그의 스승 원천석의 일화가 전해지는 곳으로 바위 위에는 전각이, 바위 절벽에는 태종대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노구소길은 돌계단을 내려서면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강림천을 따라 조성된 길은 계단이 있는 곳에서 도로로 올라와 길섶에 조성된 데크길을 걷습니다.

4코스 입구(태종대)

 

태종대 전각

 

 

 

 태종대 음각글씨

 

 노구소길 아취

 

 도로로 올라서는 계단

 

 도로옆 데크길

 

 

 

 

 

 

강림천을 가로지르는 현대식 징검다리를 보면서 직진하면 노구소를 소개하는 표석이 보이는데요. 4코스의 이름이기도 한 노구소(老軀沼)는 늙은 할미(老軀)가 죽은 웅덩이(沼)를 말합니다. 노구소가 있는 곳은 치악산에서 흘러내린 강림천이 안흥면으로 이어지는 주천강과 맞닿은 장소인데요. 이곳이 바로 노파가 태종 임금을 속인 것을 알고는 스스로 몸을 던진 웅덩이입니다.

 강림천의 현대식 징검다리

 

 노구소 표석(읽기가 힘듬)

 

 

노고소교(현지 다리 이름/노구소교가 아님))

 

 

 

 

 

 

노고소교를 건너갑니다. 이곳은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지만 맞은편 강변에는 텐트를 치고 여름을 보내는 피서객이 보이네요. 신성한 지역임을 나타내는 홍살문 아래는 종주인증 스탬프 촬영장소입니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길은 좌측으로 꺾이는데요. 여기서 무심코 그냥 좌측으로 가면 4코스의 가장 중요한 핫포인트를 놓치게 됩니다. 조금 전 홍살문을 목격했듯이 근처에는 신성한 지역이 있겠지요. 바로 갈림길에서 위쪽 약 100여 미터 지점에 노구사(노파를 기리는 사당)가 있습니다.

강림천변의 텐트족

 

종주인증 스탬프

 

고추를 말리는 풍경

 

 노구소(사당)

 

 

 

 

 

 

노구사는 자신의 거짓말을 죽음으로서 사죄한 노파의 충정과 넋을 기리고자 노파가 죽은 노구소가 바라보이는 곳에 2005년 횡성군 강림면에서 건립한 것으로 매년 10월 강림면 제례위원회 주관으로 추모제행사를 개최한답니다. 사당은 문이 닫혀 내부를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바깥에는 태종임금과 충신 원천석 그리고 노파의 형상을 재현한 조각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노구사

 

노구사 옆 야외전시물(태종, 운곡 원천석, 자결한 노파)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우측으로 갑니다. 좁은 도로변 농경지에서는 밭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네요. 약사암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좁은 도로로 진입합니다. 여기서 말치까지의 거리는 2.6km로 계속 오르막지대입니다. 우측으로 계곡이 있지만 보이는 풍경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태종대에서 트레킹을 시작한지 약 1시간 만에 말치에 도착합니다. 말치는 마지막 고개라는 뜻인데, 여기서 둘레길은 임도길과 마을길로 나뉩니다. 이곳에는 두 번째로 종주인증 스탬프를 찍는 곳이며,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곳(687m)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목적지인 초치까지는 두산임도를 경우하면 22.4km, 그냥 마을길을 택하면 8.8km이므로 우리들은 전원 마을길을 선택합니다. 두산 임도는 행정구역상 영월군 무릉도원면에 속하더군요.

말치재

 

말치 이정표

 

 

 

 

 

 

 

이제부터는 내리막 일변도의 길입니다. 그래도 이쪽의 조망은 아까 올라올 때보다는 한결 나은 듯 합니다. 다만 딱딱한 시멘트도로 길이라서 발바닥에 부담을 많이 주는 코스네요. 길섶의 요상하게 생긴 장비는 산림해충방제용 기기로 일종의 쥐덫과 같은 원리로 해충을 잡습니다. 평지로 내려오니 주변에 전원주택처럼 보이는 가옥이 제법 눈에 뜨입니다.

 

 

해충방제용 장비

 

 

 

 

 

 

 

 

한참을 가다가 무명사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합니다. 사실 아까 말치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에 치악산 둘레길 이정표를 하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주최측에서 마을길도 답사가능한 길로 선정했으면 이정표 또는 리본이라도 달아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매우 아쉽더군요.

삼거리에서 무명사 이정표 방향으로 우회전

 

 

 

 

 

 

복스럽게 핀 다알리아 꽃을 본 후 옥수수 밭을 지나갑니다. 지장사 방면으로 가면서 두만교를 건너면 영월군 무릉계곡면 뱀골계곡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제부터 길은 서서히 오르막을 변합니다. 두만2교를 지나 호젓한 계곡 옆 도로를 하염없이 걷습니다.

 다알리아

 

 옥수수밭

 

 

영월 뱀골계곡

 

 

 

 

 

 

 

두산임도를 거쳐 오는 길과 합쳐지는 삼거리를 지나갑니다. 아직도 목적지인 초치까지는 1.1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상당한 오르막이어서 진이 빠지는 구간일 것입니다. 산골지역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나무수국이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초치를 300m 남겨둔 지점에서 오늘 처음으로 숲속길로 진입합니다. 산길이 무척 가파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딱딱한 도로를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피로도는 한결 개선된 느낌입니다. 급경사를 올라 조금 더 가니 드디어 목적지인 초치(첫고개)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나무수국

 

 

숲길 초입의 이정표

 

 

 

초치의 둘레길 안내도

 

 

 

 

 

 

초치는 첫 고개라는 뜻인데 이곳은 4코스의 종점이자 5코스인 서마니강변길의 시점입니다. 여기서는 남쪽의 황둔마을로 탈출해야하는데 현지에는 황둔마을로 내려서는 이정표(방향표시)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측 황둔마을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숲 속 오솔길은 어느새 좁은 차도로 변하고 도로를 걸으며 주변풍경을 바라봅니다.

 초치 이정표

 

 5코스로 가는 방향표시

 

 

 황둔마을 가는 숲길

 

 

 

 

 

 

 

 

빨갛게 물드는 고추밭과 축사 그리고 해바라기밭, 파밭을 지나니 최종 목적지인 황둔찐빵마을(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인 황둔초등학교 앞 주차장입니다. 학교 앞 명품 소나무 한 그루는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도 좋을 만큼 멋진 나무이지만 현지에 아무런 안내문이 없는 것을 보면 기념물은 아닌 듯 하더군요.

 

 

 

 

황둔초등학교

 

명품소나무

 

 

 

 

 

 

 

오늘 약 16km를 걷는데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횡성에서 출발해 영월을 거쳐 원주에 도착했으니 무려 3개 시군을 밟은 셈이네요. 그러나 길을 걸으며 노구사(사당)를 답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딱딱한 도로위주로 걸어 삼복더위에 고생만 했습니다. 또한 말치에서 초지로 가는 마을길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초행길을 걷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더욱이 자동차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초치(첫 고개)를 둘레길의 기점과 종점으로 설정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치악산 둘레길 4코스 개요》

 

▲ 일자 : 2021년 8월 14일 (토)

▲ 코스 : 태종대-노고소교-삼가리 갈림길-노구사(왕복)-말치-마을길-초치-황둔마을 황둔초교

▲ 거리 : 16.4km

▲ 시간 : 4시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적색의 임도길 대신 청색의 마을길 선택

 

초치에서 황둔마을까지 적색4각형의 길을 걸어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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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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