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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1코스는 해남땅끝탑에서 출발해 송호해변과 황토나라테마촌 및 송지저수지를 거쳐 송지면사무소에 이르는 15km의 도보길입니다. 해남땅끝탑이 있는 땅끝전망대는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으로서 국토순례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1코스의 출발지는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소재 해남땅끝탑이지만 땅끝마을의 최남단인 땅끝탑까지는 도로가 없어 부득이 북동쪽 약 1km 거리에 있는 해남땅끝터미널에서 시작합니다. 땅끝항 여객선터미널 좌측에는 물고기 조형물과 땅끝마을 표석, 그리고 한반도지형을 묘사한 통일기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포구 북쪽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는 거대한 상어와 문어가 있어 멀리서도 눈에 잘 뜨입니다.
터미널 우측으로 가면 땅끝을 알리는 대형표석이 있고 해안에는 돌로 된 섬과 기암이 서 있습니다. 여기서 우측의 계단을 오르는 게 땅끝탑으로 가는 올바른 길입니다. 정자 옆에는 한반도 최남단 땅끝안내문이 보이는군요. 사실 땅끝은 세계 어느 곳이든 그 장소를 기념하고 있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키웨스트에 가면 “미국의 최남단”(southern most point of continental USA)라는 붉은 글씨가 있고, 유럽의 최서단(서쪽)인 포르투갈 까보데로카(cabo de rocca 로카곶)에는 여행객들에게 방문기념증명서를 판매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땅끝탑까지의 거리는 900m로 땅끝모노레일을 지나갑니다. 탐방로 안내지도를 보니 현재의 위치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정자를 지나 뒤돌아보니 아까 출발점이었던 땅끝항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이 보입니다. 지금 걷는 이 길은 “땅끝 천년숲 옛길”이네요. 가파른 나무테크길을 올라 조금 내려서면 바로 땅끝탑입니다. 이곳은 남해안을 잇는 남파랑길의 종점이자 서해안을 잇는 서해랑길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오늘 걷는 서해랑길 1코스의 공식 출발점도 바로 이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현재 땅끝탑 해상 조망대설공사중이어서 땅끝탑으로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다시 긴 나무데크를 걷습니다. 가는 길목에는 군데군데 쉼터 겸 조망대가 있는데 사자끝샘쉼터, 당할머니쉼터, 학도래지쉼터, 달뜬봉쉼터, 댈기미쉼터, 사자포구쉼터, 불무청쉼터, 남대림쉼터 등 친절하게 쉼터와 관련된 이야기 안내문을 걸어둔 게 참 기특합니다. 해남군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참 좋은 일을 하였군요. 지나는 길목에는 연리지가 있는데,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진 것으로 예로부터 금슬이 좋은 부부를 연리지에 비유했습니다.
데크를 지나 포장도로로 나와 땅끝바다낚시터를 지나갑니다. 좌측의 후박나무는 방풍림으로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해남의 유명농산물인 마늘밭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땅끝방갈로펜션과 땅끝오토 캠핑장을 지나면 송호해수욕장입니다.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의 이름에는 땅끝이라는 말이 그냥 붙어 있군요. 마치 강원도 열월군 감삿갓면의 숙박업소나 음식점 그리고 교량 등의 이름에 김삿갓이 붙는 것과 유사합니다.
송호해수욕장은 해남의 가장 대표적인 해변으로 해변가에는 노송이 무성하고 바닷가의 고운 모래와 맑고 잔잔한 바다의 물결이 마치 호수 같다고 하여 송호해변이라 했습니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놀기에 좋으며 수백년된 해송(海松)이 풍치림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 송림은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이 약 200년 가량 된 6백여 그루의 소나무가 해안방품림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자료/다음백과에서 발췌)
특히 해수욕장 북단에는 바다 쪽을 향해 거의 드러누운 거송 한그루가 통행인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송호해수욕장 입간판 옆에는 땅끝해남자전거길 안내도가 있네요. 여기서 서해랑길은 송해보건진료소 우측으로 들어가 다시 좌측의 바닷가 숲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은 특히 꼼지락캠핑 생태탐방로입니다.
길목의 해안초소는 현재 조망대로 변신했군요. 지나가는 길의 좌측 언덕에는 도토리를 보고 있는 다람쥐 공예작품이 세워져 있어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어지는 곳은 땅끝황토나라테마촌입니다. 이곳은 황토의 특성을 살린 자연친화적인 문화시설로 다양한 텐트사이트를 두루 갖춘 캠핑공간, 숙박과 체험 및 교육을 할 수 있는 황토문화체험센터, 생태수변공원, 음악분수대 등의 휴식공간이 있는 힐링 문화마을입니다.
이제부터는 송종마을회관 방면으로 갑니다. 송호마을표석을 지나 도로를 가다가 청우물산에서 실개천을 따라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송종마을회관을 뒤로하고 도로로 다시 나와 조금 걸은 후 우측 송지저수지 방면으로 갑니다. 저수지 정문에서 우측으로 가면 길은 저수지 주변 도로를 따라서 계속 이어집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인 저수지에는 출입금지용 철망이 처진 가운데 통행인도 거의 없어 주변은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양봉농장과 달마산 삼거리를 지나가는데 폐가가 된 가옥의 벽면에는 “짐승의 탈을--찢어죽이자” “반공 살인마” 같은 글씨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6.25전쟁당시 빨치산으로 활동하며 양민을 죽인 자의 집인듯 합니다. 밭의 보리는 벌써 피어있더군요. 마련마을은 달마산 도솔암으로 오르는 입구입니다. 이곳에 달마산의 안내문이 있는데, 달마산은 비록 해발고도는 470m에 불과하지만 능선의 기암괴석이 아름다워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며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산입니다.
도로를 걸으며 우측을 바라보면 남북으로 이어진 달마산의 빼어난 능선이 정말 성벽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봉2저수지에서 바라보는 달마산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사실 아까 송종마을에서 해안가로 가지 않고 무미건조한 송지저수지 쪽으로 노선을 정했는지 매우 의아스러웠는데 여기서 달마산의 능선을 조망하라는 목적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차도를 버리고 좁은 소로로 진입합니다. 주변에 마늘밭이 지천인데 그 이유는 토양이 황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길섶에는 완두콩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군요. 유채꽃길을 지나면 소죽마을회관인데, 인근에 있는 정자에 붙어 있는 “세월도 쉬어 가는 곳”이라는 글귀가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이곳 해남과 인근 강진은 한양과 거리가 워낙 멀어 예로부터 절개가 곧고 학식이 높은 이들이 유배를 와서 이곳에는 많은 문인들이 배출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멋진 현판도 그 후손이 쓴 것으로 보여집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드디어 목적지인 송지면 산정리입니다. 땅끝성당과 산정2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규모가 매우 큰 송지초등학교가 있고 그 맞은편이 송지면사무소입니다. 약 16km를 걷는데 4시간이 걸렸습니다. 한국의 최남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송지저수지 둘레를 걸을 때는 지루했지만 멋진 달마산 능선을 보며 기운을 다시 차린 뜻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서해랑길 1,800km의 대장정을 힘차게 내디뎠으니 완보하는 그날까지 각오를 새롭게 다집니다.
《서해랑길 1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4월 23일 (토)
▲ 코스 : 땅끝마을 땅끝항-땅끝탑-연리지-송호해수욕장-땅끝황토나라테마촌-송종마을회관-송지저수지-마련마을-소죽리 마을회관-송지면사무소
▲ 거리 : 16.4km
▲ 시간 : 4시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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