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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즈




(1) 스페인에서 경험한 소형차


글쓴이는 직장생활을 하며 스페인(마드리드) 소재 국제기구에 2년 간 파견근무를 하였습니다. 출국한 때가 1990년 9월입니다.

가족과 함께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거주할 집을 구한 다음 두 번째로 급한 것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떠날 때는 스페인에 가면 당연히 중형차를 구입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시내에 돌아다니는 차량을 보니 대부분이 소형차였습니다. 구입비용과 기름절약을 위해 소형차인 프랑스제 푸조309(중고차, 스틱용)를 구입했는데 배기량은 1,299cc에 불과했습니다. 

이 자동차를 가지고 2년 동안 여름휴가기간을 이용하여 북유럽과 남유럽을 캠핑을 하면서 여행을 다녔습니다. 간단한 캠핑장비를 트렁크에 싣고 각각 1개월씩 유럽의 주요도시를 누비고 다녔지만 한번도 자동차가 너무 작아서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트렁크가 약간 좁은 것은 옥의 티였지만 독일의 아우토반(고속도로)에서 시속 140km 속력으로 달리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2년의 근무가 끝나고 귀국을 하게 되자 후임자에게 자동차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소형자동차(경차포함)가 대세라는 말을 해도 한국에서의 경험 때문에 후임자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즉시 소형차를 처분했는데, 마드리드에 도착한 이후 후임자는 내 중고차를 물려받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2) 소형차를 몰다 봉변당한 에피소드


▲ 특급호텔에서 홀대당한 티코
 
맨 처음 경차인 티코가 출시되었을 때 차주인 A씨는 이를 몰고 서울의 어느 특급호텔을 찾았습니다. 호텔 측에서는 즉시 차를 다른 곳으로 빼라고 소리쳤지만 A씨는 호텔에 일보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고는 주차요원에게 주차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현관으로 나오니 주차요원이 자동차를 가져다 줄 생각은 않고 저쪽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A씨가 가보니 자신의 차는 키(key)가 운전대에 그대로 꽂힌 채 사람의 통행이 많은 도로변에 내팽개쳐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A씨는 자신의 소중한 자동차가 경차이기 때문에 홀대받은 사실을 어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실었습니다. 이 글은 약 20년 전 신문에서 읽은 기억을 되살린 것입니다. 



▲ 골프장에서 망신당한 프라이드
 
또 어느 중앙부처를 출입하던 기자(B씨)는 골프를 배운 후 골프장을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태워달라고 하기도 미안하여 하루는 자신의 경차(프라이드)에 골프채를 싣고 수도권의 한 골프장을 찾았답니다. 클럽하우스의 캐디 백(골프채를 담는 가방)을 내리는 장소로 들어가니 현장 근무자가 왜 이쪽으로 오느냐고 화를 내더랍니다. B씨는 골프를 치러 왔다고 했더니 그러냐고 하더랍니다. 경차를 몰고 골프장을 찾은 고객은 처음이었답니다.



▲ 마티즈를 무시하는 운전자들
 
글쓴이의 아들은 대학을 다니다가 2003년 군대를 갔습니다. 일반사병으로 가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므로 운전병으로 지원할 경우 3개월만에 입대가 가능한 것을 알고는 부랴부랴 운전면허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연습을 하기 위해 마티즈II(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 이 녀석이 군복무를 하는 동안 나는 마티즈의 엔진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직접 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티즈를 운전하다보니 중형차인 SM5를 운전할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도로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마티즈보다 약간 높은 등급인 엑센트 같은 차량이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빠르게 추월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여 사람을 매우 피곤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티즈



 
(3) 인격은 차격(車格)에 비례한다고?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수준과 비산유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동차가 너무 중대형 위주로만 운행됩니다. 좁은 나라에서 실제로 배기량이 큰 자동차가 전혀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크기와 고급성은 곧 소유자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즉 사람의 인격이 자동차의 크기(또는 고가 차)에 따라 결정되는 "인격은 곧 차격(車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접객업소 근무자 또는 일반국민들도 대형차와 고급차에 대하여는 그 주인을 높이 평가합니다. 재정건전성이 부실한 중소기업체 사장도 값비싼 외제차를 굴리는 이유는 금융기관과 관공서를 출입할 때 자동차가 고급이어야 우선은 일이 잘 풀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재정이 부실한 회사가 고급승용차를 운영할 경우 감점요인이 되어야 마땅한데, 우리사회는 내실보다도 겉으로 드러난 외면을 중하게 여기는 허례허식의 정신이 팽배해있기 때문에 이게 장점이 된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스페인에서 우리나라의 중형차에 해당하는 소나타 정도의 자동차가 거리를 지나게 되면 금방 눈에 뜨입니다. 그 이유는 거리에는 온통 소형차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대형차인 에쿠스가 지나가도 고급자동차라는 인식이 금방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리의 차량 대부분이 중형차이기 때문입니다.





(4)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제작사의 발상전환 


우리나라에서 소형차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대형차보다 사고발생 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자동차를 타야 사람대접을 받는 그릇된 자동차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토도 좁고 자원마저 빈약한 우리현실에서 무조건 사이즈가 큰 차를 선호하는 그릇된 자동차문화는 반드시 시정되어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솔선수범하는 미덕을 발휘할 때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관용차를 기존의 3,500cc급의 에쿠스 대신 1,600cc급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차량(LPG)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과 일반국민의 친환경자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에너지절약을 위한 소형차의 보급확대목적도 추가되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입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그리고 자동차제작사들도 마진이 많은 중대형차와 스포츠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의 제작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작지만 단단하고 귀여운 자동차를 많이 생산해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도로에서 소형차(경차포함)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국제원유가격의 상승으로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시점에서 이는 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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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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