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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10코스는 진도군 서망항에서 출발해 진도항(팽목항)과 진도의 3대 명산인 동석산(218m)을 바라보며 봉암저수지를 거쳐 가치버스정류장 이르는 15.8km의 도보길입니다. 이 코스에서는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진도항 세월호 팽목기억관, 진도의 3대명산인 동석산, 진도에서 가장 큰 봉암저수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진도항은 당초 팽목항에서 2013년 진도항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나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참사발생 시 팽목항으로 알려져 현재 진도항보다는 팽목항으로 불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10코스 출발지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소재 서망항입니다. 진도해양파출소 옆에 서해랑길 10코스 안내지도가 있지요. 지도 앞에는 국가어항인 서망항 대형입간판에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19번 국도가 지나가는 서망교차로(삼거리)인데 이곳에 서망항이 전국 최고의 꽃게 산지임을 알리는 꽃게조형물이 있어 서망항의 랜드마크 구실을 합니다.
이곳에서 목적지인 10코스 종점까지는 15.5km인데,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구역은 주택용지와 상업용지 및 숙박시설용지로, 언덕 위에는 국민해양안전관 건설공사가 한창이네요. 국민해양안전관은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와 해상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국비 270억원이 투입돼 건립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부지 내 노란색 사람형상은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조형물입니다. 국민해양안전관 앞바다에는 서망해변이 있지요.
한 구비를 돌아가면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제구조물이 있고 그 앞에는 공사용 대형 바지선이 보입니다. 진도군의 앞바다는 다도해상국립공원 조도지구라는군요. 이곳이 바로 진도항(구 팽복항)인데, 진도항은 진도군의 서남쪽 끝인 임회면 팽목리 소재 국가지정어항으로 진도 근해의 섬, 그중에서도 팽목과 조도군도를 연결하는 항로의 출발지로 진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항구입니다.
진도항 대합실 앞 방파제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진도항여객터미널 신축공사 중이데 그래서인지 여객터미널도 임시로 지어진 건축물을 사용합니다. 부두에는 진도-제주간을 운항하는 쾌속카페리인 산타모니카호가 정박 중이더군요. 진도항은 앞으로 2030년까지 국제항으로 개발될 예정이랍니다.
여객터미널을 지나면 유사 이래 가장 큰 해난사고인 세월호 팽목기억관이 있습니다. 기억관 내부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아동들이 그린 사진, 방명록 등이 놓여 있네요. 솔직히 세월호 사고는 나무나 충격적이어서 언급하기가 망설여지지만 그 개요를 살펴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란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학생 325명, 교사14명, 인솔자 1명, 일반탑승객 74명, 화물기사 33명, 승무원 29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 조류가 거센 맹골수도에서 침몰, 304명이 사망한 사건을 말합니다. 구조를 위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던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해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침몰한 세월호 선체의 인양작업은 3년 후인 2017년 4월11일 완료되어 현재 전남 목포신항에 보존 중입니다.
이곳 진도항에 서면 멀리 북쪽으로 진도의 명산인 동석산이 허연 바위를 드러낸 채 산악안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팽목마을을 지나가노라니 뜨거운 태양아래 고추가 잘 마르고 있습니다. 지나는 길목의 언덕에는 마을 이름을 낳은 팽나무가 자라고 있군요. 작은 포구를 지나 팽목길을 걸어가면 진도일주도로와 만나는 곳에 진구지수문이 있습니다.
팽목방조제를 걸으며 좌측을 보니 지나온 진도항이 벌써 아련하고 북쪽을 보면 동석산이 가장 눈에 잘 뜨이는데 카메라 줌을 동원해 힘들여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동석산 바로 코앞까지 거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자동카메라로 당겨본 동석산의 모습은 정말 황홀합니다.
