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신도림역에서 전철 하행선을 타고 가다가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금정역에서 내립니다. 계단에는 양쪽으로 사람이 갈라서 있는데, 계단 가운데에는 머리에 염색을 한 할머니 한 분이 쇼핑카트(바퀴가 달린 쇼핑백)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금 할머니는 짐이 가득 든 검은색 대형비닐주머니를 4계단 위에 올려놓고 아래에 있는 쇼핑카트를 옮기려 내려오는 중입니다.

사람들은 마침 출근시간이라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갈 뿐입니다. 글쓴이가 상황을 파악하고 할머니를 어찌 도울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한 청년이 할머니의 쇼핑카트를 함께 들어줍니다. 나는 바로 위쪽 계단에 놓아둔 검정 비닐 백을 왼손으로 들고 계단을 오릅니다. 비닐 속에 뭐가 들었는지 상당히 무겁습니다. 한 손으로 들었더니 어깨가 아래로 축 쳐질 정도입니다. 42계단을 다 오른 나는 짐을 할머니에게 인계하고는 길을 갑니다.    

그 후 자주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거의 같은 시각, 동일한 짐을 소지한 채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가 신도림 역에 오를 때마다 자주 만납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우연히 전동차에서 할머니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금정역에 도착하자 할머니가 짐을 챙깁니다. 내가 보따리를 들어주려고 했지만 괜찮다며 사양합니다. 위쪽으로 오르는 계단 밑에서 나는 보따리를 집어 들고 오릅니다. 바로 내 뒤의 건장한 남자가 할머니의 카트짐을 두 손으로 번쩍 든 채 따라옵니다. 할머니가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려는 손길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오르막 계단 



며칠 전에도 다른 청년이 할머니의 카트 짐을 들고 오르기에 필자는 자루에 든 짐을 손에 들었는데 할머니는 괜찮다며 무거운 자루를 머리에 이고 오릅니다. 일전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할머니의 보따리를 들고 오르기에 글쓴이가 재빨리 가서 중간에 짐을 받아 올랐습니다. 아마도 이 할머니는 무거운 물건을 가지고 행상(行商)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부득이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최근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수도권전철은 콩나물시루처럼 복잡합니다. 다만 1호선의 경우 하행선은 상행선만큼 비좁지는 않지만 그래도 때로는 발을 들여놓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카트에 두 개의 박스와 배낭 그리고 보따리(비닐주머니)를 전동차 출입문 옆에 놓습니다. 이날은 다른 때보다도 더욱 복잡했습니다. 사람들은 전동차에서 몸을 바로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문 옆에 할머니의 짐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겨우 서 있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바라보며 짜증을 냅니다.

"짐이 있으면 좀 이른 시각에 다니든지, 이게 뭡니까?"

할머니는 묵묵부답입니다. 할아버지도 오죽했으면 불평을 했을까마는 할머니의 처지도 참 안쓰럽습니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도 힘이 드는데, 다른 사람의 눈총까지 받아야 하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장수하기를 기원합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계단 



글쓴이는 그 후 평일 낮 시간에 할머니가 짐을 가지고 오르는 지하철계단 사진을 찍으러 금정역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찍고는 처음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출구를 나와 육교를 건너는데 몇 명의 노점상 중에서 낯이 익은 분을 발견합니다. 바로 지하철의 그 할머니입니다. 먼  발치에서 한참동안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루종일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 육교 위에서 고생하는 서민들의 삶의 현장은 자주 오가는 열차의 쇳소리와 함께 흘러갑니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네요.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