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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해남 13코스는 우수영관광지에서 출발해 우수영여객터미널(우수영항), 법정스님 마을도서관이 있는 우수영 문화마을 및 예락마을회관을 거쳐 학상마을회관에 이르는 16.5km의 도보길입니다. 우수영 문화마을에는 법정스님 마을도서관과 명량대첩비 그리고 이순신장군의 사당인 충무사가 있습니다.
13코스 출발지는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소재 우수영관광지입니다. 이곳 울돌목(명량해협)은 호리병처럼 좁고 얕은 지형이어서 바닷물의 이동이 많은 밀물과 썰물 때는 물살이 빠르고 거세집니다. 이런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1597년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치는 기적의 대승을 달성했습니다. 우수영관광지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근래에는 울돌목스카이워크와 명량해상케이블카가 새로 조성되어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우수영관광지 우측에는 강강술래 전수관 및 기념비, 그리고 우수영유스호스텔이 있는데 그 앞에 서해랑길 13코스 출발지를 알리는 지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원래코스는 유스호스텔 우측으로 진입해 청룡산을 거쳐 충무마을로 들어가지만 우수영문화마을을 좀 더 촘촘하게 돌아보기 위해 이곳 대신 19번 국도로 나갑니다. 국도를 만나 해남우수영관광지를 알리는 한옥형식의 대문을 통과합니다.
국도를 따라 가면서 우수영가스충전소를 지난 후 우측 일반도로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충무마을 뒤로 청룡산(75m) 능선이 있습니다. 굴다리 밑에는 강강술래길 안내도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바로 청룡산을 거쳐 오는 원래의 서해랑길과 다시 만납니다. 해안가 도로변의 데크를 따라 가노라면 우수영항에 정박중인 여러 척의 선박이 보입니다. 선두마을표석과 우수영문화마을을 알리는 안내문을 지나가면 우수영항인데, 이곳에는 산림청순시선, 제주행 쾌속선, 그리고 울돌목 거북선이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곳 여객선 터미널은 임시건축물이어서 새로운 터미널 건축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법정스님생가터에 조성된 스님마을도서관은 법정스님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문화마을로 조성된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명량대첩비 문화유적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명량대첩비,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무사, 강강술래마당이 조성되어 있지요. 서해랑길 코스는 여기서 북쪽으로 우수영 5일시장을 거쳐 서쪽의 망해산(78m) 망해루를 거쳐야 하지만 우리는 시간절약을 위해 바로 서쪽의 방죽샘으로 갑니다. 강강술래길의 방죽샘은 정확한 조성연대는 미상(未詳)이지만 풍수지리상 호랑이의 눈을 상징한다는군요.
우수영 문화마을은 남삼.서하.서외마을에 조성되어있는데 서외마을에 가면 망해루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납니다. 이제부터는 목적지까지 원래 코스를 따라갈 예정입니다. 노거수나무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소를 기르는 축사가 있는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으려하자 눈만 껌뻑거리는 소들의 눈망울이 너무나도 순박하게 보여 놀랐습니다. 축사 앞에는 이들의 먹이인 건초더미가 쌓여 있군요.
지나가는 길목의 이정표를 보니 이미 7km를 왔으며 남은 거리가 12km라는데 오늘 전체거리가 16.5km라고 했기에 잘못 표기된 숫자입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니 태양광발전설비가 많이 눈에 뜨이는데 진도군과 비교해 해남지역에는 태양광이 매우 많아 보입니다. 해안방조제 안쪽으로 서해랑길이 이어지는군요. 수문을 지나가는데 건조더미를 만드는 작업차량이 보입니다. 차량 하나가 논의 바닥에 깔려 있는 건초를 돌돌 말아놓으면 다른 차량이 이를 집어 들어 흰색 비닐로 포장(?)을 하는 철저한 분업형태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배추밭이 보이는 양정마을을 지나갑니다. 이 마을을 지나면 규모가 매우 큰 방조제가 있지만 이름을 알 수 없음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방조제 안쪽에는 갯벌의 붉은 카펫이라고 불리는 칠면초가 자라고 있군요. 방조제 안쪽에는 상당한 규모의 저수지도 보입니다.
방조제를 뒤로하고 해남복터진마을을 지나면 임하도로 이어지는 임하교가 보입니다. 임하교를 지나 서쪽으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 다도해상임을 실감할 정도로 먼 바다까지 섬이 바다에 떠 있는 모습입니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만 없었더라면 바다와 하늘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바닷가 해안도로로 이어지던 길은 동쪽의 내륙으로 방향을 튼 다음 예락마을에서 북으로 진로를 변경합니다. 예락마을 주변에는 온천지가 배추밭이로군요. 예락마을회관 인근에는 우수영성당 예락공소가 있어 관심이 있을 경우 들릴 것을 권장합니다. 참고로 공소(公所)는 교회본당보다 작아 본당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는 구역의 천주교건축물을 말합니다. 또한 이곳에는 유달리 비닐하우스가 많은데 대부분 세발나물을 키웁니다. 세발낙지는 아는 말이지만 세발나물은 처음 들었는데, 이 나물은 갯벌의 염분을 먹고 자라 바닷가 사람들이 봄에 즐겨먹는 나물로 해남군의 특화작물이라고 하네요. 실물을 보니 마치 잔디 같습니다.
방조제 수문이 있는 803번 지방도로로 올라선 후 해안가 도로를 걷습니다. 예락마을 표석을 뒤로하고 용정교를 건너 803번 지방도로를 벗어나 농로를 따르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한참 가면 목적지인 학상마을회관입니다. 마을회관 앞에 13코스의 종점을 알리는 안내지도가 있네요.
오늘 15km를 걷는데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원래 거리는 16.5km이지만 초입부에 청룡산을 경유하지 않았고, 우수영 문화마을 북쪽의 우수영 5일시장과 망해산(망해루)을 생략해 거리가 조금 줄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걸은 길은 모두 평지여서 그리 힘들지 않았고 우수영 문화마을을 속속들이 둘러볼 수 있는 알찬 문화체험 나들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머나먼 진도를 벗어나 해남북부로 오게 되어 서울에 조금 일찍 도착해 가슴조이면서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은 것도 큰 위안입니다.
《서해랑길 해남 13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10월 22일 (토)
▲ 코스 : 우수영관광지 강강술래표석-우수영관광지 대문-해남항 우수영문화마을-임하교-예락마을-용정교-학상마을회관
▲ 거리 : 15km
▲ 시간 : 4시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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