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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와 티스푼 (사진 자료 : 이그림)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60~70년대만 해도 직장인들 중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은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로 가는 대신 인근 다방으로 직행했다. 다방의 마담이나 레지가 계란의 반숙과 함께 제공해 주는 커피를 마신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일이 흔했다.

글쓴이는 시골 면 단위지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마산은 그 당시 인구수로 볼 때 전국 7위의 도시였지만 가난한 시골촌놈은 자취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커피는 영어과목에 등장하는 빵과 커피(bread and coffee)로만 알고 있었을 뿐 고등학생시절 실제로 한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내가 커피를 실제로 처음 마신 것은 고교졸업을 앞두고 몇 명의 학생이 그 당시 P교장선생님 댁을 방문하였을 때였다. 그 때가 1967년 연말이었으니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커피 맛이 어떠했는지 또 어떻게 마셨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 후 나는 서울에 와서 생활하면서 여러 도시출신의 친구를 사귀었다. 이들과 식사도 같이 하고 커피도 함께 마시러 다녔다. 그 때 동행했던 친구가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이 친구도 우리나라 3번째 도시인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였다.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웃어른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커피를 내왔다고 했다. 생후 처음 대하는 음료라 먹는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사모님이 설탕그릇의 뚜껑을 열어주며 적당히 타서 마시라고 하더란다.

내 친구는 티스푼으로 설탕을 한 스푼 넣고 저은 후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맛을 보았단다. 그런 다음 계속하여 티스푼으로 커피를 떠먹고 있으려니 사모님이 한 말씀 하셨다.

C군, 티스푼으로 먹지말고 커피 잔을 들고 마시게!”

그러나 어른 앞에서 그릇을 들고 마시는 것은 결례일 것으로 판단한 친구는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였단다.

“괜찮습니다, 사모님.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맛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박장대소했다. 지금이야 소득수준도 높아지고 커피도 매우 흔해 자판기에서도 뽑아 마시는 매우 편리한 세상이 되었고 그 이름도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0년 전만 해도 도시소재 고교졸업생들의 상당수가 커피를 마시지 못했고 따라서 마시는 방법도 몰랐다. 그런데도 현재의 젊은이들이 이 당시의 세대들에게 바보처럼 커피를 마실 줄도 몰랐다고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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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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