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참석보다 밥 먹기에 바쁜 하객들
지난번 고급호텔에서 진행하는 호화결혼식 문제가 중앙언론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이지만 글쓴이도 결혼 청첩장을 받아들고 종종 찾게 되어 그 실상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혼주 측에서 하객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대접입니다. 고급호텔의 경우 보통 한끼에 6∼7만원이나 한다고 하니, 달랑 5만원의 축의금을 내고는 뒷골이 땡겨서 식사를 하기가 매우 거북합니다. 그렇다고 한 두 건도 아닌데 10만원을 내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꼭 혼주를 보아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우편으로 축의금을 보내거나 현장에 참석하더라도 혼주만 보고는 식사를 생략한 채 그냥 나옵니다. 그야말로 마음에 맞는 친지와 가족을 초청하여 조촐하게 치러야 할 결혼식이 대중을 끌어 모으는 집회의 성격으로 변모되고 말았습니다.
하객들도 새로 태어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하해 주기보다는 접수대에 세금(?)만 내고 바로 식당으로 직행합니다. 식장과 식당이 분리된 예식장의 경우, 예식장은 좌석이 텅 빈데 비해 식당은 앉을 자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차리리 옛날처럼 하객에게 기념품을 나누어준다면 이런 코미디는 없을 것입니다.
결혼축의금문제로 친구도 원수로 변해
경조사비용을 주고받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입니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축의금을 냈으면 나중에 되돌려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만약 고의든 실수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친구도 원수가 됩니다.
오래 전 어느 중앙부처에 근무하던 A씨는 이미 퇴직한 선배공무원 B씨의 혼사에 그만 깜빡하고 참석은커녕 축의금도 전달하지 못했답니다. A씨는 한참 지난 후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아차리고 이 일을 어찌 해결할지 고만하고 있는데, 어느 날 B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답니다.
B씨는 다짜고짜로 A씨에게 "나는 당신 혼사에 참석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하더랍니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B씨의 항의를 받고 보니 어이가 없어 이후로 B씨와 연락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요즈음은 축의금출납부를 별도로 만들어 따로 보관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예식장 측의 바가지 씌우기
한편 예식장에서도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신혼부부에게 바가지를 씌우지만 일생에 한번 있는 축복 받는 행사이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채 당한다고 합니다. 대형 결혼식장이 성업을 하고, 청첩장을 받아들고는 주판알을 퉁기는 우리 사회는 분명히 잘 못된 것입니다.
제 자신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중에 아이의 결혼식만은 잘 치르고 싶습니다. 이런 이기주의가 존속하는 한 우리는 그릇된 결혼식문화의 질곡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 위 사진은 육군장교와 결혼한 글쓴이의 종질녀로 기사 속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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