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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저녁 글쓴이는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오고 있었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반쯤 졸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부평쯤에서 전동차가 멈추었을 때 키다리청년 2명이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에는 광대처럼 분장을 하고 엄청나게 큰 구두를 신은 이 청년들은 각종 박람회나 이벤트 행사장에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전동차 문에 구부정하게 서서 하는 한 마디가 재미있었다.

"역시 1호선은 천정이 높아서 마음에 들어!"
그러고 보면 이들은 이런 모습으로 전철을 타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닌 모양이었다. 다른 전동차는 천정이 낮아 서 있기도 불편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은 전동차 출입문 쪽의 지주대 옆에 걸쳐 앉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 긴 다리를 절묘하게 움직여 전동차 의자에 앉기고 하였다. 전동차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도 또 새로 열차에 탑승하는 사람도 이 난데없는 키다리청년을 보고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웃음 짓기도 하였다.

좌석에 앉은 모습 

 좌석보다 훨씬 편해보이는 모습 



글쓴이는 마침 카메라가 있어 이런 진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혹시라도 이 친구들이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면 아쉽지만 그만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들은 놀랍게도 실제 행사장에서처럼 익살스런 표정과 제스처로 각가지의 포즈를 취해 주는 게 아닌가! 내가 여러 번 셔터를 누르자 이웃의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이 아저씨 사진 찍느라 신났다!"





 

이런 포즈에 전동차 승객들은 지루함을 잠시 잊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전철을 타면 뭇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줄을 잘 알텐데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그 용기가 참 가상하였다. 사실 얼굴에 분장을 하였으니 설령 친구라 할지라도 이들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듯 한 친구는 구로역에서 내리고 다른 친구도 신도림역에서 내렸다. 글쓴이도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므로 같이 내렸다. 역 구내를 걸어가면서 내가 물었다.
"그런 복장으로 전철을 타면 불편하지 않나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귀찮아서요!"
대답은 참으로 간단하였다. 실제로 옷을 갈아입고 행사용 신발을 벗으면 이 신발 운반하는 일도 큰 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안전인데 이런 복장으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칠까 걱정이다. 그러나 이 청년은 지하철계단을 성큼성큼 잘 걸어 내려간다.




신도림역 1층에서 이 모습을 본 중년의 신사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발걸음을 멈추고 포즈를 취해준다. 성격이 매우 활발한 청년 같다. 잠시 동안이나마 전동차 승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이들 키다리 청년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2009.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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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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