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에서 멋들어지게 창을 부르는 남자
지하철 전동차 연결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한 남성이 걸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니 지금은 4월하고도 하순인데 연말연시에나 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하는 게 뜬금 없어 보입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요즘 세상살기 힘드시죠?
춘향가 중에서 한 소절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더니 바로 "쑥대머리∼"하고는 창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소리를 내는 남자는 겉모습으로 봐서 거의 60개 후반 아니면 70대 초반의 노인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부르는 창의 목소리는 TV에서 명창이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 듯 합니다.
전동차 복도를 지나가면서 구성지게 부르는 그 목소리에 객실은 한순간 조용해집니다.
글쓴이는 창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이토록 우리 국악을 잘 부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그 끼와 재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2009. 4. 20. 4호선)
(2) 노약자 석에서 들리는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4호선 인덕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금정 방면으로 가는 중입니다.
조용하던 전동차에 갑자기 앙칼진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너, 왜 사람을 밀어? 내가 몇 미터 밀렸는지 알아?"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아도 승객들 때문에 현장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노인인지 중년인지 잘 모를 여성입니다.
그 후로 계속 불평하는 여성의 말을 들어보면
아마도 노약자 석에 빈자리가 생기자 남성 한 분과 서로 앉으려고 하다가 여자가 밀린 모양입니다.
여성은 자리에 앉은 남성을 째려보며 계속 씩씩댑니다.
"너, 내가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돈 많이 벌어 놓았어?"
그런데도 대꾸하는 남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아니합니다.
아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침묵을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조용히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는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금정역에서 내렸으므로
그 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이 있는 전동차에서
여성이 계속하여 큰 소리로 떠들며 불평하는 것을 듣노라니
사람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어디서나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평소에도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00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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