팽목방조재가 끝나는 지점에서 원래 10코스는 좌측 죽도선착장 방면으로 가야하지만 우측 마사리 방면으로 갑니다. 이럴 경우 약 2km 정도 거리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마사리로 가는 길목에는 강아지풀, 맨드라미, 능소화가 피어 있는 가운데 좀처럼 보기 드문 꽈리도 붉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꽈리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한국과 중국 및 일본이 원산지로 마을의 빈터와 산비탈과 풀밭에 잘 자란다고 합니다.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들판을 보면서 쉬엄쉬엄 걸었더니 어느 새 마사마을인데 조도를 돌아온 원래 코스와 만나는 곳입니다. 마을 도로변에는 백일홍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길손을 즐겁게 하네요. 이 길은 팽목바람길이기도 합니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우측의 갈대밭길로 진입합니다. 벼가 자라는 들판은 품종과 모내기시기에 따라 다른지 황금색과 초록색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른 게 전형적인 가을하늘 같습니다. 벼이삭이 검게 보이는 흑미를 처음 보는군요.
지산양수장에서 좌측으로 갑니다. 우측의 하천은 상당히 규모가 큰데 현지는 물론 카카오지도에도 네이버지도에도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의 교량이 마사교이니 아마도 지난 마을이름을 사용한 듯 보여지는군요. 그렇다면 하천의 이름도 마사천일지 모르겠습니다. 상동양수장을 지나자 동석산이 매우 가까워져 줌으로 당겨보니 화면 가득히 다가옵니다. 동석산 암봉의 어우러짐이 마치 주왕산의 기암을 보는 듯 합니다.
동석산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정면으로 바라보며 걷던 길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석산 우측으로 갑니다. 이쪽에서 본 동석산의 정상부는 마치 북한산의 삼각봉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심동교를 건너 더 위쪽으로 올라가 동석산을 동쪽에서 바라보니 이제는 봉우리 숫자가 4-5개로 늘어났고 특히 맨 우측 칼바위능선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여기서 잠시 동석산 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동석산(219m)은 첨찰산(485m) 및 여귀산(457m)과 함께 진도의 3대명산으로 손꼽힙니다. 진도군 지산면 소재 동석산은 산 자체가 거대한 성곽을 연상케 하는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채 약 1.5킬로미터 남북으로 이어져 있고, 암릉 중간마다 큰 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합니다. 산세만 본다면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동석산은 강원 홍천의 팔봉산(327m) 및 충남 홍성의 용봉산(381m)처럼 산의 높이로만 그 산을 평가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산으로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산 중에서 최고의 비경을 간직한 산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명산의 조건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무엇보다도 그 산의 모습이 장엄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산에 올라서는 물론 산에 오르지 않고 주변에서 보기만 해도 멋진 산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산에 올라 주변풍경을 잘 조망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가장 유명한 산은 북한산, 설악산, 월출산, 주왕산, 계룡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동석산은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봉암저수지 방면으로 갑니다. 진도군 지산면 가치리 소재 봉암자수지는 진도소재 저수지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제방 높이는 5.4m, 길이는 459m입니다. 그런데 그간 얼마나 가물었는지 저수지는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로 수초가 온 저수지를 도배하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은 봉암저수지 서쪽의 803번 지방도로로 이어지는데, 수초로 뒤덮인 저수지수면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봉암 마을회관을 지나 도로를 버리고 좌측 농로를 경유해 다시 북쪽으로 가면 목적지인 가치마을입니다. 멀리 킹콩 같은 모습의 암봉이 보이는군요. 가치리 마을회관이 있는 이웃 주차장에 서해랑길 11코스 안내지도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백일홍 군락지도 있고 대추나무에도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 14km를 걷는데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원래 거리는 15.8km이지만 팽목방조제 끝단에서 조도선착장으로 우회하는 대신 마사리 방면으로 직진해 거리가 단축되었으며 오르내림이 전혀 없어 한결 편했습니다. 8월 하순인데도 낮 기온은 상당히 더운 가운데 진도항(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지만 기암괴석의 산인 동석산을 내내 바라보면서 감탄을 연발한 하루였습니다.
《서해랑길 진도 10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8월 27일 (토)
▲ 코스 : 서망항-국민해양안전관(건설중)-진도항(세월호 팽목기억관)-팽목방조제-마사마을-심동교-봉암저수지-하봉암마을회관-가치마을(가치버스정류장)
▲ 거리 : 14.2km
▲ 시간 : 3시간 2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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