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적인 순간 유신을 응원한 보종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지난 제35회는 김유신으로서는 정말 처절한 싸움이었다. 제15대 풍월주를 뽑는 비재에서 결선에 올라 비담과 겨루었으나 비담이 속임수를 쓴다는 원상화 칠숙공의 일갈과 문제제기에 동의한 국선 문노의 의견에 따라 비담은 탈락하는 대신 유신랑에게는 칠숙과 대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이런 제안은 칠숙이 한 것이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유신은 결선까지 올라오느라 심신이 지친 상태였고, 칠숙은 문노와 겨룰 만큼 무예가 뛰어난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단상에 앉아 있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칠숙은 유신이 10번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한다면 유신을 우승자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칠숙랑과 대결하는 유신랑
처음부터 유신은 칠숙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9회의 공격이 끝나자 유신은 넘어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사회를 맡은 현 풍월주가 칠숙의 승리를 선언하려는 순간 유신은 몸을 비틀었다. 검을 잡으려고 손을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숨막히는 순간 유신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버텨! 버텨내 유신! 쓰러지지마!"
소리를 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보종이었다. 보종이 누구인가? 병부령인 설원랑과 미실궁주 사이에서 태어난 똑똑한 아들로 모두가 15대 풍월주가 된다고 믿었던 자이다. 그런 그가 유신 측과 한 패인 비담에게 4강 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보종이 반대세력인 유신을 응원했으니 비재 현장의 관계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눈과 귀를 의심했다.
보종의 응원
이어서 알천랑도 가세했다.
"유신랑! 견뎌내거라!"
뒤이어 전 화랑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응원이 주효했는지 유신은 마지막 10회전에서 칠숙이 공격해 올 때 유신의 공격이 칠숙의 명치에 닿았고, 칠숙이 패배를 자인해 유신랑의 승리로 끝났다. 이런 극적인 승부는 정말 한편의 드라마였다.
나중에 설원랑은 아들인 보종에게 왜 유신을 응원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보종의 답변은 과연 화랑도정신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준다.
"화랑이니까요. 화랑이라면 누구나 그 광경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2) 유신과 보종·미실은 앙숙관계가 아니었다.
그런데 화랑세기를 보면 보종은 14대 풍월주인 호림의 부제로서 15대 풍월주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유신에게 선뜻 양보하였다고 한다. 이는 사실 미실이 시킨 일이었다.
유신은 보종과 성격이 매우 달랐다. 당시 보종은 유신을 엄한 아버지를 보듯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유신이 웃으며 말한다.
"형이 어찌 아우를 두려워합니까?"
보종은 대답한다.
"공은 바로 천상의 일월이고 나는 곧 인간의 작은 티끌입니다. 감히 두려워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미실궁주도 일찍이 유신에게 보종이 어리석고 약하니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유신은 "신이 실로 어리석습니다. 형은 비록 약하나 그 도(道)는 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미실을 안심시켰다.
보종은 유신에게 풍월주 자리를 양보한 후 자신을 무림거사(武林居士)라 부르며 나랏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신은 국가에 큰 일이 생기면 보종에게 의견을 구할 정도로 그를 신망하였다.
보종은 유신의 뒤를 이어 16대 풍월주가 되었다. 그는 화랑세기에 나오는 32명의 풍월주 가운데 가장 독특한 성품을 가졌다. 그는 문장을 좋아하고 정이 많았다. 남을 위해 웃고 울며, 아녀자처럼 순하고 온화하였다. 그는 무(武) 보다도 예(藝)에 더 소질이 많았다. 산수화를 잘 그리고 피리도 잘 불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진선공자(眞仙公子)라고 했다. 또한 술과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색공지신 미실>의 저자인 서강대 이종욱 총장은 보종을 "세속에 찌들지 않은 고고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평가하고 있다.(위 보종에 관한 자료는 이 책에서 참고한 것이다).
36회를 보면 미실은 유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신이 가야계인 복야회와 관련됨을 무기로 삼아 그를 압박하여 결국 유신으로 하여금 미실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고 실제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실은 보종에게 풍월주 자리를 유신에게 양보토록 했으며, 유신과 보종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서로 가까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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