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소재 고석정(孤石亭)은 철원 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철원팔경 중의 한 곳이다. 강 양쪽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쪽 강가에 가까이 있는 높이 10m 정도의 큰 기암봉(고석암)에는 임꺽정이 은신하였다는 자연석실이 있다.
철원은 남한대륙의 유일한 신생대 제4기 홍적세에 현무암 분출로 이루어진 용암지대로 북북동에서 남남서방향으로 한탄강이 흐르면서 침식활동을 통해 곳곳에 화강암의 주상절리(柱狀節理)와 수직절벽을 이루었다.
일찍이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유람하였다는 명승지로 조선시대 명종(1545∼1567) 때의 의적 임꺽정(林巨正) 활동무대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임꺽정은 이곳의 자연석굴에 은거하여 활동하였으며, 강 건너편에는 석성(石城)을 높이 쌓고 본거지로 삼았다.
천인출신인 임꺽정은 등과(登科)의 길이 없는 것을 탄식하여 이에 불만을 품고 동조하는 무리들을 모아 대적단을 조직하였다. 당시 함경도 지방으로부터 이곳을 통과하여 조정에 상납할 조공물을 탈취해서 빈민을 구제하는 등 부패한 사회계급에 항거하였다 한다. 한편 조정에서는 임꺽정을 생포하려고 별별 수단을 다 사용했지만 그때미디 꺽지로 변신하여 고석정 및 한탄강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하여 훗날 사람들은 임거정(林巨正)을 "임꺽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후대 사람들이 이를 기리기 위하여 정자를 짓고 고석정 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져 1971년에 2층 누각의 정자를 새로 세웠으나 1996년 수해로 유실되어 1997년 재건축하였다. 이 고석정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데 199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고석정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하여 고석정을 찾아갔지만 막상 정자는 보이지 않고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기와집만 보인다. 기와집에는 "철의 삼각전적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건물 앞에는 군용 비행기와 탱크가 전시되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철의 삼각전적지 관리사무소가 있어 제2땅굴 등 민통선 지역 내에 위치한 안보관광을 신청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시관에는 북한의 생활상을 홍보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오른쪽 광장으로 가니 우람한 체구의 임꺽정의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뒤에는 꼭 음식점의 상호 또는 여관의 이름을 연상하는 고석정 안내문이 아취형으로 서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고석암과 한탄강의 협곡이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임꺽정상
고석정 입구
그러나 한탄강댐의 건설을 반대한다는 큰 현수막이 걸려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망치고 있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가장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자신들의 구호를 걸어둠으로써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의도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들의 몰상식한 한 처사에 기분이 상하고 만다. 먼길을 찾아 온 길손들의 관광을 망치는 이런 구호는 조속히 철거하고 다른 장소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경관을 망친 한탄강 댐 결사반대 현수막
한탄강 상류방향
고석암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그기에 2층으로 된 누각이 서 있다. 누각에서 양쪽으로 바라보는 경치가 참으로 좋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모자를 착용한 사람들이 래프팅을 즐기며 강을 따라 내려온다면 분위기가 살아나 날 것만 같다. 고석암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내려가 접근을 시도해보지만 어림도 없다. 임꺽정과 같은 장사만이 전광석화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뛰어 올랐으리라.
고석정
고석정
한탕강 하류 방향
고석암
고석정 정자아래에는 한탄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주변 협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평소 아내는 배를 타는 것을 무척 싫어하므로 말도 꺼내지 않고 발길을 돌린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대기중인 배
상류방향
하류방향
이곳에서 상류 약 2km지점에 직탕폭포가 있고, 하류 약 2km 지점에는 순담계곡이 위치해 있어 연계관광을 즐길 수 있다. 고석정에 오기 전 인근에 위치한 승일교와 한탄대교를 이미 둘러보고 왔으므로 이제는 직탕폭포로 향한다. (200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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